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비밀’, 무거운 멜로를 보게 만드는 배우들의 힘

KBS2 '비밀' 방송화면

KBS2 ‘비밀’ 방송화면

KBS2 ‘비밀’ 8회 2013년 10월 17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도훈(배수빈)은 민혁(지성)으로부터 자신과 유정(황정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받는다. 민혁이 서지희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될까 두려운 도훈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민혁은 레스토랑 파티에 유정을 데리고 오고 그녀 때문에 주먹다짐을 한다. 이 모습을 본 세연(이다희)은 이사회에서 민혁의 사장 해임안에 찬성한다. 사건 당일 유정과 도훈이 같이 있었음을 알게 된 민혁은 유정이 사고를 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리뷰
‘비밀’은 무겁다. 민혁의 복수와 집착은 세연의 말처럼 ‘폭풍의 언덕’을 닮아있고, 유정의 삶은 ‘주홍글씨’의 헤스터 프린을 연상시킨다. 정통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문학처럼 인간의 내면을 보다 깊이 들여다 보게 한다.

유정은 왼쪽 어깨에 심한 화상 흉터가 있다. 이것은 유정에게 교도소 생활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는 다리미를 잡지 못하게 할 만큼 짙은 트라우마를 남겼으며, 다른 이들로부터 ‘불량품’이라는 말을 듣게 만든다. 유정은 주홍글씨와도 같은 이 흉터를 가지고 묵묵히 살아간다. 피해자 부모에게 끊임없이 용서를 구하고, 두려워도 피하지 않는다. 반면 도훈은 죄를 가리기에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잘못을 기억하는 우철(강남길)을 버리고, 자신을 유추해 낼 수 있는 수사 기록과 증거를 없애는 등 죄는 점점 더 늘어난다. 자신이 결정을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정의 가석방을 막은 건 민혁이고, 자신이 이럴 수밖에 없었던 건 부모 때문이라고 탓을 한다. 그리고 유정에게 말한다. ‘우린’ 죄값을 치뤘다고.

이렇듯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는 ‘비밀’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 한다. 매회 눈물 연기를 선보이며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황정음은 물론, 인물들끼리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이 뿜어내는 기운 때문에 주위 공기마저 팽팽하게 당겨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몸에는 좋지만 써서 먹기 힘든 약을 달달한 표면으로 감춘 당의정처럼 진중하고 녹록지 않은 주제를 배우들의 열연으로 감싼 ‘비밀’이 자꾸만 TV 앞에 앉게 만든다.

수다 포인트
– 재벌에게 이미테이션을 팔고, 까칠 민혁 입에 살포시 밥 한 숟갈 밀어 넣을 수 있는 화술의 달인. 당신은 누구십니까?
– 강자에게 구박받는 건 여기 광수나 S본부 광수나 똑같음. 설마 여기 광수도 배신하는 건 아니겠지요? 민혁이 “광수야”하고 부를 때마다 조마조마해집니다.

글. 김진희(TV리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