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컴백기념, ‘여동생’ 아닌 ‘뮤지션’ 아이유의 줄다리기

3집 앨범 '모던 타임즈' 발매를 앞둔 아이유

“연예인이 아닌 노래를 위한 가수가 되겠다.”

아이유가 데뷔 당시에 밝혔던 출사표다. 아이유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아이유는 특이한 행보를 보여 왔다. 데뷔곡 ‘미아’로 웅장한 발라드의 위용을 펼친 직후, 갑작스럽게 깜찍한 ‘부(Boo)’와 ‘마시멜로우’로 이미지를 변신했다. 그리고 ‘좋은 날’, ‘너랑 나’를 거치면서 국민여동생 이미지의 정점을 찍은 후, 다시 1집 때 보인 ‘미아’ 때의 감성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데뷔 당시 밝혔던 출사표처럼 연예인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유는 이제 뮤지션으로서의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 ‘좋은 날’ 이후 자작곡도 발표하고 있는 아이유에게 지금은 뮤지션이자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기에 최적의 시기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듯이 스캔들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아이유의 앨범 활동이 과연 어떤 성과를 가져다 올지 가요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일 정규 3집 앨범 ‘모던타임즈’를 공개하는 아이유의 컴백을 맞아 아이돌과 뮤지션 사이에서 힘겹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아이유의 성장기를 살펴봤다.

# ‘미아’ : 아이유의 정체성 찾기?

아이유 '미아' 무대

아이유 ‘미아’ 무대

솔직히 아이유가 ‘미아’로 데뷔했을 때 당황스러웠다. 2008년은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 걸그룹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던 시기로, 소녀 가수의 솔로 데뷔는 그다지 화려한 이슈를 낳지 못했다. 아무리 데뷔 전부터 유희열, 정재형 등의 뮤지션이 “노래를 잘한다”며 칭찬을 했다고 하더라도 노래는 잘하는 것에서 그칠 뿐, 어린 나이의 가수들은 아이돌과 같은 매력을 뿜어내지 못한다면 묻힐 수밖에 없는 것이 연예계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아이유는 자신의 장점을 처음부터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뮤지션에 대한 뚝심도 있었다. ‘미아’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목소리와 감성 등 아이유의 장점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노래였다. 숨겨진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겠다며 앨범명을 ‘로스트 앤 파운드(Lost and Found)’로 지은 것도 어울렸다.

예상대로 ‘미아’는 주목받지 않았다. 정체성을 찾았을지언정 인기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이유의 ‘미아’는 오히려 지금의 아이유를 더 돋보이게 만든 곡이 됐다. 아이유의 인기가 오르자, 과거 영상을 접한 대중들에게 ‘미아’는 뮤지션 아이유라는 진정성을 증명하게 했다.

# ‘부(Boo)’-‘마쉬멜로우’-‘잔소리’ : 아이유의 아이돌 신고식

아이유 '마쉬멜로우' 무대

아이유 ‘마쉬멜로우’ 무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노선 변경을 취해야만 했다. 아이유는 정규 1집 ‘그로잉 업(Growing Up)’을 발표하면서 콘셉트에 변화를 준다. 곧 울 것 같은 무거운 감성으로 ‘미아’를 부르던 소녀가 사랑을 느끼는 발랄하고 귀여운 10대 소녀로 변신했다. 통통 튀는 아이돌스런 모습과 함께 안정된 라이브 실력이 더해져 이 때부터 아이유의 인지도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아이유는 여기에 ‘있잖아’와 ‘마쉬멜로우’를 연달아 부르면서 본인 나이에 어울리는 깜찍한 스타일로 공략했고, 통했다. 결국 아이유는 ‘잔소리’에서 성과를 인정받는다. 아이유는 2AM의 임슬옹과 듀엣으로 부른 ‘잔소리’로 KBS2 ‘뮤직뱅크’와 SBS ‘인기가요’에서 처음으로 지상파 1위를 거머쥔다.

비록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아이돌 노선의 장르로 바꾼 아이유지만 아이유는 뮤지션에 대한 뚝심을 다른 방법으로 나타냈다. KBS2 ‘스타 골든벨’, ‘유희열의 스케치북’, MBC ‘세바퀴’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의 ‘Gee’나 코린 베일리 래의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 등 히트곡들을 아이유만의 어쿠스틱 편곡으로 재해석해 불러 ‘기타 치며 노래 잘하는 어린 가수’로 이미지가 확산됐다. 여기에 나윤권, 성시경과의 쟁쟁한 발라드 가수들과의 듀엣도 아이돌과 뮤지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 ‘좋은날’ : 국민여동생 아이유의 ‘좋은 날’

아이유 '좋은 날' 무대

아이유 ‘좋은 날’ 무대

‘좋은 날’로 아이유는 국민여동생으로 발돋움한다. 특히 ‘좋은 날’ 후반부에서 선보이는 3단 고음은 각종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오히려 팬들은 아이유의 성대를 걱정할 정도로 3단 고음을 자제하길 원했고, 그만큼 아이유는 완벽한 라이브를 선보이며 가창력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이라는 한 구절은 ‘좋은 날’ 가사의 전체 내용이 어둡든 밝든 대한민국 모든 삼촌과 오빠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아이유는 이때부터 뮤지션이라기보다 아이돌 톱스타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다. ‘좋은 날’과 함께 아이유를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SBS ‘영웅호걸’이 폐지되자 후속 프로그램 ‘김연아의 키스&크라이’에 고정출연하며 지속적인 예능 활동을 이어나갔다. 수지, 택연 등 아이돌이 대거로 출연했던 KBS2 드라마 ‘드림하이’에도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만능엔터테이너로 우뚝 섰다.

