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현장, ‘잔다리 페스타’ 신촌블루스부터 크레용팝까지…거대한 음악의 용광로

IMG_1045

“한국에 이렇게 풍부한 밴드 신(scene)이 존재하는지 몰랐어요. 라이브클럽이 이렇게 한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은 영국에서도 흔치 않죠. 마치 다양한 음악들이 하나로 융합되는 용광로와 같아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홍대거리 전역에서 열린 ‘잔다리 페스타’를 둘러본 데이브 피칠링기 ‘리버풀 사운드시티’ 대표는 엄지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잔다리 페스타’는 인디 신의 근거지인 홍대를 거점으로 열리는 타운형 페스티벌이다. 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 서교음악자치회, 유데이 페스티벌, 자립음악생산조합 등 홍대 인디 신의 협의체들이 힘을 합쳐 여는 행사로 인디 뮤지션들이 뭉치는 가장 큰 축제인 셈이다.

‘홍대 신’이 생겨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그 안에 다양한 음악들과 공연들이 생겨났다. ‘잔다리 페스타’는 그 다양한 움직임들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행사로 꾸며졌다. 지난 2010년 뇌경색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달빛요정 스테이지’에는 미국 그런지 록의 거물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가 코어매거진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의미를 더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북미투어를 담은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에 출연했던 텍사스의 펑크록 뮤지션 맥스 레이놀즈는 ‘잔다리 페스타’에서 공연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한국에 왔다.

DSC06736

달빛요정 스테이지에서 코어매거진과 공연 중인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

한국 밴드 계의 대선배 뮤지션들인 신촌블루스, 최이철과 사랑과 평화, 김목경 블루스 밴드는 11일 KT&G상상마당 앞 야외무대에 마련된 오프닝 공연에 올랐다. ‘잔다리 페스타’를 기획한 공윤영 씨는 “이들은 한국 록을 지탱해온 대선배 뮤지션들로 특별히 ‘잔다리 페스타’ 무대에 모시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이철은 공연 후 주차장거리 주점으로 이동해 음악 동료들과 회포를 풀기도 했다.

‘잔다리 페스타’에는 밴드들이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순서도 마련됐다. 헤비메탈 밴드 ‘피해의식’의 보컬 크로커다일은 “‘잔다리 페스타’에 나간다고 해서 홍보 포스터와 공연가이드를 준비했다”며 관객들에게 전단지를 직접 나눠줬다. 피해의식은 채찍을 휘두르며 글램 메탈의 향수를 부르는 뜨거운 무대를 마련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1381713_550793661666733_2066072437_n

헤비메탈 밴드 피해의식이 현장에서 나눠준 공연 가이드

올해 화제가 된 걸그룹 크레용팝은 윤병주(로다운 30), 김인수(크라잉넛), 이보람(삼청교육대), 박재륜(닥솔로지) 등 인디 1세대 뮤지션들이 뭉친 프로젝트 밴드 에로디(L.O.D)와 함께 야외 스페셜 무대에 올랐다. 그라인드 코어를 추구하는 에로디의 난폭한 공연이 끝난 후 크레용팝이 무대에 오르자 공포에 떨던 관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크레용팝이 에로디의 반주에 맞춰 ‘빠빠빠’를 노래하자 어느새 모인 팝저씨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크래용팝은 “작년 겨울에 홍대에서 게릴라공연을 하며 우리 음악을 알려나갔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 서게 돼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IMG_1185

홍대 주차장거리에 마련된 야외 재즈 스테이지

다양한 기획공연도 마련됐다. 프리즘홀에서는 차퍼스, 매써드, 아이언바드 등 메탈 밴드들이 총출동한 ‘헬라이드’가 열려 헤비메탈의 진수를 선보였다. 주차장거리에 마련된 야외 재즈 스테이지에서는 기타리스트 박주원, 에반스 빅밴드의 공연이 열려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와 제주도에서 온 사우스 카니발, 일본에서 온 에스카르곳 마일즈는 역시 야외무대에서 열린 ‘스카룰즈’ 무대에 함께 올라 화끈하면서도 주술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잔다리 페스타’의 열기는 자정을 넘은 시각까지 이어졌다. 12일 밤 열한 시 반경 홍대 놀이터에 마련된 자립 스테이지에 오른 밤섬해적단이 공연을 시작하자 관객들은 분기탱천해 몸 부딪히기를 하는 등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열기는 카페 aA뮤지엄의 ‘플라이 오버 더 시(Fly over the sea)’ 무대로 이어졌다. 해외 무대를 노크한 아폴로 18,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노브레인 등의 공연이 연이어 이어졌고 관객들은 새벽 2시가 넘은 시간까지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었다. 특히 노브레인의 무대에는 깜짝 게스트가 출연해 AC/DC의 ‘Highway to Hell’을 함께 연주하며 ‘잔다리 페스타’ 최고의 순간을 연출했다.

DSC07343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31곳의 무대에서 약 340여 팀의 아티스트들이 공연한 올해 행사에는 사흘간 약 5천 명의 유료관객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유명 밴드들이 출연한 공연장은 붐빈 반면, 몇몇 공연장은 객석이 한산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행사를 기획한 김민규 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 대표는 “‘잔다리 페스타’는 홍대 신에 몸담은 기획자, 뮤지션들의 자체적인 기획을 통해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기획됐다”며 “유명 뮤지션을 섭외하지 않아도 많은 관객들이 ‘잔다리 페스타’를 찾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행사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사진제공. 잔다리 페스타

  • 아르카디아

    획일화되고 거대 자본과 거대 기획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우리의 가요계에 인디의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크라잉넛이나 크레용팝은 모두 이런 인디의 기반 위에서 성장하였죠. 크레용팝의 멤버 웨이는 실제 인디밴드 엔돌핀의 멤버로 서정성 가득한 노래를 많이 선사하였죠. 길거리에서 성장한 건강한 ‘을’의 역습을 언제나 응원하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