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현, 그에게 정치란 그리고 방송이란 (인터뷰)

유정현

유정현

1991년 SBS 아나운서 입사, 1995년 프리랜서 선언, 2007년 18대 총선 출마 선언, 2008년 서울 중랑갑 국회의원 당선, 2012년 새누리당 탈당 그리고 낙선…2013년 방송 컴백.

유정현의 최근 행보다. 현재 그는 JTBC ‘적과의 동침’과 채널 A ‘생방송 오픈 스튜디오’ 진행을 맡고 있다. 1년의 휴식을 거쳐 그는 다시 방송계로 돌아왔다. TV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의 모습이 아직은 어색해 보인다. 그만큼 그의 외도는 길었다.

그래서일까. 세상의 관심은 그의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쏠려있다. 그는 정말 정치 외도를 멈추고 방송인으로 복귀한 것일까, 아니면 그에게 방송은 정계 재기를 위한 하나의 발판인 것일까. 의심 어린 시선은 종편 출범 이후 꾸역꾸역 정치인들의 예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분위기 탓이기도 할 것이다. 의문의 시선을 질문으로 옮겼다. 그는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고 답했다. 몇몇 질문에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 발언)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Q. 지금 프로그램 두 개 하시고 계시죠. 아무래도 생방송이 더 편하신가요.
유정현 : 네, 그래요. 아나운서 출신들이 아무래도 생방송에 더 강하지 않나 싶어요. 다행히 제가 맡은 다음부터 시청률도 상승하는 추세고요.

Q. 그런가하면 JTBC ‘적과의 동침’은 방송인, 정치인 둘 모두로 살아본 입장인 만큼, 유정현 씨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다 싶기도 하고요.
유정현 : 오히려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예능이다보니 웃고 즐거워야 하는데, 아무리 세대가 많이 변했다지만, 예우를 해드려야하는 나라의 지도자가 되실 분들인데 또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을 원하는 것 같진 않고요.

Q. 그렇죠. 그분들 예우받는 걸 보려고 TV를 켜시는 분은 별로 없을 테니까요.
유정현 : 나오셨을 때 절대 후회하지 않고 가시게끔 최대한 예우를 해드리고 싶은데, 시청자들이나 제작진은 약간은 망가지기도 하고 또 어느 정도 누르기도 하고 그런 것을 원하시는 것 같아 사실 좀 괴로운 부분도 있어요. 제가 또 정치를 해보니 이분들 다 똑같아요. 잘 보이고 싶고 이런 차원이 아니라 아무래도 국회의원이었던 입장에서 존중을 해드려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Q. 차라리 방송만 했었더라면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들리는데요.
유정현 : 그랬다면 또 나름의 어려움도 있었겠죠.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어요. 어마어마한 특혜나 받고 이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해보니 똑같아요. 연봉은 많아도 보좌관 월급이니 임대료니 나가는 돈이 많고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약간 제 마음에 측은지심 같은 게 있기도 해요. 워낙에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 탓도 크고요.

Q.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먼저 질문 드릴게요. “정치는 다시 안 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 하셨는데, 정말로 그러신지.
유정현 : 정치권에서 저를 탐낼까요? 전혀 안 그럴 것 같은데요. 지금 제가 정치를 하겠다 안하겠다 뭐 그런 것보다는 제가 4~5년 정도 국회의원 생활을 하다가 당을 나왔잖아요. 지금 저는 다른 것 신경 안쓰고 방송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정치는 하지 않는 것이 저나 제 가족을 위해 현명한 판단이라고 봐요.

