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전혜진이 밝힌 #비스트 #이성민 #이선균 #검블유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비스트’에서 마약 브로커 춘배를 맡아 파격 변신을 선보인 배우 전혜진./ 사진제공=NEW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그녀. 최근 개봉한 영화 ‘비스트’와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전혜진이다. ‘비스트’에서는 마약 브로커 춘배 역할을 맡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격 변신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검블유’에서는 우아하면서도 걸크러시한 송가경으로 분해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다양한 역할을 연기 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할 뿐”이라는 전혜진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격적인 춘배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배경은?
전혜진: 감독님과 함께 시나리오를 보면서 영화 얘기를 했다. 한수(이성민 분)와 민태(유재명 분) 역할은 정해진 상태였다. 그러다 춘배 얘기가 나와서 “(캐릭터) 좋은데요”라고 말했는데 감독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춘배를 해 보는 건 어떠냐고 했다. 춘배는 원래 남자 역할이었다. 다음날 부터 ‘설마? 진짜인가’ 싶었는데, 이성민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한다며?”라고 하더라.

10. 막상 역할을 맡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던데. 
전혜진: 시나리오를 봤을 때 춘배라는 인물 자체는 끌렸다. 단 내가 (연기하는 게)아닐 때 그랬다. 딱 봐도 남자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성민 선배가 “네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10. 그래서 어디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준비했나?
전혜진: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인데 그래도 남성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했다. 나이도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환경에서 버티고 버틴,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배우 전혜진’이 떠오르지 않길 바랐다.

10. 춘배는 남자 이름 같은데 바뀌지 않았나?
전혜진: 원래 창배였다. 내가 맡고 나서 그나마 춘배로 바뀐 거다.(웃음)

10. 스모키 메이크업은 기본이고 타투, 피어싱까지 했다. 이런 변신에 부담은 없었나?
전혜진: 뭔가 만들어가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어느 정도 해가면 감독님께서 ‘열심히 했다’고 할 줄 알았는데 매번 ‘다른 건 더 없느냐’고 물었다. 더 센 걸 준비해도 똑같았다. 예상 밖의 리액션에 오기가 생기더라. 그러다 보니 헤어, 메이크업, 타투 등이 점점 더 과해졌고 감독님과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했다. 어떤 때는 너무 과해서 촬영 몇 시간 전에 문신을 지운 적도 있다. 기싸움 끝에 지금 춘배의 모습이 나왔는데 만족 스럽진 않았다. 결국은 피 분장 때문에 더욱 의미가 없게 됐다.

10. 영화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전혜진: 워낙 스토리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생략된 부분이 있어서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감독님은 끝까지 두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게 했다. ‘누가 주인공인지’ ‘누가 괴물인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내 안에는 한수나 민태가 없는지, 인간이란 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내가 연기한 춘배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춘배란 인물은 여러가지로 과하지 않을까?’ ‘한수를 조금 더 흔들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라.

 ‘비스트’의 이정호 감독과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펼쳤다는 배우 전혜진./ 사진제공=NEW

10. 액션이 꽤 많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전혜진: 액션도 체력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첫 촬영 날 감독님께서 만족하셔서 순조롭게 시작했는데 그 다음부턴 너무 힘들었다. 감독님은 정말 집요한 분이다. 인물의 감정을 계속 끄집어 내라고 하셨다. 특히 후반부에 춘배가 한수에게 “선택은 네가 한 거잖아”라는 대사를 할 때가 가장 어려웠다. 감독님께서 그 순간 만큼은 나에게서 악마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난 춘배에 대한 연민이 있었기 때문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 내 생각과 감독님의 의도에 접점이 있겠거니 했는데 너무 집요했다. 춥고 지쳐가는데 안 끝나더라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10. 이성민에게 맞는 장면을 찍을 때 부상을 당했다던데, 얼마나 다쳤나?
전혜진: 크게 다친 건 아니지만 아팠다. 극 중 한수가 누구하나 죽일 듯이 달려들어 춘배를 발로 차는 장면이다. ‘딱’ 하고 맞았는데 ‘잠깐만요’가 아니라 끝까지 연기하고 ‘얘, 맞았어요’라고 했다. (웃음)

