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스트롱거’, 실낱같은 희망이 한 걸음에 온전히 실리기까지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스트롱거’ 포스터.

스물여덟 살 제프 바우만(제이크 질렌홀 분)은 코스트코에서 성실히 근무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청춘이다. 술집에서 제프는 한 달 전 헤어진 여자친구 에린(타티아나 마슬라니 분)과 마주친다. 아직 에린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제프는 그녀가 참가하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꼭 응원을 가겠노라 호언한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점에서 테러가 발생한다. 마침 에린을 응원하느라 결승점에 있었던 제프는 그만 두 다리를 잃고 만다. TV에서 제프의 사고 소식을 접한 에린은 그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황황한 발걸음으로 찾아 나선다. 제프는 자책하는 에린의 마음을 헤아리고 싱거운 농담으로 달래준다. 세상은 심지어 가족마저도 제프를 ‘보스턴 스트롱’이라고 부르며 영웅화하지만, 에린의 눈에는 제프의 끓는 속내가 보인다. 그녀에게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그의 모습이 읽힌다.

영화 ‘스트롱거’ 스틸컷.

‘스트롱거’(2017)는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으로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올 더 리얼 걸스’(2003) ‘프린스 아발란체’(2013) ‘할로윈’(2018)의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은 실화에 자극적인 양념을 더하지 않고, 제프 바우만이 감내하는 시간에 집중한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조디악’(2007) ‘나이트 크롤러’(2014)에서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뒤집어쓴 듯한 제이크 질렌홀의 연기를 이번 작품에서도 누릴 수 있다. 제프 바우만의 날 선 고통과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미국드라마 ‘오펀 블랙’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타티아나 마슬라니와 제이크 질렌홀의 연기 호흡도 상당히 좋다. 그래서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가 맡은 에린이라는 인물이 더욱 빛난다.

“걸을 거야. 언젠가 너랑 다시 걸을 거야.” 극 중에서 제프가 에린에게 했던 다짐의 말이다. ‘스트롱거’는 제프 바우만의 실낱같은 희망이 한 걸음에 온전히 실리기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담아낸다.

6월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