[TEN 리뷰] ‘라이온 킹’···심장에는 서사가, 귓가에는 선율이 착착 감긴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라이온 킹’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프라이드 랜드. 주술사인 개코원숭이 라피키(존 카니 분)는 프라이드 락에서 사자왕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 분)와 여왕 사라비(알프레 우다드 분)에게서 태어난 심바(JD 맥크러리 분)의 출생을 널리 알린다. 모든 동물들이 한마음으로 기뻐하지만, 무파사의 동생 스카(치웨텔 에지오포 분)는 왕위 계승 서열에서 밀려난 까닭에 조카의 존재가 달갑지 않다.

무파사는 심바에게 당부한다. 빛이 닿는 곳이 모두 우리 왕국이고,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이 곳을 지켜야 한다고, 책임져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 어린 심바는 암사자 친구 날라(샤하디 라이트 조셉 분)와 어울리는 것이 즐겁고, 무파사의 비서인 코뿔새 자주(존 올리버 분)의 잔소리가 성가실 따름이다. 어느 날 하이에나들을 끌어들인 스카의 계략으로 무파사가 죽음을 맞이하고,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여긴 심바는 멀리 떠난다.

심바(도널드 글로버 분)는 식성까지 바꾼 채 멧돼지 품바(세스 로건 분), 미어캣 티몬(빌리 아이크너 분)과 더불어 유쾌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쑥불쑥 과거의 환영에 사로잡히지만. 그런데 우연히 날라(비욘세 노울스 분)가 이곳으로 찾아든다. 그리고 뼈아픈 과거에 발목을 붙잡힌 심바의 마음속에 각별한 목소리가 파고든다. “기억해라! 네가 누군지.”

영화 ‘라이온 킹’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로저 알러스, 롭 민코프 감독의 ‘라이온 킹’(1994)은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으로 2011년에는 3D 작업을 거쳐서 재개봉되기도 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동명의 뮤지컬은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22년이 흐른 지금까지 9000회차 공연, 전 세계 누적 관객수 1억 명이라는 수치로 증명되듯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라이온 킹’은 1994년작인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원작인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모티프를 얻은 원작의 얼개를 벗어나지 않는다. ‘정글북’(2016)에서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동물들에게 팔딱거리는 심장, 즉 생명력을 불어넣은 존 파브로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이번에도 스크린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과 일몰,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혹은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 아래에서 그 어떤 동물이 등장하든 오롯이 집중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코끼리 상아에 옹기종기 앉은 새들을 보노라면 빙긋이 웃게 되고, 나무에서 라피키가 주술을 하는 모습에는 숨죽이며 지켜보게 된다.

‘라이온 킹’은 100% CG와 시각특수효과(VFX)로 만들어졌다. 게임 엔진 내에서 환경을 디자인하고, 최첨단 가상현실(VR) 도구를 이용해 존 파브로가 가상 세트 안을 걸어 다니며 심바와 함께 서 있는 것처럼 샷을 설정하고, 애니메이션 과정을 거쳤다. 실사라고도, 애니메이션이라고도 정의 내리기 힘든 이번 작품에 대해 존 파브로는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마법 같다. 우리는 새로운 매체를 발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토리를, 작품의 본연을 지키려고 했다”고 밝혔다. 존 파브로가 “우리”라고 일컬은 프로덕션 디자이너 제임스 친런드, 촬영감독 케일럽 데이셔넬, VFX 감독 로버트 르가토, MPC 필름의 VFX 감독 애덤 발데즈와 애니메이션 감독 앤디 존스가 이뤄낸 성과다.

앞서 개봉한 ‘알라딘’(2019)처럼 익숙한 서사에 추억의 곡들이 얹힌다. 스크린에서 ‘Circle of Life’가 흘러나오면, 관객마저도 아프리카 평원 속으로 미끄러지듯 쭉 들어서게끔 만든다. ‘I Just Can’t Wait to Be King’ ‘Be Prepared’ ‘Hakuna Matata’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의 곡들이 잇달아 흥을 돋운다.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과 엘튼 존의 유려한 곡이 친숙하지만 물리지 않는 세계로 이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엘튼 존의 신곡 ‘Never Too Late’도 들을 수 있다.

아버지 무파사의 커다란 발자국에 자신의 작다란 앞발을 얹는, 솜털이 보송한, 초롱한 눈을 가진 심바의 성장은 응원의 마음을 품게 한다. 낯 두꺼워 보여도 마음이 여린 품바와, 말만 앞서는 듯 해도 의리 넘치는 티몬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시종여일 흥이 넘치는 품바와 티몬 콤비는 “하쿠나 마타타”라는 근심을 떨쳐낼 한마디도, 자신들만의 테마송도 갖고 있는 매력부자다. 또한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무파사의 목소리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다스베이더의 목소리로도 익숙한 제임스 얼 존스의 목소리를 스크린에서 다시금 들을 수 있는 것은 뭉클하다.

‘라이온 킹’은 미묘한 균형 속에 공존하고 있는, 위대한 생명의 순환을 강조한다. 심장에는 서사가, 귓가에는 선율이 착착 감긴다.

쿠키 영상은 없다. 전체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