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내가 덜 징그러운 인간이었으면 좋겠다”(인터뷰)

유아인
겸손이 미덕으로 평가받는 쇼비지니스 세계에서 유아인의 행보는 남다른 면이 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본질을 껍질 속에 감추려하는 여타의 배우들과 달리 유아인은 자신의 신념을, 견해를, 태도를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로인해 대중이 쏘아 올린 화살이 그의 폐부를 찌르곤 하지만 반대로 응원의 힘찬 언어들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한다. 유유자적해 보이는 그의 이러한 행보에 동의하든 안하든 그것이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획득한 개성과 경쟁력의 요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크게 없을 것이다. 스물여덟의 이 배우는 아직도 성장을 멈추지 않은 꿈꾸는 청춘 같다. 그래서 그가 걷고 있는 길은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동시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는 기이한 힘이 있다. 어떤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배우,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고 있는 배우 유아인과의 대화를 공개한다.

Q. 사진 찍을 때 내가 아닌 모습은 보여주기 싫다고 했는데, 인터뷰할 때는 어떤가. 인터뷰에서도 본인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같나.
유아인:
그런 편이다. 사진 찍는 게 어색해서 그랬을 뿐 인터뷰는 편하게 한다. 매체마다 성격이 다르긴 한데 과한 포즈를 요구하는 곳이 꼭 있다. 과장하고 싶지 않다. 진실 되게 가고 싶다.

Q. 콘셉트가 있는 잡지 화보를 촬영할 때는 다르겠지?
유아인:
그때야 뭐. 모델 뺨칠 정도로 잘한다.(웃음)

Q. 부산사람 특유의 정서랄까. ‘깡철이’는 그런 정서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유아인:
어떤 면에서?

Q. 내 몸을 불태워서라도 뭔가를 지켜내고 싶어 하는 부산남자들의 이상한 마음이 투영돼 있는 느낌이었다.
유아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서울남자라고 없을까.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부산남자들의 이미지일 뿐이다. 의리 있고, ‘깡’세고, 진한 사골국 같은 부산사나이의 이미지 말이다.

Q. 대구출신으로서 느끼기에 대구남자들은 어떤 것 같나. 정치색이야 빠질 수 없을 테고.
유아인:
정치색 빼고는 없는 것 같은데.

Q. 정치색 빼고는? 그러기엔 대구사람들이 지닌 정치색은 너무 강하다.(웃음)
유아인:
맞다. ‘이게 옳아. 이것만이 정답이야. 나는 경상도에 태어났으니 보수야! 새누리당이야!’ 정치적인 성향을 자기가 태어난 곳에 따라 결정짓는 이상한 행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어른들 얘기고, 젊은 세대들은 안 그런다. 그들은 지역이 아닌, 더 넓은 전국구로 세상을 접하니까. 인터넷이나 다양한 매체들이 통해서 말이다. 필터링이 잘 안 되는 게 문제지만.

Q. 사람들이 ‘깡철이’를 보고 ‘완득이’에 대한 기시감이 있다고 한다. 예상한 반응이지 않을까 싶다.
유아인:
예상했다. 기시감은 제목에서부터 있으니까.

Q. 전작과 비슷해 보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성균관 스캔들’ 이후 대중스타의 이미지가 클 때 ‘완득이’에 출연함으로서 배우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바 있다. 트렌디 드라마 ‘패션왕’을 찍고 ‘깡철이’를 선택한데에는 비슷한 연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그런 의도는 없었나.
유아인:
음… 그런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욕망이 투영된 작품은 오히려 ‘패션왕’이다. 시나리오 완성도나 캐릭터의 매력 등을 고려해서 작품을 선택하지만, 때로는 그런 것들이 한두 개 빠진 상태에서 야심차게 선택하게 될 때도 있는데 ‘패션왕’이 그랬다. ‘깡철이’는 그 반대였다. 다시 순수해지고 싶은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영화를 봤으니 알거다. ‘깡철이’는 대단히 기획적이고, 어마어마한 마케팅 포인트가 있고 트렌디한 느낌의 영화가 아니다. 영화자체가 지니고 있는 감정의 순수함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
유아인