10. 이성민과 친하다고 들었다.
전혜진: 서울로 올라오기 전부터 부산의 같은 극단에서 연극했다. 몇 개월 동안 같이 작업하고 지방을 돌기도 하니 끈끈할 수밖에 없다. 이성민 선배는 평소에는 아줌마 같다가도 연기할 때는 돌변한다. 춘배가 맞은 그 날도 연기에서 만큼은 욕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10. 과거와 비교 했을 때 이성민이 변한 점이 있나?
전혜진: 예전에도 말하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나선다. (웃음) 주인공을 하면서부터 주변을 더 살뜰하게 챙기는 것 같다. 극단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즐긴다. 그건 변함이 없다. 배우라는 직업이 참 잘 맞는 사람인 것 같다.

10. 남편 이선균은 춘배 역할을 맡았을 때 어떤 얘기를 해 주던가?
전혜진: ‘이런 작품이 들어왔다’ 정도는 얘기하는데 ‘했으면 좋겠다’ ‘안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남의 얘기는 서로 안 듣는 편이다. 서로 정보 전달만 한다. (웃음)

10. 영화를 보고 나서는 뭐라고 하던가?
전혜진: 지인에게 들었는데 남편이 내가 나온 모습을 보고 웃었다고 하더라. 영화는 볼수록 좋았다고 했다.

배우 전혜진이 영화 ‘비스트’부터 함께 호흡한 이성민, 남편 이선균, 드라마 ‘검블유’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사진제공=NEW

10. 남편이 출연한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칸 영화제에는 왜 따라가지 않았나?
전혜진: 나도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 배우자도 함께 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말하지 않더라. 스케줄 뺀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자유를 즐기고 싶었나보다. (웃음)

10.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예상했나?
전혜진: 영화나 드라마 모두 대중의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소재가 신선해서 흥미로웠다. 나와 비슷한 마음인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

10.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전혜진: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여자들이다. 그래서 더 편한 것 같다. 감독님과도 서로 할 말을 다 할 수 있어서 좋다. 현장 자체가 긍정적이다.

10. 극 중 송가경의 헤어스타일과 패션도 화제다.
전혜진: 재벌 역할은 처음이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비스트’의 춘배 연기를 위해 머리 한 쪽을 다 밀어서 본의 아니게 언밸런스한 헤어스타일을 하게 됐다. 헤어스타일에 의미를 두자면 밖에서는 당당하지만, 집안에서는 숨소리 한 번 낼 수 없는 아수라백작?

10. 40대인데 ‘비스트’의 춘배부터 ‘검블유’의 송가경까지, 평범하지만은 않은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여러 배역을 맡을 수 있어서 행복하지 않나?
전혜진: 행복하다기 보다 감사하다. ‘비스트’의 경우도 감독님이 내게 춘배라는 역할을 맡긴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나와 감독님이 서로 의심했었다. 춘배가 이상해지면 정말 이상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춘배가 살아야 영화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10.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전혜진: 처음엔 배우의 길을 동경하진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는데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찾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20대 때는 배우의 길이 내가 갈 길이 맞나 하는 고민이 많았다. 특히 ‘여배우’라는 단어가 나랑 안 맞는 것 같았다. 여배우를 현장의 꽃이라고 하는데 내가 꽃일까 싶었다. 이성민 선배처럼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이어지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더 연기를 즐기게 됐다. 그러면서 마음가짐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10. 팬들이 ‘검블유’ 촬영장에 커피차도 보내줬다던데. 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전혜진: 내가 ‘걸크러시’라는 이야기를 들을 줄 몰랐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적극적으로 표현해주는 팬들이 많아졌다. 팬클럽 사이트도 생기고, 진짜 커피차도 보내 주시더라. 아이돌도 아니고 예쁘지도 않기 때문에 ‘팬’이 있다는 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를 지지해 준다고 하니 고마웠다. ‘지지해줄 테니 오래오래 연기 해달라’는 말에 감동 받았다. 예전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만큼 배우로서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