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런던 홀린 선미, ‘가시나’ 떼창은 경이로웠다

[(런던)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영국 런던 오투 아레나의 라이브공연장에서 ‘2019 월드투어 워닝(WARNING)’을 열고 있는 가수 선미. / 제공=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지난 30일(현지시간) 오후 7시 영국 런던 오투(O2) 아레나의 라이브 공연장 인디고 앳 더 오투(indigo at The O2). 가수 선미의 ‘가시나’가 흘러나오자 영국을 비롯한 유럽 팬들은 시작과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불렀다. 외국인이 발음하기 다소 어려운 단어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우렁찼다. 데뷔 후 첫 월드투어인 ‘2019 선미 더 퍼스트 월드 투어 워닝(THE 1ST WORLD TOUR WARNING)’에 나선 선미의 유럽투어 첫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선미는 3000여명의 관객들에게 120분에 걸쳐 자신의 끼와 실력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소속사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관객 중 한국인은 5%도 되지 않았다. 영국은 물론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팬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선미는 ’24시간이 모자라’ ‘곡선’ ‘내가 누구’ ‘블랙펄’ ‘누아르’ ‘보름달’ ‘가시나’ ‘사이렌’ 등 16곡을 열창했다. 자신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이번 투어를 앞두고 곡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보더라인(Borderline)’과 ‘거기 너’는 어디에서도 공개되지 않은, 오직 이번 투어 무대에서 처음 부른 노래여서 팬들은 더욱 귀를 쫑긋세웠다.

이어 텐씨씨(10cc)의 ‘아임 낫 인 러브(I’m Not In Love)’와 토토(toto)의 ‘조지 포지(Georgy Porgy)’도 재해석해서 불렀다. 두 밴드의 노래를 고른 것은 그룹 원더걸스로 밴드 음악을 할 때 영향을 많이 받아서라고 선미는 설명했다.

선미는 이날 공연을 마친 뒤 텐아시아와 만난 자리에서 “단순하게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짜임새 있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의 색깔과 정체성을 녹였다. 솔로 가수 데뷔곡인 ’24시간이 모자라'(2013)를 가장 처음 부르고, 직접 프로듀싱한 ‘사이렌'(2018)을 끝으로 배치해 선미의 성장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성장한 모습을 하나의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펼쳤다. 곡 목록을 구성하는 데 2곡이 모자랐다. 다른 가수의 노래로 채우고 싶지 않아서 직접 만들었다. 또한 텐씨씨와 토토의 노래는 내 음악 인생에 큰 영향을 준 노래여서 선택했다. 두 곡에 이어 ‘비밀테이프'(2018)를 부른 건 두 팀에게 영감을 얻어 완성한 노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 곡을 연달아 부르며 마치 한 곡처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영국 런던 오투아레나의 라이브공연장에서 여린 유럽투어 첫 공연에서 ‘가시나’를 부르는 선미. / 제공=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선미는 해외 팬들, 특히 처음 방문하는 런던 관객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솔직한 인터뷰 영상을 공연 중간에 틀었다. “양파 같은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선미는 공연 내내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며 호응을 얻었다. 게스트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데도 옷을 세 번이나 갈아입었다.

관객들은 노래가 시작되면 객석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선미”를 외쳤다. 휴대전화 불빛으로 밤하늘의 별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선미 덕분에 우리도 색깔을 찾았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들었다.

선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소통하며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1층 관객과 눈을 맞추고 2층 관객들에게 손키스를 날리는 등 모든 관객들을 아우르려고 애썼다. 막힘없이 매끄러운 진행 실력도 공연의 재미를 높였다. 팬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지금의 기분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관객들에게 “이번 투어를 준비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즐거움도 컸다. 즐거움이 곧 힘이 된 것 같다”면서 “다시 한 번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받은 이 사랑을 이번 공연을 통해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선미는 공연 도중 여러 번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이벤트와 환호,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열정에 울음을 참으며 애써 웃어넘기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관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다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가시나’를 부른 뒤에는 신기했던지 무반주로 후렴구의 운을 뗐고, 팬들은 모두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한 런던에서 울려 퍼지는 ‘가시나’의 ‘떼창’.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선미는 해외에서의 인기 비결을 묻자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나만의 색깔’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을 꼽았다.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여성 팬 다니(23)와 블레이크(22)는 각각 “한국 여행과 트위터를 통해 선미를 알게 됐다”면서 “선미의 음악은 흥미롭고 매력 있다.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는 가수”라고 평가했다.

‘사이렌’을 발표하면서 입버릇처럼 말한 “선미의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그의 목표와 꿈은 현실과 한층 가까워졌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즐겁다는 선미. 지난 2월 24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시작된 2019 월드 투어 ‘워닝’을 이어가면서도 틈틈이 신곡을 만드는 이유다.

앞서 샌프란시스코·로스엔젤레스·시애틀·밴쿠버·캘러리·뉴욕·토론토·워싱턴DC 등 미국 8개 도시와 멕시코·홍콩·대만·도쿄 등 남미와 아시아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선미는 런던을 기점으로 폴란드·네덜란드·베를린·파리 등 유럽을 돌며 팬들을 만난다. 6월 15일 서울 앙코르 콘서트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친다. 선미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런던=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