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차칸남자’는 안 되고 ‘반창꼬’는 되는 이유는?

KBS2 드라마 '착한남자'

KBS2 드라마 ‘착한남자’

‘우와한 녀'(tvN 드라마) ‘대.다.나.다.너'(그룹 빅스의 곡) ‘찌질이'(가수 하현곤의 곡)

올해 발표된 드라마와 노래 중 잘못된 한글 표현 혹은 비속어 사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례다. 사실 대중문화매체(상품)를 통한 한글 파괴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중문화매체의 성격상 좀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권고안을 내놓고 있는 국립국어원의 입장은 어떨까?

대중문화매체의 한글 표기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는 지난해 KBS2 드라마 ‘착한 남자’ 방송 당시 불거진 논란이다.

당초 ‘차칸남자’라는 표기로 발표됐던 이 작품에 대해 KBS는 ‘착한’의 반어적인 의미로 쓰였으며 드라마 전개상 필요한 단어라며 ‘차칸남자’라는 제목을 고수했으나 한글단체의 거센 항의와 국립국어원의 권고에 따라 결국 ‘착한 남자’로 제목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비슷한 시기 개봉한 영화 ‘반창꼬’는 ‘반창고’를 센 발음으로 표기한 원제목 그대로 관객들과 만났다. 다만 배급사 NEW가 보도자료를 통해 올바른 맞춤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다른 기준이 적용된 데 대해 국립국어원은 ‘매체의 차이’를 이유로 들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한글 사용 권고안은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 △은어·통신어·비속어 △인격 모독 표현 △비표준어·비문법적 표현 △차별적·폭력적·선정적 표현의 사용 여부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영화 '반창꼬' 포스터

영화 ‘반창꼬’ 포스터

이런 기준과 함께 각 매체의 차이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김형배 학예연구사는 “지상파 드라마는 불특정 다수를 시청 대상으로 하지만 영화는 유료로 이용하는 선택적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잣대가 더 느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케이블TV나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 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관대한 잣대를 적용받는다. 실제로 올해 초 방송한 tvN 드라마 ‘우와한 녀’는 방송 초기 제목과 관련해 잘못된 표기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가요 제목이나 가사는 어떨까? 이들은 방송사의 자체 심의를 받을 뿐 국립국어원의 주요 권고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한글단체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국립국어원이 자문 역할을 진행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최근에는 대중문화매체의 한글 바로쓰기 권고가 좀더 느슨해져야 한다는 인식도 존재하다. 무리한 한글 파괴 현상은 자제돼야 하지만 규제가 지나칠 경우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형배 학예연구사는 “매체에서 쓰이는 언어는 일상적인 언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작품의 의도가 훼손되고 대중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다”며 “때문에 권고안의 작성 기준도 그 시대 대중의 정서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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