Q.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시작으로 ‘좋지 아니한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완득이’ 등에 출연했다. ‘깡철이’ 출연 소식에 유아인의 영화 안목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더라.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유아인:
사실, 내 안목이 좋지는 않다. 흥행 면에서 따지면 더더욱. 드라마와 영화 통틀어서 흥행한 작품은 ‘완득이’ 딱 하나다.

Q. ‘성균관 스캔들’이 있지 않나.
유아인:
‘성균관 스캔들’은 10대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언급이 많았을 뿐, 시청률에서는 죽을 쒔다. 당시 경쟁작이 ‘동이’였나?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1등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목이 있다고 봐 주신다면 그건 흥행작품을 잘 고른다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작품을 선택한다고 생각해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진정성 있게 작품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충분히 나를 녹여내고,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면 실패를 해도 후회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진정성이라는 단어, 너무 진부해!(웃음)

Q. 그렇다면 최근 드라마 ‘패션왕’과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는 어땠던 것 같나. 시청자들을 설득하는데 있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을 통과하면서 얻는 것이 있다면.
유아인:
‘패션왕’은 내 개인의 욕망이 컸던 작품이다. 불손하지 않았다고는 말을 못한다.

Q. 어떤 욕망을 말하는 건가.
유아인:
‘성균관 스캔들’에서 나는 흔히 얘기하는 남자 2번이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메인캐릭터를 맡아 입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틀림없이 있었다. 그 작품이 광고 몇 개를 나에게 선물해 준다면 그것도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욕망은… ‘패션왕’이 작품적으로는 새롭지 않아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영걸(유아인)이라는 캐릭터는 내겐 정말 신선했다.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남자주인공이 조금 찌질하면 안 돼?’ 라는 생각. 찌질하고 귀여운 남자주인공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에서다. ‘패션왕’은 ‘딥’한 정극이었거든. 그런데 남자주인공이 멋지지 않아! 구질구질해! 심지어 여자친구가 맞고 있는데 도망가! 그때 엄청난 뭇매를 맞았다.(웃음) 하지만 그런 걸 하고 싶었다. 오류는, 바꾸고 싶으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거.

Q. 큰 걸 깨달았네.
유아인:
어쩌면 그건 내가 ‘장옥정’에서 했던 시도였을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아티스트로서 더 큰 야심을 품었던 작품은 ‘패션왕’이다. 그게 더 새롭다고 생각했으니까. 아까 말한 세속적인 욕망도 있었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야심도 분명 있었거든. 남들이 하는 걸 똑같이 해서 사랑받는 게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로 사랑받고 싶었다. 그게 더 큰 야심이라고 생각했고. ‘장옥정’은 그런 여러 생각들이 약간 수렴된 경우다. 이를테면 ‘누구나 인정할만한 매력 있는 캐릭터 같아. (팬들이)좋아할 것 같아’ 라는 생각과 함께 ‘그대들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한 왕을 보여주리라’ 하는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Q. ‘패션왕’에서 찌질한 캐릭터로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 욕망 속에는 찌질함을 연기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으로도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 거다.
유아인:
그런 욕망, 있었다. 배우라는 일을 조금 더 포괄적으로 봤을 때 ‘내가 사람들을 바꾸리라’ 하는 생각도 한다.

