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장혜진 “관객으로 봐도 울음을 주체할 수 없는 영화 ‘기생충’”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기생충’에서 가족 모두가 백수인 집의 엄마 충숙 역을 연기한 배우 장혜진./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5)에서 ‘현실 엄마’의 모습으로 영화의 밀도를 높였던 장혜진은 봉 감독의 선택을 받아서 ‘기생충’의 주연으로 관객을 마주했다. 장혜진이 맡은 충숙 역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집의 엄마다. 전국체전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의 충숙은 완력도 박력도 생활력도 강하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장혜진을 만났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활력 넘치는 ‘웃음부자’였다.

10. 여러 매체와 잇달아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힘들지는 않나?

장혜진: 쉴 새 없이 떠드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다. 아마 처음이라서. (웃음)

10. 지난 1월에 만났던 진선규 배우의 첫 라운드 인터뷰 때와 반응이 비슷하다.

장혜진: 선규는 학교 후배다. 정말 사랑하는 후배. 선규가 이렇게 잘 돼서 기분이 너무 좋다. 선규는 더 잘 돼야 한다. 정말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친구들이 잘 되어야 한다. 진선규 파이팅!

10. ‘기생충’ 출연 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었다면?

장혜진: 대학 때 ‘지리멸렬’(1994)을 봤던 기억이 있다. 김뢰하 선배님의 연기도 좋았고. 뭔가 유쾌했다. 이후의 작품 중에는 ‘마더’(2009).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는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놀라웠다. 뭐니 뭐니 해도 ‘기생충’이 제일 좋다. (웃음)

10. 함께한 배우로서 봉준호는 어떤 감독인가?

장혜진: 너무 완벽하다. 그리고 나란 사람을 귀하게 생각해 준다는 느낌, 그게 너무 좋았다. 사람을 존중한다는 느낌. 감독님은 정확하고 명확해서 군더더기가 없다. 동선이 아무리 복잡해도 명확하게 설명해 주신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디렉팅을 해주셨다. 연기 공부가 절로 되는….

10.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사람인 송강호를 상대역으로 만났는데.

장혜진: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구나 싶었다. 한국 영화사에 다시없을 만큼 대단한 배우인 송강호 선배님과 부부 역이라니…. 부담감이 컸다.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배님과의 연기 호흡은 너무 좋았다. 현장에서 짜릿짜릿함 교감, 즉 스파크가 튀는 순간을 느끼기도 했다.

10. 촬영 이후에도 기우(최우식 분)와 기정(박소담 분) 남매는 “어머니”라고 부르는지?

장혜진: 우식이는 아직도 “어머니, 어머니” 한다. 카톡으로 “어머니, 저 뒤에 있어요.”하고. 소담이는 언니라고 한다. 학교 후배니까.

영화 ‘기생충’ 스틸컷.

10. 기우가 박사장(이선균 분) 집으로 면접을 보러 집을 나설 때, 충숙이 산수경석(石)을 씻는 장면은 참 서글펐다.

장혜진: 역시 공감을 하시는구나. 충숙은 기우가 면접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산수경석을 씻고 있는데, 기우는 모서리가 해어진 가방을 메고 있다. 가방 모서리는 너덜너덜하고, 양복은 짤다랗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기우의 뒷모습에 순간 울컥했다. 그것이 그대로 캐릭터 포스터가 됐다.

10. 기우, 기정 남매가 박사장네 과외 교사를 하고 고정수입이 생기면서 식탁의 발포주가 맥주로 바뀌더라. 다른 가족과 달리 왜 충숙만 발포주였는지?

장혜진: 남은 것 처리하느라고. (웃음) 그래도 고기는 내가 다 먹었다. 촬영감독님이 내가 정말 맛있게 먹는다면서 본인도 드시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10. 역할을 위해 무려 15kg을 증량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장혜진: 조금 힘들었다. 조금이라고 했지만 좀 많이 힘들었다. (웃음) 무릎이 많이 아파서. 갑자기 체중이 늘어나니까. 그런데 그걸 이겨낼 만큼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10.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꾼다. 박사장네 가사도우미로 들어간 충숙 역시 화면에 완벽하게 흡수되던데.

