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엑스맨: 다크 피닉스’, 뭉치면 저릿하고 흩어지면 덤덤하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포스터.

1975년. 진 그레이는 교통사고를 당하지만 긁힌 상처도, 내상도 없이 살아남는다.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은 진에게 찰스/ 프로페서 X(제임스 맥어보이 분)가 손을 내민다. 너처럼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곳 ‘자비에 영재 학교’로 가자고. 찰스는 진의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과 염동력은 스스로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노라고 일러 준다.

1992년. 돌연변이들의 자급자족 공동체 ‘게노샤’를 만든 에릭/ 매그니토(마이클 파스빈더 분)는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간다. 한편 우주비행사들이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대통령은 찰스에게 협조 요청을 한다. 레이븐/ 미스틱(제니퍼 로렌스 분)은 행크/ 비스트(니콜라스 홀트 분), 진(소피 터너 분), 사이클롭스(타이 셰리던 분), 퀵실버(에반 피터스 분),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 분), 스톰(알렉산드라 쉽 분)과 함께 우주로 가서 구조 작전에 참여한다.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던 진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발생하고, 이 일로 우주의 순수하고 강력한 힘을 내려받는다. 그리고 진은 그간 억눌렀던 어둠에 눈을 뜨면서 다크 피닉스로 변하게 된다. 미스터리한 외계 존재 스미스(제시카 채스테인 분)가 진의 존재에 흥미를 느끼며 찾아온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컷.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의 각본과 제작에 참여했던 사이먼 킨버그가 첫 연출을 맡은 영화다. 이십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이십세기 폭스에서 제작한 마지막 시리즈이기도 하다. ‘엑스맨’ 시리즈는 19년 동안 11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마주했다. ‘엑스맨’(2000)부터 ‘엑스맨 2’(2003) ‘엑스맨 – 최후의 전쟁’(2006)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더 울버린’(2013)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데드풀’(2016)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 ‘로건’(2017) ‘데드풀 2’(2018)까지. 작품마다 감탄을 자아내기도, 탄식을 자아내기도 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우린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 즉 진 그레이/ 다크 피닉스의 솔로 무비처럼 여겨지는 영화다. ‘엑스맨’ 프리퀄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진을 위해서 들러리를 선 모양새를 취했다. 진 그레이는 지구상 가장 강력한 생명체로서 강력한 힘과 강렬한 감각을 지녔지만 감정에 흔들리는 유약한 면도 있는 존재다. 문제는 그녀의 힘, 감각, 감정들이 서사에 파고들지 못하고 겉돈다는 거다. 그렇지만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특유의 연기로 빌런임에도 품격 있는 우아함을 덧칠한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엑스맨: 아포칼립스’로 이어져온 프리퀄의 피날레다. 그러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후 다시 점화된 ‘엑스맨’ 시리즈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피날레로 보기에는 못내 아쉬운 마무리다. 프리퀄을 이끌어온 캐릭터인 찰스 자비에, 에릭 랜셔, 레이븐 다크홈에게 동어반복에 가까운 대사가 아닌, 심장을 울리는 대사와 품격에 걸맞는 퇴장이라는 예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칼날손 울버린(휴 잭맨 분)의 아름다운 퇴장이었던 ‘로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엑스맨’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팀플레이다. 그래서 뭉치면 저릿하고 흩어지면 덤덤하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덤덤하기 그지없다. 또한 우리가 엑스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걸출한 능력 뿐만 아니라 짙게 드리워진 상처의 음영 때문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언젠가 다시 마주할 ‘엑스맨’ 시리즈는 놓친 매력들을 꼬옥 품고 돌아오기를.

6월 5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