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통한 물의 인사들의 복귀, 이대로 괜찮을까?

강용석

‘썰전’에 출연 중인 강용석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한국 예능사에 전무한 인물이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정치인생 중 가장 큰 위기를 겪은 그는 그러나 스캔들 이후 3년, 종편 채널에서 가장 핫한 방송인이 돼버렸다. 그가 출연한 JTBC ‘썰전’ 그리고 ‘유자식 상팔자’는 화제면에서 혹은 시청률 면에서 중박 이상의 성적을 거둬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방송활동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인물이 공공재의 일종인 방송을 통해 얼굴을 비치는 것에 대한 거부감 탓이다. 동시에 그가 방송계에서 이만큼 자리잡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겹친다. 실제 강용석을 오랜 설득 끝에 ‘썰전’에 캐스팅한 JTBC의 김수아 PD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믿는다. 대중이 강용석이라는 사람을 방송인으로 받아들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은 대중이 거부하는데도 불구하고 고집할 수 없다”라며 “대중이 강용석이라는 사람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그를 출연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 이후로 시간이 흘렀고 방송인으로 검증 받은 상태였다.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선을 지키면서 흐름을 읽어 방송에 도움이 된다 판단되면 출연시킬 수 있다고 본다. 제작진이 ‘누구는 방송에 출연시켜도 돼’ 라거나 ‘누구는 안돼’라고 판단하는 것 역시도 위험하다고 본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문제에 명확한 정답은 없다. 많은 방송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보아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옳다, 그르다의 명확한 잣대를 들일 수 없는 사안인 탓이다. 한 번 물의를 빚었다고 해서 갱생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야박하다. 그러나 방송이 무턱대고 물의 인사들의 면죄의 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다만, 적정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다수가 동의했다. 그리고 김수아 PD의 말처럼 그것은 결국 여론, 즉 대중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가 다수였다.

신정아

TV조선 시사프로그램과 출연을 놓고 조율했던 신정아

일례로,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신정아를 한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MC 자리에 앉히려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10월 중 첫 방송을 한다고 지난 달 26일 공식 보도자료를 공개했지만, 10월 중순이 되도록 이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소식은 전무하다. 신정아를 4개월 여 설득해 캐스팅한 은경표 PD 측도 더 이상의 공식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여론이 거름망이 된 것이다.

이런 사례들과 관련, 지상파 방송국 14년 차 A PD는 “물의를 빚었다고는 하나 이들의 복귀를 무조건 차단할 수만은 없다”며 “그러나 어떤 종류의 물의를 빚었느냐가 여론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제재가 가해진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라면 방송에 출연을 하더라도 이미지 쇄신이 쉽지 않을 것이지만, 결별이나 이혼을 비롯한 개인적 아픔을 동반한 스캔들이라면 대중이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줄 것이라고 A PD는 설명했다.

또한 “그러나 또 매체의 성격에 따라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도 발생한다. 공공적인 성격이 보다 강한 지상파의 경우와 선택적으로 시청을 하는 케이블이나 종편을 같은 잣대로 둘 수는 없다”고도 전했다. 강용석이 아직 종편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의를 빚은 인사의 방송 컴백과 관련해 열려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중이 용인해야만 진정한 컴백이 가능한 것이고, 대중이 용인할 수 없다면 컴백을 하더라도 이내 무산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방송이)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중 역시도 일관성 있는 기준을 둘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조건 대중에 판단을 맡길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진부터가 명확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책임론도 등장했다. KBS의  PD는 “방송 특히 예능이라는 영역은 비호감을 호감으로 둔갑시키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 예능이 물의를 빚은 인사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라며 “예능에서 주는 면죄부들이 특정 인물뿐만이 아니라 어떤 사안 전체로 발전될 여지도 있기에 제작진이 중심을 잘 잡고 가야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케이블에 종편까지 생겨 경쟁률이 극에 다다라 ‘다름’과 ‘자극’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된 오늘날 방송가는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 것에 늘 목말라있다. 그 인물은 제2의 강용석이 될 수도 있고, 제2의 신정아로 남을 수도 있다.

A PD는 “방송이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을 마련하게 된다면, 신문 등의 또 다른 미디어는 그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해야할 역할이 주어져 있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