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깊고 강한 남자의 순정이 가슴에 차오를 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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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봐도 조각같은 이목구비를 지닌 이 배우는 이지적이고 냉철해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털털하고 유쾌한 성격을 지녔다. 인터뷰 장소인 신사동 가로수길을 혼자 걸어오면서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에게 일일이 응대하며 오느라 늦었다”며 웃는 그는 최근 출연 중인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 속 모습보다는훨씬 앳되고 밝은 분위기다.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닌 커플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결혼의 여신’에서 그는 대기업 가문의 검사 강태욱 역을 맡았다. 보수적이고 물질중심적인 시댁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내 지혜(남상미)와 끊임없이 갈등하는 태욱은 극중 변함없는 ‘해바라기 사랑’을 보여주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Q. 드라마가 어느덧 마지막(27일 종영)을 향해 가고 있다.
김지훈: 사실 요즘 촬영장 분위기는 우울하다.(웃음) 극이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등장인물들이 매일같이 울거나 소리지르고 싸우고, 수심에 잠겨 있는 모습이 오래 가다 보니 배우들이 모두 캐릭터에 빠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Q. 극중 태욱은 온갖 갈등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사랑을 지켜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지훈: 캐릭터 성격상 주로 명령조에 강한 느낌의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다 보니 태욱이 지닌 진심,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란 고민을 늘 하면서 촬영한다. 내가 보기에 태욱은 더할 수 없는 순정파다. 사랑의 기술은 없지만 마음만은 활화산같이 타오르는 인물이랄까.

Q. ‘남자의 순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겠다.
김지훈: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태욱이 겉으로는 감정적으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캐릭터라 깊게 들어갈수록 더 집안과 사랑하는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입장이 이해가 되고 서럽더라. 어디 하나 기댈 데 없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감정이 과잉이 되곤 했다. 감독님이 ‘감정이 차오르는 모습은 최대한 보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실 정도로.(웃음) 늘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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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중에서도 가장 서러웠던 장면을 꼽는다면?
김지훈: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당신은 결혼해서 1년 동안 한번도 내게 온전히 마음을 준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태욱의 입장에선 아내에게 바라는 건 오직 사랑뿐이었는데 좀체로 마음을 열지 않는 아내의 모습에 힘들어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Q. 극중 태욱과 지혜 두 사람이 이혼을 할지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결말이었으면 좋겠나.
김지훈: 뜨뜻미지근한 건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선택을 안한 부분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는 편이다. 나라면 아마 부모님께 강하게 반발을 하고 둘이 나가는 편을 택하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애써도 아내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결국 포기하지 않을까.

Q. 실제 사랑을 할 때도 명확한 태도를 보이는 편인가.
김지훈: 음…답답한 건 싫다. 내가 내 감정에 솔직한 편이니 상대방도 최대한 그랬으면 좋겠다. 미온적인 태도보다는 좋고 싫고가 분명한 게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Q. 그간 주로 카리스마있고 반듯한 이미지의 역할이 많았다. 이번 작품도 역할로는 그런 이미지의 연장선상이었던 것 같다.
김지훈: 변호사 역할을 해봤는데 검사는 사실 처음이었다. 예민하고 날렵한 모습을 만드느라 살도 3~4kg정도 뺐다. 드라마에서 직업적인 면을 잘 보여주진 않았지만 내 이미지와 잘 맞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Q. 당초 역할 제안을 받았을 때는 많이 끌리진 않았었다고 들었는데.
김지훈: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주말드라마라고 해서 이전 작품들과 비슷비슷한 요소가 많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시놉시스를 보니 마음이 찡했다. 결혼과 관련한 얘기가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인 요소가 있어 마력처럼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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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벌가 남자주인공이 방송작가인 여자주인공과 결혼해 갈등을 겪는다는 설정이 10여년전 방송된 SBS ‘불꽃’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김지훈: 방송 초반 그런 얘기도 들었는데 실제적인 내용 전개나 캐릭터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내가 참고했던 건 영화 ‘색, 계’의 양조위였다. 굉장히 절제돼있으면서도 마음 속에 타오르는 사랑을 표현하는 점이 인상적이어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Q. 조각처럼 잘 생긴 외모가 때론 연기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생각하나.
김지훈: 연기를 하면 할 수록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오히려 외모를 기준으로 캐릭터가 정해지는 경우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갈증을 느끼곤 했다. 외모를 떠나 캐릭터에 충실하면 훨씬 멋져보이는 것 같다. 다양하게 역할을 소화할 수 있도록 차츰차츰 영역을 넓혀가는 게 필요한 시기다.

Q. 연기 폭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데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나보다.
김지훈: 건달이나 순정파 깡패처럼 망가지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엘리트이거나 섬세하고 똑부러지는 인물을 주로 맡아왔는데 ‘과연 김지훈에게 어울릴까’란 의문을 가질 만한 틀을 깨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Q.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가벼우면서도 허당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은데…
김지훈: 가식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MBC ‘라디오 스타’처럼 돌발성이 엿보이고 ‘날 것’이 살아 있는 형식에 매력을 느낀다. 예능을 통해 연기자로서 도움을 얻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고. 하지만 본업인 연기에 방해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따져봐야할 것 같다.

Q. 작품이 끝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나.
김지훈: 구체적인 계획은 못 잡았지만 따뜻한 나라에 가서 좀 뒹굴뒹굴하다 오고 싶다. 항상 날이 서 있는 역할이라 몸과 마음이 내내 긴장한상태로 몇 개월이 지나온 것  같다.(웃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