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 종영] ‘장르 섞기’ 실패가 낳은 참극…연기력 낭비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5일 방영된 tvN 월화드라마 ‘어비스’ 방송화면.

tvN 월화드라마 ‘어비스: 영혼 소생 구슬(이하 ‘어비스’)’은 시작부터 기대와 걱정의 시선을 받으면서 출발했다. 1회당 약 1시간 30분 분량, 16회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로맨스, 판타지, 스릴러, 추리 등 복합 장르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복합 장르물을 봐 온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도 맞춰야했다. 그러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고, 지난 25일 종영한 ‘어비스’는 9회 연속 시청률 2%대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어비스’의 마지막회는 16회에 걸쳐 벌여놓은 로맨스와 판타지 등의 전개를 마무리하기에 급급했다. 고세연(박보영 분)은 차민(안효섭 분)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행복한 일상이 이어지려고 했으나 고세연은 서지욱(권수현 분)에게 총을 맞아 정신을 잃었다. 차민은 영혼을 소생하는 구슬인 어비스를 사용해 고세연을 살려냈다. 그러나 차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잘못이 아니야”란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로부터 수년간 고세연은 차민이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갔다. 어비스도 계속 갖고 있었다. 그동안 서지욱은 사형을 구형받았다. 변호사 사무실을 공동 개업한 고세연은 업무가 끝난 어느 날 차민과 갔던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걸어가던 고세연은 한 아이와 부딪혀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다. 고세연이 “아깝다”고 말하자 뒤에서 갑자기 차민이 “아까운 게 문제야?”라며 나타났다.

차민은 고세연에게 항상 그의 주변에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고세연을 비롯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또 다른 어비스를 가진 폐지 줍는 알아버지를 만나면서 돌아올 수 있었다.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차민을 살린 것이다. 차민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고세연은 임신 소식도 알렸다. 그러자 차민이 가지고 있던 어비스도 사라졌다. 어비스의 소유자가 어비스보다 더 큰 선물을 가지게 되면 어비스는 소멸하게 돼 있기 때문이었다. 차민은 고세연과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해 상상하고 기뻐했다. 두 사람의 포옹 신과 함께 ‘어비스’는 끝이 났다.

‘어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소재부터 진부했다. 영혼이 되살아난다는 콘셉트는 국내외 판타지물에서 수없이 사용했던 클리셰다. 이 진부함을 벗어나려면 구슬이라는 매개체를 좀 더 창의적이면서 설득력있게 활용해야 했다. 그러나 고세연과 차민은 구슬을 통해 다른 얼굴로 태어났으나 서지욱 등 다른 인물은 같은 얼굴로 되살아난다는 설정은 의문만 불러 일으켰다. 드라마 전개 중 갑자기 등장하는 어비스의 법칙들도 어색하게 다가왔다. 연쇄살인마란 소재도 언제 어디서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에선 채널만 돌리면 손쉽게 볼 수 있다.

식상하고 납득도 되지 않는 대본임에도 ‘어비스’가 고정 시청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엔 박보영이 큰 몫을 했다. 대본의 허술함을 박보영의 연기가 메웠다. 이시언도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넉살맞은 연기로 재미를 줬다. 2018년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이후 ‘어비스’를 선택한 권수현은 극의 무게감을 잡으며 제몫을 충분히 해냈다. 그러나 어설픈 대본과 설정에 가려져 아쉬움을 자아냈다.

‘어비스’ 후속으로는 ’60일, 지정생존자’가 오는 7월 1일 밤 9시 30분부터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