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김경남 “스스로 내려놓고 찍은 ‘조장풍’…최대한 덕구스럽고 싶었어요”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배우 김경남./사진제공=제이알 이엔티

“긍정적인 피드백 들으면서도 ‘잘 하고 있는 거 맞나?’ 재차 의심했어요.”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에서 천덕구 역으로 활약한 배우 김경남의 말이다. 그는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받으면서 더욱 뒤를 돌아보게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준돌, ‘이리와 안아줘’에서 아버지에 대한 잘못된 동경을 품는 현무, ‘여우각시별’에서 인천국제공항 보안팀 기동타격대 오대기 역을 맡았던 김경남. ‘조장풍’은 크기와 상관없이 맡은 역할을 묵묵하게 해내던 그의 첫 주연급 작품이었다. 무채색 공무원 복장을 하고 약자들의 편에 선 조진갑(김동욱 분)과 대비되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그를 도우며 온 몸으로 활약했다. ‘조장풍’을 마치고 배우들과 엠티(MT)를 다녀왔다며 활짝 웃는 그는 천덕구와는 또 다른 순정한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10. 자체 엠티를 다녀올 정도로 현장분위기가 좋았다고 들었다. 

김경남: 여태까지 했던 작품 보다 유독 좋았다. 팀워크가 중요한 작품이었는데, 박세영 누나, 김동욱, 류덕환 형 모두 현장의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분들이었다. 극의 유쾌한 분위기가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 같다.

10. 호흡도 좋았지만, 천덕구는 로맨스와 브로맨스 모두를 다 챙긴 캐릭터였다. 

김경남: 너무 너무 좋은 역할이지 않았나 한다. 꼭 하고 싶었다. 이전과 다르게 멜로, 액션부터 코미디까지 보여줄 것들이 굉장히 많았으니까. 내가 못하면 피해가 되진 않을까 하면서도 그런 것들 하나하나를 살려야겠다 싶었다. (김)동욱 형과의 브로맨스는 후반으로 갈수록 덕구가 말숙이랑 붙어있다 보니 진갑 선생님이 질투를 좀 하셨다. 말숙이랑 데이트하는 장면이 있으면 ‘덕구 요즘 좋아보인다?’ 이렇게. (웃음) ‘진갑 덕구 케미 너무 좋다’ ‘든든하다’는 시청자 반응을 볼 때마다 너무 좋았다. 중간중간에 흔들릴 때도 예쁘게 봐주신다는 생각에 힘이 됐다.

10. 덕구를 비롯해 사건을 해결하는 흥신소 멤버들은 가장 만화적으로 표현된 캐릭터이기도 했다. 혼란스러울 때는 없었나?

김경남: 중후반으로 들어가면서 ‘흔들릴 수 있겠다’ 했던 부분이 여기였다. 너무 만화적으로 가고 과장되지 않나? 오버스럽지 않을까? 라는 걱정들이다. 그런 경계들을 현장에서 리허설하면서 이겨냈던 것 같다. 같이 호흡하는 배우들과 조절했다. 초반에는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하다가 나를 믿고, 같이 하는 배우들을 믿으면서 해나갔다. 동욱이 형, (류)덕환이 형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뭘 해라’는 게 아니라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받아서 감사했다. 

10. ‘조장풍’은 시청률 4%대로 시작해 8.3%로 종영했다. 시청률이 점점 좋아지는 지점에서 고민이 시작된 점이 의외다. 어떤 장면에서 그랬나? 

김경남: 그러게 말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피드백이 계속되니까 뒤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우리 드라마가 32부작이면 네 단락으로 나눠져서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사장 구대길(오대환 분) 잡기, 재벌 아들 양태수(이상이 분) 잡기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3막 정도 됐을 때, 같은 패턴의 이야기가 계속 되니까 ‘뭔가 내가 더 해야 할 건 없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갑을기획(극 중 천덕구가 사장으로 있는 흥신소)이 모의를 해서 이들을 잡는다는 설정에 이번에는 다른 디테일을 줘야 할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하게는, 함께하는 갑을기획의 케미가 점점 더 물 흐르듯이 표현됐으면 했다. 처음에는 호흡이 어색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에서 얘기하듯이 편안하게 호흡이 흘러가지 않았나 한다. 몸이 풀려갔다고 해야 할까? 조진갑 선생님이 ‘방송 모니터해보니까 너희들 편한게  정말 느껴진다’고 해줘서, 그래도 잘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10. ‘동욱이 형’과 ‘조진갑 선생님’을 섞어부르는 게 인상적이다. 김동욱은 드라마에서 재미있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그랬나?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나?

