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딴맛으로 우회한 MIB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포스터.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년 전. 지구로 찾아든 외계인을 감시하면서 일반인이 외계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은폐하는 임무까지 수행하는 일급 국가기밀 조직 ‘MIB(Men In Black)’의 에이전트가 외계인이 나타난 브루클린의 한 집으로 향한다. 이 집의 어린 딸 몰리는 에이전트가 뉴럴라이저로 부모의 기억을 삭제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몰리는 외계인 베이비 루카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돕는다. 루카는 “카블라 낙슐린”이라는 외계어를 남기고는 사라진다.

20년 동안 MIB를 당차게 쫓던 몰리(테사 톰슨 분)는 마침내 본부를 발견한다. 그리고 에이전트 0(에마 톰슨 분)로부터 수습이긴 해도 에이전트 M으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우주의 진실, 우주의 섭리를 알고 싶다는 몰리의 진심이 에이전트 0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MIB의 런던 본부로 간 에이전트 M은 몇 년 전 파리에서 7세대 광선총과 재치로 세계를 구한 에이전트 H(크리스 헴스워스 분)와 한 팀을 이루게 된다. 그들은 에이전트 H와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각별한 런던 본부장 하이 T(리암 니슨 분)의 은근한 지원을 받는다.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스틸컷.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1997), ‘맨 인 블랙 2’(2002), ‘맨 인 블랙 3’ (2012)의 스핀오프다. 쭉 연출을 맡았던 배리 소넨필드가 기획으로 물러서고, F. 게리 그레이가 감독으로 나섰다. ‘맨 인 블랙’ 시리즈 최고의 파트너 에이전트 K(토미 리 존스 분)와 에이전트 J(윌 스미스 분)가 물러난 자리에는 에이전트 H와 에이전트 M이 착석했다.

에이전트 H는 완벽한 수트발을 자랑하면서도 줄무늬 양말을 고집하고, 너스레웃음이 매력적인 남성이다. 에이전트 M은 비록 수습이지만 올찬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다. 게다가 ‘못생쁨’으로 요약되는 외계인 포니(쿠마일 난지아니 분)가 그녀를 깍듯이 섬긴다. 에이전트 M의 포켓에 들어간, 흡사 브로치처럼 보이는 포니는 입담도 좋아서 더욱 빛이 나는 캐릭터다. 사실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아스가르드의 토르와 발키리로 호흡을 맞춘지라 기시감이 드는 조합이다.

‘맨 인 블랙’ 시리즈의 지구는 외계인도 외국인으로 여겨질 만큼 만화경 같은 공간이다. 우주 안의 지구가 아니라 마치 지구가 우주를 품은 듯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제목값을 하듯 뉴욕 뿐 아니라 런던, 파리, 마라케시 등 다양한 공간이 등장한다. 그러나 다채롭지는 않다. 예측 가능한 흐름이 캐릭터를 키우지도 서사를 키우지도 못했다. 그래서 빌런으로 내세운 다이아드넘의 쌍둥이 외계인이나 하이브도 그닥 위협적이지 않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맨 인 블랙’ 시리즈 특유의 감칠맛에서 딴맛으로 우회했다. 우선 이 영화는 시리즈를 단 한 편도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곳곳에 웃음 포인트도 살아있어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은, 단맛을 자아내는 오락영화다. 극 중 에이전트 K와 에이전트 J는 런던 본부장 하이 T의 사무실 벽에 걸린 액자 속 그림으로만 등장한다. K의 묵직한 얼굴, J의 거침없는 입담, 배리 소넨필드의 위트 넘치는 연출로 뽑아낸 감칠맛이 그리운 관객에게는 여러 모로 아쉬울 수 있지만.

6월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