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2013, 사부 감독 “영화 ‘미스 좀비’는 좀비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터뷰)

평상시에 그려지는 좀비는 인간을 잡아 먹는 것에 대한 탐욕에 사로 잡혀 있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영화 ‘미스 좀비’ 속 좀비는 정말 이상하다. 폭력적이지도 않고, 몸에 칼을 꽂아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또 살에 대한 집요한 탐욕은 없고 채소만 야금야금 베어 먹는다. 이러한 좀비의 남다른 해석은 사부 감독의 손길 아래 있다.

사부 감독의 전작 ‘버니드롭’, ‘드라이브’, ‘포스트맨 블루스’ 등을 보면 액션, 코미디, 드라마 장르에 인간을 성찰을 유쾌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버니드롭’이 지난해 5월 국내 개봉되면서 사부 감독은 홍보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에 사부 감독은 코미디적 요소를 뺀 ‘미스 좀비’로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들고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이번엔 개봉이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다.

제18회 부산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미스 좀비’는 한 집에 큰 상자가 배달되면서 시작한다. 그 안에는 다름 아닌 좀비다. 좀비는 집안일을 하며 반복적인 일상을 지내고 집안 남자들의 성적 노리개가 된다. 사부 감독은 좀비가 인간답고, 인간이 좀비다운 아이러니를 그리며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부산영화제가 한창인 5일 영화의 전당에서 사부 감독을 만나 ‘미스 좀비’을 통해 구체적으로 인간의 어떤 모습을 담고 싶었는지 물었다.

Q. 영화 ‘미스 좀비’를 예매하러 아침 일찍 갔었는데, 기자석이 다 매진됐더라. 이 만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기분은 어떤가. 
사부 감독: 사실 이 작품은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해외영화제에 오게 됐다는 점에서 더 기쁘다. 팬들은 나의 최근 작품들에 ‘독’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 작품으로 여러분과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다(웃음).

Q. ‘미스 좀비’ 속의 좀비는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좀비와 달라서 신선했다. 좀비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부 감독: 나는 항상 인간을 주제로 늘 다루어 왔고 모두가 생각하는 상식을 뒤집는 걸 좋아한다. 인간들 사이에 좀비 하나가 들어와서 고립되는 상황이다. 좀비를 대상으로 인간들은 집단심리가 생겨서 폭력적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즉, 인간이 오히려 좀비처럼 폭력적이고, 좀비가 인간다워지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Q.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인데, 영화 속 대사는 이야기 전개에 필요가 없고 중후반부터는 거의 없다.
사부 감독: (웃음) 영화라는 건 그림으로만 설명이 충분하므로 영화에 대사를 넣고 싶지 않았다.

Q. 미스 좀비는 매일 바닥을 솔로 쓱싹쓱싹 닦고 아침마다 건네는 시즈코의 인사에 대꾸하지 않는다. 좀비가 나오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좀비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삶은 정말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다.
사부 감독: 아침마다 시즈코가 인사를 하지만 결국 안하게 된다. 그런 관계로 변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영화에는 대사는 없지만 소리는 있다. 빗소리, 바다소리, 나무소리 등 일상적이면서 반복적이지만 들으면 평안해지고 잠이 온다. 결국 시즈코의 남편은 미스 좀비가 매일 솔로 닦으면서 내는 소리를 듣고 안심을 찾고 그녀에 대한 욕망을 더 가지게 되는 효과를 누린 거다.

Q. 아, 정말 이 영화 속엔 우연이라는 게 없다.
사부 감독: 맞다(웃음). 다 나의 연출 아래 있었다. 워낙에 촬영 기간이 짧았다. 5일 정도? 짧은 기간이었고 허둥대면 안됐기 때문에 하나하나 미리 정해야했다. 작전을 철저하게 세워서 들어간 작품이다.

Q. 영화가 끝날 무렵 한 2분 정도 컬러인 장면이 있지만 영화가 흑백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사부 감독: 워낙 저예산 영화였다. 흑백으로 처리하면 가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흉터 같은 경우 컬러로 하면 너무 티가 나기 때문에 흑백 처리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그리고 개나 동물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고 들었다. 좀비는 인간보다 동물에 가까운 존재니까 좀비가 보는 세상도 흑백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녀가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화면이 점점 진한 컬러로 변한다. 희미했던 기억이 돌아온 오면서 미스 좀비는 인간다워 지는 것이다.

Q. 사실 “인간답다”라는 말은 너무 막연하다. 구체적으로 인간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사부 감독: 좀비가 완전히 좀비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좀비 안에 남아있던 애정, 모성 때문이다. 세상엔 사람도 많고 다들 많은 행동들을 하는데, 그들에게 아직도 애정, 모성이 남아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Q. 사부 감독의 차기작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사부 감독: 소설 하나 썼다. 출판사도 정해진 상태여서 곧 나올 예정이고 내가 쓴 소설을 내가 영화화 하는 기획도 진행중이다. 촬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작할 거다.

부산=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제공. 부산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