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우주소년’ 정승환, 꿈을 이룬 날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정승환. / 제공=안테나

“안녕하세요, ‘우주소년’ 정승환입니다. 여러분은 행성에 도착하셨습니다. 오늘은 제가 ‘꿈의 무대’에 오른 역사적인 날이에요. ‘공연형 뮤지션’이 되겠다는 대단한 각오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23일 오후 5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무대에 오른 가수 정승환이 처음 한 말이다. 지난해 이화여대 삼성홀(약 700석)에서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연 그는 1년 만에 3000석 규모의 공연장에 섰다. 정승환은 2016년 가수로 데뷔하기 전, 소속사인 안테나의 합동 콘서트에서 코러스로 참여했을 때를 떠올리며 “언젠가 이 무대에서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이뤄졌다”며 벅찬 표정을 지었다.

정승환은 이날 약 180분 동안 ‘뒷모습’ ‘눈사람’ ‘너였다면’ ‘이 바보야’ ‘그 겨울’ ‘잘 지내요’ ‘믿어’ ‘사뿐’ ‘제자리’ ‘우주선’ 등 데뷔곡부터 지난 4월 발표한 두 번째 미니음반 ‘안녕, 나의 우주’에 담긴 노래까지 26곡을 불렀다. 공연의 전체 콘셉트는 최근 내놓은 음반의 제목처럼 ‘우주’로 정했다. 새 음반에 수록된 ‘뒷모습’을 부르며 마치 우주선에서 막 내린 듯 화려하고 웅장하게 공연을 시작했다.

무대에 설치된 화면은 곡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계속 바뀌어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조명도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채롭게 활용했다.

정승환은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 ‘눈사람’과 애절한 목소리가 돋보인 ‘너였다면’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어 ‘다시, 봄’ ‘비가 온다’ ‘숲으로 걷는다’ ‘그 겨울’은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별까지 네 가지 챕터로 나눠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했다. 그는 “내 노래 중에 계절에 관한 곡들이 많다. 같은 노래여도 모두 다른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노래를 들으며 그 계절 속 누군가를 떠올리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가수 정승환. / 제공=안테나

정승환은 발라드곡뿐만 아니라 흥겨운 리듬의 노래로도 관객들의 호응과 참여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믿어’를 비롯해 ‘사뿐’ ‘타임라인’ 등을 부르며 기타 연주와 아이돌 가수의 춤까지 준비해 색다른 면을 드러냈다.

특히 ‘사뿐’과 ‘타임라인’을 부를 때는 2층 중앙 객석의 밑에 설치된 타원형의 무대에 올라 기타를 잡았다. “이번 공연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는 그는 관객들의 눈을 바라보며 마치 듀엣 호흡을 맞추듯 노래했다. 이후 본 무대로 돌아가 화려한 조명에 맞춰 역동적인 춤도 보여줬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엮어 모창도 했다. ‘청출어람 메들리’라는 제목을 붙였다. 정승환은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90초 만에 공연 티켓이 매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콘서트가 2019년 공연 흥행 순위에서 42위를 했다.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선배들의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수 정승환. / 제공=안테나

공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박효신의 ‘굿바이(Good Bye)’를 시작으로 바이브의 ‘다시 와주라’ ‘술이야’, 정준일의 ‘안아줘’,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를 쉬지 않고 열창했다. 각 가수들의 특징을 따라 해 관객들의 웃음도 자아냈다. 마무리는 SBS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K팝스타4’에 출연했을 때 부른 김조한의 ‘사랑에 빠지고 싶다’로 마무리 지었다.

이후 짙은 감성을 앞세운 ‘보통의 하루’와 ‘변명’으로 분위기를 확 바꿨다. 정승환은 3시간 내내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스스로는 “진행이 서툴고 엉성할 수 있겠지만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MBC 라디오 FM4U ‘음악의 숲’의 DJ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공연의 흐름도 매끄러웠다.

두 번째 미니음반의 타이틀곡 ‘우주선’을 부르고 들어간 정승환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다시 무대에 올라 자작곡 ‘옥련동’, 지난해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음반 ‘그리고 봄’에 담긴 ‘이 노래가’를 앙코르 곡으로 택했다.

유쾌한 농담으로 관객들을 웃게 하면서도 “가수는 공연”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고스란히 녹인 차진 구성으로 완성도 높은 콘서트를 만들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