Q. 오, 엄청나다.
유아인:
그러니까 내가 아까 그 야심이 더 컸다는 거다. 대중을 선도하는 것! 그들의 선입견을 깨부수는 것! 더 나은 것을 제시하는 것! 진짜를 보여주는 것! 그게 배우가 지닌 힘이라 생각한다. 나는 드라마 취향의 배우는 아니다. 과장되고 느끼한 것,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내겐 너무 징그럽다. 왜, TV 스타의 전형적인 계보가 있잖아.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거다. ‘너희가 보고 있는 것들은 모두 판타지야!’ 라고 확 깨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유아인

Q. 아니, 왜? 그게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잖아. 그걸 깨고 싶은 건 유아인의 어떤 욕망이지?
유아인:
나도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영화감독 중에서도 보기 싫은 걸 억지로 끄집어내는 감독들이 있잖아.

Q. 김기덕 감독님 같은?
유아인:
차마 내 입으로 비견할 수는 없지만, 그런.(웃음) 내게도 김기덕 감독님이 지닌 그런 욕망이 있다. 남들이 보려하지 않는 것. 잊으려고 하지만 진실인 것. 그런 것들을 건드리고 싶다. 당연히 위로 받는 것이 더 좋기는 하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쇼파에 누워서도 고민을 해야 해? 또 ‘딥’하게 들어 가야해? 피곤한데, 굳이? 하지만 그게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너무 판타지에 매몰되어 있지 않나. 거기에 너무 속아 넘어가고 있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그런 남자/여자 절대 만나지 못할 거면서.

Q.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있을 텐데, 그 캐릭터들은 어떤 유형들인가. 꿈꾸게 하는 캐릭터와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캐릭터, 어느 쪽을 더 선호하나.
유아인:
둘 다 좋아한다. 때론 판타지를 원하고, 때론 현실을 보기를 원한다. 판타지를 볼 때는 행복하다. 위로도 받는다. 하지만 그 이외에 ‘다른 걸 탐닉하리라’ 허용하는 시간들이 있잖아. 재미가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3-4시간짜리 프랑스 예술영화를 보기도 하잖아. 그런 것들? 어떤 것이 더 낫다가 아니라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걸 하고 있을 때 나라도 다른 걸 해 보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런 면에서 ‘장옥정’은 나에게 아주 좋았다. 연기하면서 즐거웠고, 배우로서 이순이라는 왕에게 공감했다. 과장되고 느끼한 연기를 손발 오그라들어 하는 편인데, 그런 것들이 많이 편해진 부분도 있다. 이전의 나는, 그런 캐릭터가 너무 민망해서 잘 못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잘 할 수 있는데, 내 자신에게 투정을 부렸다. 그래야 내가 덜 징그러운 인간이 될 것 같아서. 그런 걸 징그러워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Q. 20대 배우들을 만나면 “왜 우리 20대 중에는 이정재 정우성 같은 아우라를 지닌 배우가 없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들 얘기한다. 실제로 20대 배우들을 보면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긴 하는데, 강렬한 뭔가가 결여돼 있는 느낌이 있다. 그에 비해 당신의 연기는 깡철이도 그렇고 ‘장옥정’ 이순도 그렇고 굉장히 도드라진다.
유아인:
아, 그런가?

Q. 상황 자체를 삼켜버리는 배우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래서일까. 당신에게서 남들에게 없는 어떤 아우라가 느껴지는 게. 그런데 본인의 연기에 대해 ‘굉장히 지저분한 연기’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유아인:
겸양을 떤 거지.(웃음) 그런데 그 발언은 진실이다. 나는 내 약점을 노출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걸 극복해 나가는 사람이다. ‘내 약점을 속이면서 갈 거야’ 하면서 콤플렉스를 떨쳐내지 못하는 병신이 되고 싶지는 않다. 화려하고 유려한 연기방식? 그런 게 틀림없이 있지. 연기력을 부각시키는 방식이. 그런데 ‘깡철이’에서는 인물을 더 부각시키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야 하는 작품이었고. 깡철이의 매력이 없으면 끝나는 작품이었으니까. 작품에서 ‘쟤는 유아인이야 완득이야 깡철이야?’, ‘저건 누구의 표정이야?’ 하는 혼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방금 도드라지는 연기를 한다고 해서 놀랐다. 그건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연기는 아니거든.

