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왕가네 식구들’, “이 땅의 모든 가장을 위하여”

KBS2 '왕가네 식구들' 11, 12회 방송화면 캡쳐

KBS2 ‘왕가네 식구들’ 11, 12회 방송화면 캡쳐

KBS2 ‘왕가네 식구들’ 11, 12부 2013년 10월 5, 6일 오후 7시 55분

다섯 줄 요약
민중이네를 데리고 살면 안 되겠냐는 왕봉(장용)의 말에 고지식(노주현)은 고민한다. 결국 민중(조성하)을 만나 3년만 처가댁에서 살라고 이야기한다. 민중의 소식을 들은 세달(오만석)은 미란(김윤경)으로부터 받은 카드로 선물을 구입해 보란 듯이 처가로 향하고, 앙금(김해숙)의 인정을 받는다. 상남(한주완)이 영달(강예빈)에게 프러포즈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해하던 광박(이윤지)은 상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리뷰
참 신기한 일이다. 딸 넷, 아들 하나인 집안에, 결혼한 첫째 딸 둘째 딸의 시댁에, 셋째 딸이 연애할 남자 쪽 가족들까지 수십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별로 마음 가는 인물이 없다. 드세거나 약아빠진 모습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돈이 상대에 대한 태도나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한 기준이 되는 모습에 혀를 차게 된다. 그래서일까. 왕봉과 고지식은 쩍쩍 갈라지는 가뭄에 한 줄기 단비 같은 존재로 보였다.

왕봉은 고지식에게 민중의 처가살이에 대해 어렵게 말을 꺼내면서 민중이 무능력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왔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딸이 부족해서 옆에 두고 좀 더 가르쳐야겠다고 최대한 예를 갖추어 이야기한다. 고지식은 왕봉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길길이 뛰지 않는다.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정성스레 지게를 만들고, 민중에게 주며 위로한다. 이 세상 모든 가장이 지는 짐이라고, 그래도 짐이라 생각하지 말고 선물이라 생각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두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하지만, 일방적인 사랑으로 다른 이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결정으로 마음이 상할 사람을 생각하고, 최대한 조심해서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로 말을 꺼낸다. 이런 모습은 듣는 이는 안중에도 없이 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다른 인물들과는 분명 대조되는 모습이다. 악다구니 속에서도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또렷하게 드러나고 더 공감이 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드라마에는 밋밋한 등장인물보다 개성 있고 살아 있는 등장인물이 필요하다. 그래야 갈등이 일어나고 극대화되고, 훗날 카타르시스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성 있고 살아 있는 등장인물이 곧 ‘센 캐릭터’를 말하는 것일까? ‘센 캐릭터’여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일까? 시청자들은 욕하면서 드라마 보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공감하면서 드라마에 마음을 주기도 한다.

수다 포인트
– 현관 비밀번호를 결혼기념일로 하다니. 세달에게 들어오지 말라는 뜻인가요?
– 눈칫밥도 서러운데 굶기기까지. 장모라 쓰고 계모라 읽는다.
– 7, 8세의 꿈(내 집 마련, 노후대책)이 우리 모두의 꿈. 위 아 더 원.

글. 김진희(TV리뷰어)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