Q. 해보니 별로였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유정현 : 해보니까, 3D가 아니라 5D, 6D예요. 조찬을 세 군데서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주말도 조기축구회부터 시작해서 일정이 가득 차 있어 가족과 보낼 시간이 없어요. 또 금요일 밤에는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서너개씩은 기본으로 가지고, 연말에는 가장 많게는 하루 저녁에 35개 일정을 소화한 적도 있어요. 제가 25개 가고, 집사람이 10개 가고 이렇게요. 그러다보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나 헷갈려요. 창피한 이야기인데 의원 생활하면서 책을 한 권도 끝까지 못 읽어봤어요. 시간이 안 나요.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누구한테든 기회가 주어지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피폐해지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Q.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세상이 늘 몰라주고, 매번 욕만 먹어 속상하다’ 뭐 이런 요지의 말을 ‘적과의 동침’ 제작발표회에 나온 의원들이 했었죠.
유정현 : 그런데 그건 뭐 인지상정 아닌가 싶어요. 일반 분들도 생활하다보면 잘 했던 것은 사람들이 잊고, 축의금 깜박한 것 이런 것만 기억하지 않나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나라 일을 설명한다는 것부터가 재미가 없어요. 저는 ‘적과의 동침’을 통해 그저 국회의원도 보통사람과 똑같다는 것만 알려도 성공이지 않을까 싶어요.

Q. 하지만 또 ‘적과의 동침’에 나온 의원들이 여전히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지 못한 그런 느낌도 받았습니다만.
유정현 : 저는 그런 느낌은 못 받았는데. 요즘 국회의원 위상은 예전같지 않아요. 지역구에 가도 늘 ‘죄송합니다’ 해야하는 죄인이고요. 공무원들에게도 싫은 소리 심하게 못해요. 국회에서나 목에 힘줄 수 있죠. 과거에 비해 운신의 폭도 좁고요.

Q. 홍정욱 전 의원과 비슷한 시기 활동하셨죠. 공교롭게 두분 다 정계를 떠나셨네요.
유정현 : 그 분은 지금 뭘 하시는 지 잘 모르겠는데, 저만해도 방송이라는, 전문직 아닌 전문직에 종사하다보니 이렇게 돌아올 곳이 있었지만, 사실 국회의원을 한 번 한 분들은 다시 취업을 하기도 힘들어서 결국 정치 쪽에서 끝맺음을 하려고 하죠. 그게 뭐, 권력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고요. 그나마 학교에서 강의를 하거나 변호사로 돌아간다거나 이러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는 분들 보면 가장으로서의 측은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Q. 국회의원들이 측은하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러기엔 부정부패와 가까운 그런 집단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유정현 : 그건 뭐 우리가 그렇게 만든 거니까요. 18대 하면서도 그렇게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다보니 충돌이 생기고. 또 의회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동양에서는 받아들인 것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고, 부정부패했던 것이 사실이죠. 그 부분에 대해 부정할 이유는 없고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여야죠. 희석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더 흘러도 여전히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평가는 받기 힘들다고 봐요. 배우가 알게 모르게 좋은 일하고 선행하는 사람들 꽤 있지만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간통, 마약 이런 일에 관심이 더 많은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요.

Q. 국회의원들이 ‘적과의 동침’에서 게임하는 것보다, 내부적으로 변화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유정현 : 어려워요.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이런 것은 어려워요. 개헌을 빨리 하는 것이 저는 가장 좋은 것이라고 봐요. 서양에서야 민주주의가 자생적으로 발생했지만, 우리는 왕이 있던 나라에서 받아들이다보니 관계, 설정, 의제 자체가 다른 상황에서 남의 옷을 빌려와서 하다보니 아직도 국민들 내부에서도 ‘나랏님’이런 인식이 알게 모르게 남아있어서 쉽게 바꾸기는 힘든 것 같아요. 예능을 통해서 가능한 일은 확실히 아니죠. 다만, 이걸 통해서 좀 가까워졌으면 불쌍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Q. 국회의원들이 측은하다 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 고단하다는 점도 있고요.
유정현 : 맞아요. 그렇죠. 사회가 너무 다변화 되면서 세대간, 빈부간, 지역간 갈등은 더 심화됐죠.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줄어들 것 같지 않아요. 조율하는 것도 누군가를 설득하는 논리싸움으로는 쉽지 않다고 봐요. 이런 점점 깊어지는 갈등을 정권에서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안고 살아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Q. 종합해보면 상하나 좌우나 소통이 잘 안되는 것이 문제다, 뭐 이런 말씀 이신가요.
유정현 : 소통이라는 것은 그러나 다 알아요. 국회의원들도 다 알아요. 그보다는 기득권 싸움이죠. 이명박 정부 제1과제가 규제개혁이었어요. 규제개혁은 법을 없애야하는 것인데 법을 잔뜩 만들었죠. 물론 나도 법 만들었지만, 규제개혁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 생각해야돼요. 지금도 법이 참 많이 만들어지는데 그게 어찌보면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규제죠.