# ‘나만 몰랐던 이야기’ : 아이유의 뮤지션 담금질하기

아이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무대

아이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무대

노래, 연기, 예능 3박자를 모두 갖춘 아이유는 더 이상 올라설 데가 없을 정도로 올라섰다. 흔히 갑자기 스타가 된 연예인에게 ‘뜨더니 달라졌어’라는 말로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국민여동생으로 등극한 아이유에게도 ‘노래를 위한 가수가 되겠다’는 초심에 대한 걱정이 들만도 했다. 그런데 아이유는 그런 소리가 새어 나올 틈도 없이 때마다 자신의 음악적 기량과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좋은 날’로 국민여동생 전략을 정확하게 적중시킨 아이유는 이어서 발표한 ‘나만 몰랐던 이야기’로 데뷔 초 보여줬던 어두운 감성을 다시 재현했다. 여기에 윤상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음악적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켰다. 흔히 가수들의 급작스런 콘셉트 변화는 ‘모 아니면 도’식으로 불만을 야기하거나 큰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아이유는 1집 때 쌓아놓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나만 몰랐던 이야기’도 성공시킨다. 동시에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음악적 성향은 아이유에게 진정성도 안겨다 줬으며, 3단 고음으로 쏠린 이목을 아이유만의 성숙한 목소리와 감성이라는 장점으로 이끌었다.

# ‘너랑 나’ : 아이돌과 뮤지션, 뮤지션과 국민 여동생

아이유 '너랑 나' 재킷 사진

아이유 ‘너랑 나’ 재킷 사진

‘좋은 날’의 상징이 ‘오빠가 좋은 걸’이었다면 ‘너랑 나’의 상징은 ‘눈 깜빡하면 어른이 될 거예요’다. 그러나 ‘좋은 날’에 이어 ‘나만 몰랐던 이야기’로 음악적인 성숙도를 보였던 아이유가 다시 ‘좋은 날’ 비슷한 ‘너랑 나’로 컴백하면서 아쉬움도 남겼다. 하지만 국민여동생과 뮤지션이라는 이미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쥐기 위해서는 아이유에게 ‘너랑 나’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아이유는 ‘너랑 나’로 활동하면서 쌓아놓은 이미지에 무리하게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이적이 피처링한 ‘삼촌’이란 수록곡을 통해 노골적으로 팬을 공략하기도 했다.

‘너랑 나’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던 건 정석원, 윤상, 김광진, 윤종신부터 코린 베일리 래까지 쟁쟁한 뮤지션들의 앨범 참여다. 이는 여타 아이돌보다 음악적으로도 풍부하다는 인상을 안겨주면서 상당한 차별화를 이뤘다. 게다가 아이유의 자작곡이 수록되기 시작했다. 아이유는 정규 2집 발표 전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인 ‘내 손을 잡아’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자작곡을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이유는 정규 2집 앨범에 자작곡 ‘길 잃은 강아지’를 수록해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진가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발표한 싱글 ‘스무 살의 봄’에서 자작곡 ‘복숭아’를 공개했다. ‘길 잃은 강아지’가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복숭아’는 달달한 분위기를 표현해 아이유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 ‘모던 타임즈’ : 여동생과 뮤지션 사이의 줄다리기는 끝이 날까?

아이유 '분홍신' 티저

아이유 ‘분홍신’ 티저

누구나 시련을 겪는다고는 하지만, 아이유의 시련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유에게 셀카 스캔들은 한 순간에 국민여동생 이미지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것이 효과일지 치명적인 상처가 될지 아직 판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선 아이유가 주연으로 출연한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이 호평으로 마무리돼 스캔들로 인한 상처는 어느 정도 가려졌다. 다만 국민여동생으로서 갖고 있던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는 약해졌다.

지난달 23일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수록곡 티저는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기대를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유가 가진 음악적 재능과 목소리, 감성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높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스캔들은 아이돌 이미지를 희석시켜 ‘나만 몰랐던 이야기’ 이후로 계속된 아이유의 뮤지션 성장기에 도움이 된 것도 있다. 이제 국민여동생으로서 아이유에 대한 기대가 아닌 음악적 수준에 대한 기대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정규 3집 앨범에서 아이유는 자작곡으로 ‘싫은 날’, ‘보이스 메일’을 수록해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강화시켰다. 최백호와 양희은의 피처링으로 무게감도 실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과 샤이니 종현의 참여로 10대의 관심까지 얻었다. 하지만 타이틀곡 ‘분홍신’은 ‘좋은 날’, ‘너랑 나’를 함께했던 이민수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의 작품이다. ‘분홍신’이 이전 타이틀곡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성적을 떠나 그간 보여준 여동생과 뮤지션 사이의 줄다리기는 여전히 무승부에 그칠 수도 있다. 아이유가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음악적 기대를 어떻게 만족하게 할지 기대된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