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탐구영역, 이준

이준

‘셀프탐구영역 – 이준영역’을 다 풀고 난 이준이 문제지를 들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정지훈(비)의 아역으로 배우로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준. 엠블랙으로 데뷔하기 전 ‘닌자 어쌔신’을 촬영한 그는 개봉 즈음 아이돌그룹 엠블랙으로 데뷔했다. 엠블랙으로 소녀 팬들의 ‘환호’를 받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신 만의 매력을 뽐낼 때의 그는 영락없는 아이돌그룹 멤버다. 반면 드라마 ‘정글 피쉬’, ‘아이리스2’ 등을 통해 틈틈이 연기 활동까지 병행하며 자신의 연기 영역을 만들어가는 충무로의 시선을 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즘 그는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는 ‘배우는 배우다’(감독 신연식)의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단역에서 톱스타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캐릭터로 첫 주연을 맡아 노출을 포함한 파격적인 연기도 거침없이 소화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음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이준이 이번에는 또 하나의 영역에 도전했다. ‘셀프탐구영역’의 시험지를 제시하자 “재밌겠다”며 미소를 띈 채 펜을 잡아들었다. 이내 고민 가득이다. 만만치 않은 문제를 만났다는 듯 한 문제, 한 문제 고심을 하며 진지하게 풀어갔다. “어떻게 풀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이준의 시험지를 공개한다.

이준
1. 다음 중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연기돌을 고르시오.

출제의도 : 최근 연기를 병행하는 아이돌 멤버들은 무수히 많다. 정은지, 임시완, 이준호, 수지 등 예전과 달리 연기력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연기돌’로 불리는 이들도 상당히 많아졌다. 드라마, 영화 등 작품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해 해내며 여느 배우 못지않다. 10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배우다 배우다’ 주연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이준은 어떤 멤버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을지 살짝 엿보기 위해 출제했다.

보기 : 박유천, 김재중, 임시완, 김동준, 옥택연, 황찬성, 이준호 윤아, 유리, 서현, 수영, 김현중, 유이, 정은지, 수지, 은정, 효민, 유노윤호, 최강창민, 정용화, 강민혁, 이종현, 크리스탈, 손나은, 최시원, 최승현(탑), 임슬옹, 호야, 이홍기, 윤두준, 이기광, 엘

답 : 임시완, 김동준, 옥택연, 황찬성, 이준호, 정용화, 이홍기, 윤두준, 이기광.

이준은 문제를 보자마자 큰 고민 없이 답을 써 내려갔다. 허나 왠지 모르게 ‘친한 사람’을 뽑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친한 사람 위주인 것 같다”고 물었더니 “맞아요”라고 웃음이다. 이준은 “저랑 친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을 뽑았다”며 “같이 배우는 입장이고, 같이 파이팅 해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너무 식상한 답변. 그래도 이들보다 더 잘하는 게 있는지 파고 들었다. 이준은 “아이돌 멤버 중 노출 등 파격적인 연기는 제가 처음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만큼은 제가 제일 잘하지 않을까”라고 답변했다.

이준
2. 다음 중 자신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고르시오.

출제의도 : 아이돌의 예능 출연은 기본. 하지만 ‘예능돌’이란 타이틀을 얻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비춰볼 때 이준은 여러 예능에 출연해 색다른 매력을 전했다. ‘준빡이’을 비롯해 수많은 별명까지 챙겼다. 참고로, ‘배우는 배우다’ 역시 예능 프로그램인 ‘강심장’이 출발점이란 사실. 그래서 이준, 스스로 어떤 예능에서 자신의 매력이 가장 돋보였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보기 : 우리 결혼했어요, 런닝맨, 라디오스타, 화신,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고쇼, 스타킹, 강심장, 스타 골든벨, 인간의 조건

답 : 전부

아무리 예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고 하지만 모든 보기에 체크를 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예능에 대한 굉장한 자신감으로 보였으나 속내는 깊은 곳에 있었다. 이준은 “예능마다 굉장히 열심히 했다. 그래서 어떤 예능이든 어느 정도의 애정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 좋다고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때론 어리바리하고, 때론 엉뚱하고, 때론 무모해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속 그의 모습은 가식이 아니라 진솔했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은 것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모든 예능에서 그는 그래왔던 것이다. 시험 답안만으로도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3. 다음 엠블랙의 가수 활동 컨셉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시오.
출제의도 : 각종 예능이나 작품에서 보여준 이준의 모습과 엠블랙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이준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무대 위에선 이준 개인이 아닌 엠블랙 멤버이기 때문. 모든 아이돌 그룹들이 그러겠지만, 엠블랙 또한 신곡이 나올 때마다 그에 맞는 컨셉트로 대중을 공략한다. 이준 역시 개인이 아닌 엠블랙 멤버로서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매력은 분명 다를 터. 그래서 이준 개인은 어떤 컨셉트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할 지 궁금했다.

