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봉준호의 비밀병기, 최우식·이정은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 글에는 영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개봉 12일째 72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영화가 흥행까지 하며 예술성과 대중적 재미를 모두 챙겼다는 평가다. 이 기세라면 1000만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봉준호 감독이 큰 줄기를 만들어 섬세함을 엮었고, 그 바탕 위에서는 그의 페르소나인 배우 송강호가 뛰어논다. 하지만 봉 감독의 비밀병기는 또 있다. 바로 기택(송강호 분)의 아들 기우 역의 최우식과 박 사장(이선균 분)네 입주 가사 도우미 이정은이다.

최우식은 ‘기생충’에서 화자의 역할을 한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친구의 고액 과외 자리 소개부터 가족들을 모두 박 사장네로 끌어들이기까지 기우라는 캐릭터가 중심에 있다. 마른 체격과 둥글둥글한 인상, 그의 평범한 외모는 오히려 그에게 뭘 붙여도 되는 장점이 됐다. 두드러지지 않는 매력이 작품에 녹아드는 힘이 된 것이다.

절정의 사건이 지나간 후 현재의 상황과 심경을 얘기하는 기우의 목소리는 덤덤하다. 구름처럼 뭉게뭉게 잡을 수 없지만 기우의 위를 떠다니는 꿈은 기우가 있는 반지하방과 대비되며 더욱 서글프게 느껴지게 한다.

칸 영화제 포토콜에 선 이정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정은은 영화에서 반전을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포스터에도 영화 소개 자료에도 그의 이름이 부각되지 않지만 ‘기생충’에서 그가 연기한 문광을 빼놓고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다다를 수 없다.

폭우가 쏟아지는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와 괴기한 자세로 지하실 문을 열고 정신없이 뛰어 내려가는 문광.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굴다가 허점을 파고들며 꼼짝 못하게 만드는 문광. 그런 문광을 보면 포근하고 부드럽게 보이는 두부에서 눅눅한 곰팡이를 발견하는 기분이다.

배우 최우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두 사람은 봉 감독의 전작인 ‘옥자’와 ‘마더’에 출연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다. 최우식은 ‘옥자’에서 슈퍼돼지 옥자를 운반하는 트럭 운전기사 김군으로 짧게 등장한다. 단역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4대 보험도 들지 못하는 비정규직 청년 트럭운전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우식은 ‘옥자’ 뒤풀이 때 봉 감독에게 언질을 받았다. 봉 감독이 다음 스케줄에 대해 물어본 것. 약간의 기다림 후 기우를 맡게 됐다. 최우식은 “아버지가 송강호 선배이고 봉준호 감독님이 만드는 영화에서 화자로서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부담도 많고 생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정은은 ‘마더’에서는 죽은 여고생의 친척으로 짧게 나왔고 ‘옥자’에서 옥자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이정은은 “감독님이 원하는 건 소리의 질감보다 느낌이었다. 짐승이 사람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 캐스팅에 대해서는 “‘옥자’를 찍을 때 감독님이 내년에 스케줄을 비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뭔가 생각하는 게 있으시구나 하고 잊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내가 나올 부분의 콘티 몇 장을 보내줬다”며 “대본은 쓰고 있으니까 나중에 보여주겠다. 재밌고 이상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기생충’에서 사회적으로 보면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 둘의 캐릭터가 저지르는 깜찍한(?) 악행은 웃음과 울음을 모두 만들어낸다. 평범하고 선해 보이는 외모도 한몫한다. 어떤 상황, 어떤 공간에서도 이질적이지 않다. 그런 두 사람이 보여주는 연기는 관객들의 공감대를 높인다. 이들이 봉준호의 새로운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이유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