유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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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계만 계속 말씀하시는데, 정계 들어가셔서 하시다보니 느낀 것은 다 한계였다 이런 말씀으로(웃음). 사람들이 정치인에 욕을 많이 하는데 그게 또 실은 희망과 기대를 걸었기 때문인데 말이죠.
유정현 : 제가 너무 자조적인 소리만 해서 그런데, 너무 새누리당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원조만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유일한 나라가 또 우리나라잖아요. 이런 자조적이고 비판적인 목소리도 그만큼 또 하나의 잘 살기 위한 원천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국민들 눈높이 수준에 우리가 맞추지 못할 뿐, 대한민국은 덜컥거리고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잘 굴러가려고 그런 것이라고 봐요.

Q. 방송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지상파에서의 러브콜은 없었나요.
유정현 : 있긴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게스트 출연 요청 이런 것이 들어왔지만 여러 이유로 안했고 못했죠. 순리대로 풀릴 것이라 봐요.

Q. 방송이 더 잘 맞나요, 아니면 그래도 정치가 더 잘 맞았다 생각하시나요.
유정현 : 주위에서는 다들 방송 다시 시작했더니 얼굴이 편해졌다고 이야기해요. 친구들도 ‘친구로서는 국회의원 유정현이 더 좋았지만, 네 얼굴 보면 방송 다시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래요. 그만큼 제가 찌들었었나 봐요. 다만, 제가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께는 항상 마음 속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인간 유정현이 좋아서, 또 지역을 위해 열심히 했다 생각하고 찍어주신 것일텐데 말이죠. 큰 빚을 진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으로서는 돈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내서 나라에 좋은 곳에 쓰일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분들을 위한 것 아닌가 싶어요.

Q. 강용석 전 의원이 방송계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어요. 보시면 좀 어떤가요.
유정현 : 저와는 출발 자체가 다르잖아요. 아나운서 출신이었다고 하면 배 아팠을 수도 있는데, 출발부터가 달랐으니까요. 주변에서도 많이 비교하는데 똑같이 말해요. 출발이 달랐고 갈 길이 다르다고.

Q. 요즘 신정아씨 방송 출연 설로 한참 시끄러웠어요. 방송인이 아닌 분들 중에 물의를 일으키신 분이 방송에 출연하고 이런 부분들이 이슈가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정현 : 그런데 그 분은 정말 출연하시는 건가요.

Q. 출연 안한다 보도 나온 이후, TV조선에서는 더 이상 공식적인 코멘트는 없었어요.
유정현 : 뭐, 요즘 TV에 의사선생님들 많이 나오시잖아요. 의학적 지식 향상이다 이런 필요한 측면에 있어서 그러신 것처럼 비슷하다고 봐요. 게다가 방송이 어디 자기가 출연하고 싶다고 가능한 건가요. 다 많은 고민 끝에 기획한 제작진이 불러줘야 가능한 거잖아요. 저는 요즘같은 다채널 시대에 다양한 인물들이 출연하는 건 하나의 사회현상이라고 봐요.

Q. 끝으로, 앞으로 목표를 들려주세요.
유정현 : 프로그램을 많이 해야겠다 이런 목표는 없어요. 제가 맞으면서 시청자에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야겠다 싶은데, 너무 예능은 제가 이 나이에 하기가 그렇고요. 예전만큼의 사랑을 받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방송 외적으로는 다른 부모들과 똑같이 아이들을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잘 키워야겠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외에는 원대한 포부가 없어요.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