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기생충’, 웃다가 울컥…정교하게 설계된 ‘봉준호 월드’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기생충’ 스틸컷.

기우(최우식 분)네는 한국의 수많은 4인 가족 중 하나다. 여느 집과 다른 점이라면 성인 네 사람 중 한 사람도 고정 수입이 없다는 것. 하지만 식구들은 누구도 탓하지 않고 똘똘 뭉쳐 잘만 살아간다. 윗집에서 내려오는 와이파이에 기생하며 윗집 아줌마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바꿨을까 노심초사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반지하 창문 위로 취객이 오줌발을 날리는 것을 목격하며 밥을 먹는 것도 감수해야 하지만.

그러던 중, 기우에게 엘리트 대학생 친구가 찾아오고 그는 특별한 제안을 받는다. 교환학생을 떠나는 자신을 대신해 고액 과외를 해 달라는 것. 기우네 가족은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지만 얼마간의 고정 수입을 확신하게 되고, 기우의 부르주아 대저택 입성이 시작된다. 하지만 절박한 그의 발걸음은 뜻밖의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 간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30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은 양극화된 계층을 상징하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봉 감독의 별명 ‘봉테일’의 진가는 빈자와 부자의 집을 오가는 압축적인 공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글로벌 IT기업 CEO 박 사장(이선균 분)의 아름다운 대저택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동경의 시선은 제거되고 낯설게 바라본다. 배우들은 봉준호가 깔아준 세계 위에서 강약을 조절하면서도 물 만난 듯이 제 역할을 한다. 제각각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맞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느낌들은 상업영화처럼 편안하게 다가오면서도 독특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ᅠ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비롯한 봉 감독의 영화에는 종종 이름도, 자신 만의 언어도 없는 빈자들이 등장한다. 중산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플란다스의 개’의 경우 지하실에서 몰래 잠을 자는 노숙자가 그렇다. ‘기생충’은 어떤 면에서 이 익명의 사람에게 ‘꿈틀할’ 기회를 준 영화 같기도 하다. 영화 공개 전부터 많은 이들이 말했듯,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선 ‘괴물’을 떠올리게 하고 계급을 공간과 장소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는 ‘설국열차’를 생각나게 한다. ‘봉준호의 집대성’이자 ‘봉준호를 넘어선 영화’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ᅠ

영화 ‘기생충’ 스틸컷.

늘어진 런닝과 축 처진 어깨, 술에 취한 듯 붉어진 아버지의 얼굴은 무력한 가장을 상징하는 클리셰다. 하지만 송강호와 봉 감독은 새로운 디테일을 발굴한다. 박소담은 봉 감독의 세계에 완벽히 적응한 연기를 선보인다. 최우식과 조여정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장혜진과 이정은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이선균은 과하지 않게 무게 중심을 잡아 극의 톤을 보완한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어떻게 생각해도 맞아 떨어지는 탁월한 메타포와 캐릭터에 걸맞는 대사들, 연출의 디테일에 이끌려 영화를 보다 보면 극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봉 감독이 ‘영화의 완성’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것이 끝난 뒤 엔딩크레딧과 함께 최우식이 직접 부른 OST ‘소주 한잔’이 흘러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감정이 울컥한다. 감독이 계산한 대로 감정을 순서대로 느끼고 있는 기분은 무력하지만, 극장을 나와 곱씹을 거리가 많다.

131분 동안 거장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압축해 놓은 ‘기생충’을 보고 나오면, 묵직하고 모난 돌덩이 하나가 명치 께에 얹어진 기분이다. 남의 가난에 기생해 부를 축적하는 부자들과, 그런 부자에 절박하게 기생하는 빈자들. 이들이 조용하게, 그러나 격렬하게 부딪쳐 만든 생각과 느낌의 잔상이 짙다.

15세 관람가.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