김경남: 구대길 역할의 오대환 선배님이다. (웃음) 촬영 현장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정말 재미있으시다. 동욱 형과 두 분이 학교 선후배라서 그런지 케미가 좋았다. 갑을기획이 오대환 선배님을 잡으러갔을 때, 우리는 뒤에 쫓아가는 상황이었는데 애드리브가 자꾸 나오니까 감독님, 현장 스태프들부터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나는 주도하려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굉장히 많이 내려놨다. 덕구스럽게 현장에서 지내보자고 했다. 나중에는 정말 가족처럼 됐다.

배우 김경남은 ‘멍뭉남’ ‘대형견’이라는 별명에 대해 “덕구  이름부터가 진돗개스럽지 않나. 그래서 좋았다”며 웃었다./사진제공=제이알 이엔티

10. 엠티 제안은 누가했나?

김경남: 촬영 중반 즈음에 내가 동욱이 형한테 이야기했다. 이 드라마가 끝나면 너무 허전할 것 같다고. 왠지 포상휴가도 안 갈 것 같은데… 그랬더니 흔쾌히 가겠다고 하시더라. 대학교 엠티 같았다. (웃음) 물론 또래 배우들도 있었지만, 동욱 형은 오 대리 역의 김시은 양과는 열 살 넘게 차이가 나는데 다들 게임부터 맥주 마시기까지 잘 놀았다. 다음날 롤링페이퍼도 쓰고… (웃음) 그건 누가 제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롤링페이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 여행이 아니었을까 한다.

10. 가장 기억에 남는 롤링페이퍼 내용은?

김경남: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다들 집에 돌아가는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보게 됐다. 그런데 진갑 선생님만 못 쓴 상태였다. 있는 줄 몰랐다면서 그때부터 앉아서 정말 오랫동안 쓰시더라. 한 사람 한 사람 애정을 담아서. 나도 동욱이 형이 써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냥 고맙다, 든든하다 이런 이야기였는데도 그렇다.

10. ‘조장풍’은 약자들의 이야기와 재벌 갑질에 대한 문제의식이 분명했다. 평상시 비슷한 주제의 뉴스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나?

김경남: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 않았을까 한다. 덕구나 진갑처럼 정의롭진 못해도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스쳐지나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잘못된 건 바로잡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느리게나마 잘못된 건 고쳐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 작품이 그런 걸 다시 짚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극단 극발전소301 소속인 배우 김경남은 “드라마를 하더라도 연극은 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사진제공=제이알 이엔티

10. 최근 출연한 ‘런닝맨’에서 예능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경남: 예능이…너무 어렵더라. ‘런닝맨’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홍보차 가게 됐는데, 정신이 없었다. 유재석 형님도 ‘경남이는 예능과 안 맞는다’고 냉정하게 얘기해주셨다. 그래도 따뜻하게 품어주셨다. 너무, 너무 따뜻했다. 진짜 연예인 본 기분이고, 진짜 신기했다. 너무들 다 재미있고.

10.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는 신하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역으로 등장했다. 고단하고 무심한, 일상에 치인 젊은 세대의 얼굴이 아닌가 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김경남: 지난해 5월 즈음에 ‘이리와 안아줘’ 촬영 할 때 촬영했던 거였다. 감독님과 영화 제작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감사하게도 함께하게 됐다. 5회 차 정도로 짧았지만, 병행하는 거라 당시에는 좀 정신없이 찍었던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시고 영화도 좋아서 감사했다.

10. ‘여우각시별’도 그렇고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몸을 쓰는 캐릭터가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김경남: 처음에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세고, 날카롭고, 어렵거나 어두운 인물일 줄 알았다. 그런데 빈틈 있고 허술하고 코믹한 연기도 시켜주니까 배우로서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류덕환 형이 하는 우도하를 방청석에서 지켜보는데 멋있더라. 법정에서 양인태(전국환) 등을 일당백으로 상대하는 모습들. 그런데 그런 인물을 하려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웃음)

10. 극단 소속으로, 1년에 한번 정도는 연극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김경남: 연극은 놓치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관객들을 만나는 것부터 준비하는 과정도 영화 드라마와는 다르다. 배우들과 호흡하고 연습하는 기간에 얻는 것들도 다르다. 연극은 이미 100퍼센트 준비된 상태로 보여드릴 수 있는데, 드라마나 영화는 편집 기술에도 많이 의지하지 않나. 이번에 주연급 롤을 하게 되고, 옆에서 동욱이 형을 지켜보면서 배운 게 많았다. 뒷 상황이 어떤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일관성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치밀하게 생각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10.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지나 ‘이리와 안아줘’ ‘여우각시별’에 이어 ‘조장풍’까지. 무엇이 변했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좋을까?

김경남: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처음을 돌아보면 그때는 겁도 많이 났다. 그런데 막상 한창 연기를 할 때는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바쁘게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기도 하고. 사실은 ‘조장풍’ 이후로 변한 게 있다면, 부담이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전에는 꾸준히 새로운 모습 재미있게 보여드리자고만 생각했지만, ‘조장풍’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고민이 되긴 한다. 중심 잡고,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성실하게 하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