Q. 아, 아닌가?
유아인:
그냥 묻어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드라지는 연기를 의식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내 개인의 욕망이 항상 더 큰 인간이다. 아까 작품을 보는 안목이 높지 않다고 했잖아? 내 작품 선택의 한계가 뭐냐면, 너무 내 캐릭터에만 집중한다는 거다. 그건 어떻게 보면 내 욕망의 투영인 거다. 그러다보니 전체를 보는 눈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이게 그냥 나 같아. 영걸이도 아니고 이순도 아니고 그냥 유아인, 엄홍식(본명) 같아. 그럼 나는 그걸 해야 한다. 안하면 견딜 수가 없으니까. 그러다보니 아마 캐릭터에 나에 대한 반영이 많을 것일 테고, 그런 성향이 있기에 넘치지 않게 얼마나 통제하면서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감정씬 찍을 때 특히 그렇다. 마음 같아서는 항상 더 보여주고 싶다. 오열하는 연기! 신들린 연기! 그런 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연기니까. 아마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럴 거다. 항상 에너지를 다 쓰고 싶어 한다. 그래야 성취가 있거든. 그래야 뭔가를 한 것 같거든. 그래야 시원하거든. 하지만 그 욕망을 넘치게 활용하는 순간, 품질이 떨어지는 연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가 아니다.
유아인
Q. 그 조율을 지금 잘 하고 있는 것 같나.
유아인:
해 나가는 중이다. 그 지점에서 ‘깡철이’는 만족스럽고.

Q. 아까 ‘나의 약점’이라고 했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약점은 뭔가.
유아인:
내 모든 장점들이 고스란히 다 약점인 것 같다.

Q. 그럼, 장점은?
유아인:
솔직함! 내가 내 뱉은 모든 발언들!

Q. 발언하고 후회도 하나?
유아인:
하지! ‘열라’하지. 하하하.

Q. 하지만 그런 발언들, 계속 했으면 좋겠다.(웃음)
유아인:
당신이 책임질 거 아니잖아!(웃음) 아까 20대 배우들 애기를 조금 더 하자면, 나는 요즘 20대 배우들이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덜 전형적이고, 더 자기만의 매력이 있다고 본다.

Q. 너무 길들여져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
유아인: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다. 개성이 뚜렷하고 확고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유사한 행동방식들을 보인다. 가령 인터뷰를 보면 정해진 정답들을 착착착착 능숙하게 말하는 듯한 인상이다. 정규코스를 밟아나가는 느낌이랄까. 인터뷰를 한 번 해도, 사진을 한 번 찍어도, 팬들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도, 뭔가 정형화 돼 있다. 그 틀 속에 누가 들어가도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는 거기에서 계속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굉장히 위험하다. 오답의 확률이 있으니까. 다른 답을 써내는 거니까.

Q. 하지만 그게 더 끌리지 않나.
유아인:
훨씬. 대중에게 정말 묻고 싶다. 그게 더 재미있지 않느냐고. 나는 그로인해 훨씬 더 욕도 먹지만, 훨씬 더 칭찬을 받기도 한다. 그걸 더 재미있어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 나는 흥미로운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는 물론 기본이어야 한다. 내 본질에 집중하지 않는 순간은 없을 거다. 다만 탄탄한 베이스 위에 배우라는 본질을 확장해 나가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쟤, 뭐냐?” 라고 했다. 그런 목소리가 작아지고 ‘쟤, 재미있네!’ 라는 목소리가 점점 더 들려오고 있는 요즘, 나는 너무 행복하고 동시에 너무 힘들다.

