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도 황제를 붙잡고 있다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지도 3주가 됐다. 그리고 이제야 미국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동안 미국 언론에서는 다른 뉴스를 보기 힘들었다. 6월 25일 같은 날 사망한 파라 포셋의 소식은 물론 이란 시민들의 부정선거 항의시위,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의 해외 순방, 알래스카 주지사 사라 페일린의 사퇴 소식, 상원의원 존 엔자인과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 마크 샌포드의 외도 스캔들까지도 모두 뒷전으로 밀렸다. 연예 뉴스나 24시간 뉴스 채널뿐만 아니라 각종 잡지와 신문, 방송의 모닝쇼부터 황금시간대 뉴스까지 마이클 잭슨의 사망 관련 소식으로 도배됐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은 길거리에서 갖는 즉흥적인 ‘춤판’에서 부터 시작해 크고 작은 행사를 열며 그를 추모했지만, 마이클 잭슨 생전처럼 ‘미디어 서커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이 죽은 지 3일이 체 안됐을 때 아버지 조 잭슨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준비 중인 레코드 레이블에 대한 홍보를 해 눈총 받았고,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잭슨 가족은 아직도 장지를 정하지 못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네버랜드’는 지자체 법규 상 장지로 쓸 수 없다)

“나에게 최고의 아빠였고, 아빠를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지난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추모 행사 역시 서커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경건하고, 감동적으로 진행됐다. 참여한 연사나 뮤지션 역시 마이클 잭슨의 추모식을 압도할 만한 대스타 보다는 실제로 마이클 잭슨과 친분이 있거나, 영향을 받은 이들이 나왔다. 퀸 라티파와 브룩 쉴즈, 매직 존슨 등이 마이클 잭슨과 연관된 개인적인 기억들을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일반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이클 잭슨의 자녀 중 둘째인 패리스 잭슨의 짧은 이야기였다. 패리스 잭슨이 울먹이며 “나에게 최고의 아빠였고, 아빠를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고모인 자넷 잭슨에게 안겨 울어버린 모습은 이 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3100만여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외에도 음을 잘 잇지 못할 정도로 목이 메던 머라이어 캐리의 ‘I’ll Be There’이나, 스티비 원더의 ‘They Won’t Go When I Go’와 ‘Never Dreamed You’d Leave in Summer’, 그리고 뜻밖의 뮤지션으로 존 메이어가 출연해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앨범에 수록됐던 ‘Human Nature’를 노래가 아닌 기타 연주로 선보였다.

세상을 떠난 뒤에도 편히 쉬기 힘든 황제

마이클 잭슨의 커리어와 스캔들, 그리고 사망을 둘러싼 특집 프로그램이 다수 방영됐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지난 14일 ABC 뉴스 매거진 <프라임타임>이 방영한 ‘패밀리 시크릿’ (Family Secrets: The Jacksons after Michael)으로 생전 마이클 잭슨이 끔찍이도 싫어했다던 아버지 조 잭슨의 인터뷰였다. 79세의 나이에도 정정한 조 잭슨은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던 상관없다”며 “그들은 나를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했었고, 무엇을 하던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권투선수 출신인 조 잭슨과 영원히 피터팬으로 남고 싶어 하는 마이클 잭슨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관계일 수밖에 없었다”고 추정했다.

조 잭슨은 아들의 성형 수술에 대해 “마이클이 원했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반면, 마이클 잭슨의 심각한 부채와 재산 관리에 대해서는 “돈 없어 치료 못 받는다는 사람을 그냥 보내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여렸다”며 돈 관리에는 재능이 없었다고 아들을 평했다. 마이클 잭슨과의 마지막 만남도, 런던 O2 아레나에서의 50회 공연 계약서 문제 때문이었다고. “영국에서 공연을 하면서도 파운드가 아닌 달러로 지급하겠다는 행사 주최측에 이의를 제기 했다”는 조 잭슨은 “이번 콘서트 관계자들을 주의해야 할 것 같다”는 충고를 아들에게 해줬다. 마이클 잭슨은 “그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고. 그러나 “마이클이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같냐”는 질문에 조 잭슨은 “얼마나 행복했는지는 모르지만, 행복해 보였다”며, “아마도 부모 앞에서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마이클 잭슨의 재산을 둘러싼 재판과 양육권을 둔 생모 데비 로우와 할머니 캐서린 잭슨 간의 공방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에 대한 수많은 루머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의 추모식에 나선 자녀들의 모습은 그동안 보도됐던 이상한 아버지의 전시용 아이들이 아니었다. 12살, 11살, 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이들은 의젓했고, 수천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는 용기도 있었다. 한 인터뷰에서 마이클 잭슨이 말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그는 엄격하고 완벽주의자이던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마음껏 즐기게 해주려던 평범한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글. 뉴욕=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