보기 : ① SEXY BEAT – 섹시한 남자 ② Y – 나쁜 남자 ③ 모나리자 – 정열적인 남자 ④ 전쟁이야 – 강한 남자 ⑤ RUN –일지매 ⑥ Oh Yeah – 블랙뱀파이어

답 : Y – 나쁜 남자, Oh Yeah – 블랙뱀파이어

이준은 큰 고민 없이 Y(와이)와 Oh Yeah(오예)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굉장히 명쾌했다. “그때까지 저희가 반응이 좋았다. 그 이후로는 그다지….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게 이준의 답변이다. 오히려 출제자가 무안해졌을 정도다. 2009년 ‘오예’라는 곡으로 활동할 당시 엠블랙의 컨셉트는 블랙뱀파이어였다. 여기에 섹시함이 더해지면서 많은 인기를 모았다. 비가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한 ‘와이’는 사랑하는 여자의 배신에 대한 복수와 용서 등 남자들의 솔직한 마음을 담은 곡으로 나쁜 남자 컨셉트. 이준의 말처럼, 엠블랙의 인기는 뜨거웠다.

이준
<주관식>

4. 다음 빈 칸을 채우시오.
출제의도 : 아이돌 그룹의 특징 중 하나는 개별 활동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룹 활동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완벽한 팀워크가 하루 이틀 사이에 나오는 게 절대 아니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멤버들과 자신을 놓고, 어떤 점을 비교하는지를 엿보고, 이를 통해 엠블랙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보고자 출제했다.

답 :
나는 승호보다 머리가 크다.
나는 천둥보다 키가 작다.
나는 지오보다 털이 없다.
나는 미르보다 눈이 작다.

이준의 답변은 단순했다. 모두 외모적인 부분으로 빈 칸을 채웠다. 다소 싱겁게 느낄지 모르겠으나 이 단순했던 대답에는 멤버들에 대한 이준의 ‘배려’가 숨어 있다. 이준은 “제 단점만 썼다”며 “멤버들이 옆에 있거나 같이 있을 땐 흉을 볼 수도 있는데 저 혼자 인터뷰를 할 때나 같이 없을 땐 (흉을 보기가)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농담 삼아 웃자고 이야기를 한 건데 곡해될 수도 있더라. 그런 일도 있었고”라며 “그래서 앞에서만 놀리고, 흉 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머리가 크고, 키가 작고, 털이 없고, 눈이 작다’는 게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이준의 단점일 수도 있지만 멤버에 대한 이준의 마음 씀씀이를 엿보기에 충분했다. 개별 활동이 많다 보니 자주 못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준은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다. 같이 하는 일정도 많고, 따로 만나기도 한다. 가족들보다 더 자주 보는 사람들이니까”라고 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의 팀워크는 바로 이렇게 형성되는 듯 보였다.

5. ‘배우는 배우다’로 6행시를 지으시오.
출제의도 : 이준만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문제다. 스크린 첫 주연작 ‘배우는 배우다’ 개봉을 앞두고 있어 주제를 영화 제목으로 했다.

답 :
배 – 배우란? 일상에 지친
우 – 우리들에게 좋은 연기로
는 – 은혜를 줍니다. 저 창선이는 여러분들에게 앞으로
배 – 배신하지 않고
우 – 우수한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
다 – 다.

거침없이 답을 써 내려가던 이준이 가장 어려워했던 순간이다. 문제지에 ‘정말 어렵네요’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뭐라고 썼는지 잘 모르겠다. ‘는’으로 시작되는 말도 없고, 아마 앞뒤 말도 잘 맞지 않을 것 같다. 정말 어려웠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본명까지 더해가면서 팬들에게 전하는 ‘약속’ 같은 답을 남겼다. 그리고 영화 속 이준이 맡은 오영의 행동을 반성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이준은 “영화를 떠올리지 않고 했다”곤 했지만 영화 속 오영은 톱스타가 된 후 나쁜 행동을 일삼는다.

이준
6.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출제의도 : 영화 개봉을 앞둔 이준. 부산영화제에서도 영화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 없이 보냈고, 지금도 영화 관련 인터뷰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연히 ‘배우는 배우다’를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았지만 ‘4차원’이란 소리를 듣는 이준이기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답 : 이준은 요즘 (나탈리 포트만)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역시나 이준은 의외의 답을 적었다. 영화와 관련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나탈리 포트만을 쓴 건 예상 밖이었다. 이준은 “정말 순수한 팬이다. 여자로서 좋아하기 보다 연기자로서 존경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은 영화 ‘블랙 스완’을 10번 이상 봤을 정도로 나탈리 포트만의 팬이라고.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연기’를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만큼 이준의 마음 속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학도 한다. 언젠가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서게 된다면 나탈리 포트만과 호흡을 맞출 수도 있지 않을까. 불가능하다고? 이준은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눈에 띄어 ‘닌자 어쌔신’으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ninephoto@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