Q. 힘들다,라.
유아인:
나는 사실 나약한 인간이거든. 아까 얘기했듯 후회도 많이 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광고주가 싫어하면 어쩌지’ 등등.(웃음)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이유는?
유아인:
그게 결국엔 더 큰 선물을 안겨 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스스로가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유아인:
나는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서 굉장히 애쓰고 노력하면서 고통과 싸워왔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런 내 자신으로 비춰지고 이해받고 사랑받는 게 너무 행복하다. 오해도 많다. 내비춘다는 것은 동시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거니까. 결국은 한 단면이다. 내 인생이 ‘트루먼 쇼’가 아니기 때문에 한 단면을 얼마나 잘 정제해서 그 안에서 재미있게 노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유아인

Q. 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면?
유아인:
촌스러움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이 있다. 나는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촌스러움이란 촌스러움은 다 가지고 있다. 그걸 버리고자, 세련된 사람이 되고자 싸워왔다. 세련된 애티튜드, 세련된 정서, 세련된 태도, 그렇게 말하는 법, 그렇게 움직이는 법, 그렇게 연기하는 법을 체득하게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안의 촌스러움이 나를 괴롭힌다. 예를 들어 “야, 연예인들 찌라시 좀 보내 봐!” 하는 게 바로 나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이상한지를 아는 게 또 나다. 그래서 스스로를 통제할 때도 있고, ‘너무 빡빡하게 살 필요 있어? 그냥 보자!’ 할 때도 있다. 요즘은 그런 고정관념에서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는 중이다.

Q. 굉장히 이질적이다. 마음은 자유롭고 싶어 하나, 스스로를 어딘가에 가두기도 한다. 그게 부딪히면서 유아인이라는 사람의 색깔이 나온다는 느낌도 들고.
유아인:
맞다. 그런 것 같다.

Q. 당신은 분위기로 읽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당신이 지닌 어떤 날 선 분위기가 주변 사람들을 긴장시킨다는 느낌도 든다. 어떨 때는 자신 때문에 타인이 긴장하는 모습을 즐기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유아인:
하하하. 날이 서 있다는 걸 보여줘서 그런가? 그걸로 찌르지는 않지만! 일부러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것 같다. ‘내 영역에 침범하지 마!’가 아니라, ‘남에게 하듯 나에게 그러지 마’ 그런 마음으로. 감정을, 상대를, 그리고 나를 컨트롤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신이 돼야 한다. 나는 인간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Q. 확고하게 말하네? 스스로가 인간에 대한 전문가라고.
유아인:
배우가 하는 일이 그건데 내 일에 있어서는 전문가여야 하지 않을까. 무당이 카테고리를 가지고 사람들을 분석하는 것처럼, 정신과 전문의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만큼 내가 학문적이진 않지만 사람의 정서적인 움직임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고 있고 이해하고 있고 그걸 컨트롤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긴장시키는 면도 있는 테고 말이다.

Q. 당신, 쉬워 보이지 않는 남자다. 좋은 의미로.
유아인:
은근히 쉽다. 그렇게 빡빡하지 않아.(웃음)

Q. 빡빡하다는 얘기, 자주 듣나?
유아인:
친구들에게 종종. 내가 너무 ‘달려라 달려라’ 하고, 성장 지향적이다 보니 종종 듣는다. 덕분에 여유를 갖게 된 부분도 있다. ‘야, 사람이 어떻게 매일 달리기만 해. 조금 쉬자! 오늘 좀 구려지자! 오늘 좀 촌스러워지자! 오늘 좀 이상한 애로 살자!’ 그런다. 내가 나에게 그런 모습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예전에는 부끄러운 행동에 대해 스스로를 질책을 했다면, 이젠 ‘오늘 잘 놀았어!’ 이런다.

Q. 허용하니까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진 것 같나.
유아인:
여유로워졌고, 생각 자체가 훨씬 더 유연해졌다. 생각의 옳고 그름, 사고의 옳고 그름, 논리의 옳고 그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어떻게 행동하고 그걸 어떻게 내 삶에 투영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인터뷰. 정시우, 배선영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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