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이슈] 전설에서 병역기피자로…유승준의 ‘데뷔부터 현재까지’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유승준 1집 활동 시절 /유승준 SNS 갈무리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의 시작은 참으로 창대했다. 외모·노래·춤·카리스마 등 스타로서의 모든 재능에서 모자란 것이 없던 그는 데뷔 후 90년대 후반 댄스가수의 왕좌에 올랐다. 그는 전설이 되어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활동할 수 있었다. ‘군 문제만 빼면’ 말이다.

1976년생인 유승준은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89년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이민을 간 뒤 1997년 4월, 첫 앨범 ‘웨스트 사이드’로 한국에서 데뷔했다. 그가 등장한 1997년은 H.O.T.와 젝스키스 등 아이돌그룹으로 대표되는 10대 위주의 음반시장이었다. 하지만 댄스 열풍을 타고 나타난 유승준은 화려한 춤솜씨와 노래 실력, 빼어난 외모로 단숨에 남학생들의 우상으로 등극했다. 그의 1집 판매량은 타이틀곡 ‘가위’의 인기에 힘입어 약 70만장을 기록했다.

유승준의 1집 웨스트 사이드

특히 솔로가수임에도 무대가 비어보이지 않는 퍼포먼스, 긴머리가 유행이던 시절에 보여준 반삭 스타일,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등은 그의 상징이었다. 이후 앨범에서 2집 나나나(1998), 3집 열정(1999.4), 4집 비전(1999.12), 5집 찾길바래(2000), 6집 와우(2001) 등의 곡이 연이어 히트하며 데뷔 이후 한번도 전성기를 놓친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승준의 인간적인 평가도 좋았다. 별다른 연애 스캔들이 없었고, 개신교 신자로서 신실한 모습을 보인 것도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며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유승준은 보건복지부의 청소년 금연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

유승준 SNS 갈무리

국민가수였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군 복무 문제였다. 2001년 2월 유승준은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그해 8월 징병검사에서 신체검사 4급, 공익근무요원 최종 판정을 받았다. 당시댄스 가수가 허리디스크로 공익 판정을 받았다는 것에 논란은 있었지만 평소 쌓아 놓은 좋은 이미지와 “대한의 남아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면서 병역기피 의혹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한 순간의 선택으로 유승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1년 11월 유승준은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가사사유’로 인한 입영 연기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3개월 후인 2002년 2월 14일에 입대해 28개월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예정이었다. 입대 전 활동으로 유승준은 2002년 11월 굿바이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고 2001년 12월 1일에는 ‘2002 FIFA 한·일 월드컵’ 조추첨식의 무대에도 올랐다. 이때까지 유승준에 대한 국민의 믿음에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2년 1월 13일 도쿄에서 첫 일본 단독 공연을 마친 뒤 유승준은 미국 LA로 갔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오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18일 로스앤젤레스의 법원에서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은 뒤 미국인 ‘스티브 유’가 됐다. 파장은 엄청났다. 이후 한국에서 병역기피가 어떤 의미인지 유승준은 몸소 깨닫게 된다.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고 아름다운 청년은 추악한 청년이 되어 버렸다. 2002년 2월 2일 입국하려던 유승준은 인천국제공항을 나오지도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입국 후 여의도 63빌딩에서 계획됐던 기자회견은 입국 금지로 무산됐다. 당시 법무부는 유승준이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거부했다.

유승준과 성룡 /유승준 SNS

입국 제한 이후 유승준은 중국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5년 5월에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정말 사죄드린다”며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방송에서 유승준은 “13년 전 국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걸 사죄하려고 나왔다. 떳떳한 아버지가 되려고 섰는데도 거짓말쟁이로 보인다는게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유승준 아프리카TV 방송 갈무리

같은 해 유승준은 LA 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으나 거절됐다. 이에 불복한 유승준 측은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지만 2016년에 열린 1심과 2017년에 열린 2심에서 모두 패했다. 당시 재판부는 “유승준이 재입국할 경우 국군 장병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며 “정부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입국을 제한한 것도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승준은 “처음부터 병역을 기피할 의도가 아니었다”며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돼야 할지 판단을 받고 싶다”고 항소했다. 11일 대법원은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2017년 3월 14일 사건접수부터 약 2년 4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로써 유승준은 다시 한국을 찾을 기회를 얻게 됐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에 깊이 감사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승준이 그 동안 사회에 심려를 끼친 부분과 비난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중들의 비난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동안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