장혜진: 이렇게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봉준호 감독님이 충숙은 이 집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가사도우미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가 주는 위안도, 돈도, 삶에 대한 희망도 그렇고…. 미안하지만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진심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보필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연교(조여정 분)에게 강아지 사료 이야기를 들을 때도 정말 진지하게 듣지 않나. 진심인 것이다.

10. 충숙은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라는 이력을 가졌다. 아마 은메달? 영화 중반부에 박사장네 마당에서 그 이력을 살린 장면도 재미있었다.

장혜진: 최고 성적이 전국체전 은메달이다. 은메달을 따고 선수 생활을 접었을 때 짠했을 것이다. 나에게 이런 마음들이 와 닿았다. 영화에서도 운동선수 출신이라서 가능한 액션들이 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님이 해머던지기 선수라는 설정을 넣은 것 같다. 선수 분이 오셔서 해머던지기를 직접 가르쳐 주시기도 했는데, 너무 쫙쫙 붙더라.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 그런데 그 장면은 행복하면서 슬픈 장면이지 않나?

10. 맞다. ‘기생충’은 웃다가, 울다가, 곱씹게 된다. 보는 내내 되새김질 하게 되는 영화랄까. 당신은 어떠했는지?

장혜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길었지만 금방 읽혔다. 다 읽고 눈물이 났다. 영화를 보면서도 울음을 주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있었다.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장혜진은 영화 ‘밀양’을 찍으면서 연기를 하는 것이 행복해졌고, 10년 간의 단역 생활도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된 작품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 아닌가?

장혜진: ‘우리들’ 때문에 ‘기생충’을 할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너무 좋게 봐주셔서. ‘우리들’의 엄마와 충숙은 결이 다르다. 물론 힘들게 살기는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그 모습에서 이 모습을 봤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10. ‘현실 엄마’의 모습을 빚어낸 연기는 각별했다. 나의 초등학생 딸도 ‘우리들’을 재미있게 본 터라 엄마 역의 배우를 인터뷰한다고 하니 좋아하더라. “그 엄마?” 하면서.

장혜진: 감동이다. ‘우리들’이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하더라. 그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10. ‘어른도감’(2017) ‘선희와 슬기’(2018)처럼 독립 영화의 작은 역할에서도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하던데.

장혜진: 칭찬에 너무 감사하다.

10. 목소리가 참 낭랑하다. 애니메이션 더빙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장혜진: 하고 싶다. 사실 성우를 너무 하고 싶었다. 옛날에 외화 더빙을 연습도 했다. ‘엑스파일’의 스컬리. 내가 목소리가 저음인데 비음이 섞여 있다.

10. 실제 두 아이의 엄마로 알고 있다. 아이들은 몇 살인가?

장혜진: 큰애가 16살, 둘째가 4살이다. ‘어른도감’ ‘선희와 슬기’에는 아기였던 둘째를 안고 가서 촬영을 했다. 심지어 ‘선희와 슬기’는 모유 수유하면서 아기를 안으면서 계속 촬영을 했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으니까.

10. 아기도 출연을 한 셈인데, 영화 자막에 이름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장혜진: ‘어른도감’에는 올라갔다. 내가 얼마나 하고 싶었으면 현장에 아기를 데리고 왔을까 싶었는지, 현장에 있는 스탭들도 아기를 봐주고, 아역들 어머니가 안고 재워 주시고, 아기 운다고 하면 뛰어가고…. 내가 아기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아기를 데려가는 것을 오케이 하는 현장에만 갔다. 돌도 안 된 젖먹이를 옆에 두고 촬영을 해야 하니까.

10. 잠시 연기를 내려놓은 순간도 있었다고 들었다.

장혜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연기를)그만둘 때 많이 힘들었다. 내가 (연기를)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은 맞지만 역량도 안 되는 것 같고, 자꾸 연기가 갇혀 있는 것도 같고. 나 스스로를 정말 힘들게 했다. 연기를 하는 것이,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다. 못 버티겠더라. 그만두고 고향에 갔다가 이창동 감독님의 ‘밀양’(2007)이란 영화를 다시 하게 됐다. 눌러왔던 연기의 욕구가 막 분출했다. 내가 하고 싶었는데 많은 것을 포기한 척 하면서 한구석에 쌓아두고 있었구나.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때 들었다. 연기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단역을 10년 동안 해도 힘들지 않았다.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