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불온’ 신선한 이야기 속 아쉬운 ‘메시지 강박’

MBC 드라마페스티벌 '불온'

MBC 드라마페스티벌 ‘불온’

MBC 드라마페스티벌 ‘불온’ 10월 3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서얼 출신인 준경(강하늘)은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뒤, 한성부 출신의 관리가 되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 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배다른 형인 준오(양진우)는 억울한 죽음 앞에 타협을 하지 않는 준경과 대립각을 세운다. 준오는 의문의 변사체를 수사하다 그 범인이 장원군(진태현)임을 알게 되지만, 스승 유광헌(손병호)은 이를 덮으라 한다. 서얼의 설움을 풀기 위해 유광헌과 준경은 역적을 모의하고, 준경은 살인 사건의 범인인 창원군이 새로운 왕이 될 거라는 사실에 좌절하고 유광헌에게서 등을 돌린다.

리뷰
온당한 목적을 위한 수단과 희생이 어디까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의 두 번째 이야기인 ‘불온’은 서얼 출신이자 어머니의 부당한 죽음을 목격한 준경(강하늘)을 통해 이러한 딜레마를 드러낸다.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은 준경의 개인적인 트라우마에서 비롯되는 원한이다. 한편 자신이 서얼이기 때문에, 능력으로 대우받지 못하기에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날 때부터 선택할 수 없었던 미천한 신분을 갖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콤플렉스의 해소다. ‘불온’은 주인공인 준경에게 이 두 가지 상황이 주는 딜레마를 통해 목적과 수단, 그리고 그 과정의 온당한 방향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짧은 시간 안에 준경의 트라우마, 그리고 이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사건과 ‘역모’라는 거대한 사건까지 휘몰아치듯 전개됐다. 덕분에 빠른 속도감과 단막극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사극 장르에 대한 실험의 잠재된 가능성도 드러났다. 신인 배우와 중견 배우의 안정감이 잘 어우러졌고,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도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다만 단막극 안에 반드시 메시지가 존재해야 한다는 강박과, 그것이 한 편의 드라마 안에서 드러나야 한다는 형식적 약점 때문에 ‘불온’은 여전히 묵직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무게감이 충분히 극 밖으로 스며나지 못하는 약점을 보였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메시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그 메시지를 짧은 시간 안에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극은 좀 더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밖에 흐를 수 없었다. 때문에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각 인물들의 캐릭터의 심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었고, 사건 또한 안정된 방향대로 흘러갔다.

무엇보다 복잡한 심리 상태에 있는 준경과 그의 배다른 형 준오(양진우)의 관계에 대해 충분히 심도있게 풀어내지 못한 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대립각을 세우다가도 결국은 형제였던 두 사람의 복잡한 심경에 대해 충분히 해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준경의 신분과 어머니에 대한 죽음의 트라우마는 단편적으로 읽힌다. 여기에 더해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전’과 ‘역모’ 역시 맥이 빠지는 방향으로 전개 되면서, 사건과 미장센을 잡는데는 성공했지만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를 잡는 데는 단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단막극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단점 중 몇 가지는 ‘메시지에 대한 강박’이다. 장편과 달리 단막의 경우는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가 갖고 있는 주제 의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이 크고, 그 주제 의식이 사회적으로 혹은 환경적으로 유의미해야 한다는 편견도 있다. 하지만 영화라는 장르에서는 단편 영화가 조금 더 과감하고, 실험적이고, 또 그 안에 담은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단편 영화에 비해서도 긴 시간을 갖고 있는 드라마 단막극이 갖고 있는 듯한 직설적인 화법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불온’은 단막에서 보기 힘든 정도의 좋은 퀄리티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더구나 ‘사극’이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단막극이었기에, 메시지에 대한 강박과 인물이 갖고 있는 평면적인 면들은 더욱 아쉽기도 하다. 또한 그러한 이유에서 단막이 메시지를 세련되고 은유적으로 스며들게하는 무게감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단막이 갖고 있는 환경적 의미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의미가 단막을 연출하고 쓰는 제작진들의 입장에서 어떠한 ‘강박’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단막을 보는 이유는 ‘강박’에서 벗어난 드라마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드라마 페스티벌’의 부활은 우리가 모를 수도 있었던 좋은 작품들을 발견하는 것에 큰 기쁨을 얻기 위함이기에, 부디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작품들이 다음에는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수다 포인트
–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깨알 같은 ‘허균’. 맥 빠져 있던 드라마의 최고 반전은 오히려 그것이 아니었을지…
– 민하양의 연기는 나날이 좋아지네요. 좋은 여배우의 등장이라고 봐도 좋을 듯.
– 주연급 분량에 노 개런티의 의리를 보여준 진태현 씨, 저평가 되는 안타까운 배우인 것 같은데 꼭 좋은 드라마에서 뵙기를

글. 민경진(TV리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