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기방도령’, 구성지게 한 가락을 뽑는 꽃도령 허색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기방도령’ 포스터.

기생의 아들 허색(이준호 분)은 기방에서 나고 자란 말 그대로 ‘기방도령’이다. 벗의 아들인 허색을 친아들처럼 키운 기방 ‘연풍각’의 안주인 난설(예지원 분)은 하릴없이 시간만 축내는 허색이 죽은 어미의 뜻을 받들어 역관 시험이라도 봤으면 한다. 한편 폐업 위기에 처한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허색은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고, 이내 조선 최고의 ‘여심 스틸러’로 등극한다. 그리고 허색과 기방결의를 맺은, 방년 25세의 숫총각 육갑(최귀화 분)도 ‘연풍각’의 든든한 식구가 된다. 사실 육갑은 ‘육십 간지에 통달한 갑(甲) 중의 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현실은 누가 보아도 짠내가 풀풀 나는 ‘을(乙) 중의 을’이다.

허색은 우연처럼 혹은 운명처럼 해원(정소민 분)과 마주친다. 해원은 양반과 상민, 남녀의 차별을 부당하게 여기는 등 의식이 깨어있는 양반가 규수다. 허색은 첫눈에 해원의 꽃처럼 아리따운 미모에 반하지만, 꽃처럼 향기로운 심성에 더더욱 빠져든다. 그런데 해원의 오라버니 동주(김동영 분)의 벗이며 형조판서 댁 자제인 유상(공명 분)도 해원을 마음에 품고 있다.

영화 ‘기방도령’ 스틸컷.

‘기방도령’은 폐업 위기에 처한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된 꽃도령 허색이 조선 최고의 여심스틸러로 등극하면서 벌어지는 코믹 사극이다. 남대중 감독은 전작 ‘위대한 소원’(2016)처럼 이번에도 각본을 겸했다. ‘기방도령’에는 허색과 육갑처럼 캐릭터의 특징을 압축한 듯한 작명을 포함해서 마당놀이의 익숙한 웃음 코드도 있고, 남대중 감독 특유의 B급 감성도 있다. 그런데 극이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웃음이 뚝뚝 끊긴다. 해학과 풍자, 로맨스까지 품으려다가 서사의 균형이 무너지고, 뒷심까지 달리는 형국이다.

‘기방도령’의 백미는 단연코 허색과 육갑, 즉 이준호와 최귀화의 브로맨스다. 최귀화가 분한 육갑은 강한 임팩트로 첫 등장해서 ‘기방도령’이 선사하는 웃음의 8할을 책임진다. 최귀화는 그간 해왔던 역들과는 결이 다른, 유연한 희극 연기로 흥을 키운다. 허색의 로맨스 상대인 해원 역의 정소민은 첫 사극임에도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다. 허색에게 육갑이 있다면, 해원에게는 세상 이치에 밝은 몸종 알순이 있다. 알순 역의 아역 배우 고나희는 감초 연기를 톡톡하게 해낸다. 또한 동주 역의 김동영은 짧은 등장에도 남매간의 훈훈한 정이 그려질 만큼 존재감을 빛낸다. 육갑과 난설의 야릇하면서도 코믹한, 엇박의 로맨스도 흥미롭다.

기생들, 즉 여인들의 치마폭에 싸여서 자란 허색은 수려한 용모에 재주도 많지만 여심을 헤아리는 교감 능력이 탁월하다. 이준호는 천연스럽게, 리드미컬하게 허색이라는 캐릭터 안에 녹아들었다. 꽃도령 허색이 되어서 구성지게 한 가락을 뽑는다.

7월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