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 “나이제가 ‘인생캐’라뇨? 앞으로 해야 할 ‘인생 연기’ 많아요”

[텐아시아=우빈 기자]

지난 15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서서울교도소 의료과장 나이제를 연기한 배우 남궁민. /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인생 캐릭터라고 불리기엔 아직 너무 부족하죠. 그냥 저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를 한 것뿐이에요. 그 전 연기들과 선을 조금 다르게 한 드라마였기에 에너지 소모도 컸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끝나고 크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없어요. 그거면 됐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남궁민은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의사 나이제를 연기했다. 나이제는 정의를 위해 악(惡)과 맞서는 히어로가 아니라 복수를 위해 악인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다크 히어로’였다. 남궁민은 선과 악 사이 ‘밀당’을 기가 막히게 해냈다. 그 덕에 나이제라는 캐릭터는 그의 연기 인생에도, 시청자들에게도 큰 임팩트를 남겼다. 지난 20일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남궁민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눴다.

10. ‘닥터 프리즈너’가 끝났다. 드라마 시작부터 종영까지 굴곡 없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유지했는데, 작품을 끝낸 기분이 어떤가? 
남궁민 : 긴 작품이었다. 지난해 7월에 대본을 받아 나이제로 살았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긴 여행을 마친 기분이다. 특히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막판에는 살도 많이 빠졌고 힘들었다. 무사히 잘 마쳐서 너무나 다행이다. 또 하나의 작품을 마무리했다는 점이 되게 뿌듯하다.

10. 살이 얼마나 빠졌나?
남궁민 : 드라마를 시작하면 다이어트를 한다. 66~67kg 정도가 화면에 딱 잘 나오는 무게더라. 근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62kg까지 빠졌다. 다이어트를 하려던 게 아닌데 대본이 나오면 정신없이 보고 빠른 시간 안에 소화하려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10. 나이제는 평범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다크 히어로’라고 표현했지만 복수를 위해 악인처럼 행동할 줄도 알았고, 정의 구현과는 거리가 먼 함정과 음모도 많이 꾸며서 마냥 히어로라고는 볼 수 없었다. 나이제를 연구할 때 어려웠을 것 같은데.
남궁민 : 작품을 할 때마다 어렵다고 느낀다. 내가 맡은 인물을 세심하게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까 캐릭터 연구는 항상 어렵고 연기도 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대본이 있기 때문에 그 의도를 충실히 맞춰서 해석을 하는 게 내 몫이다. 무엇보다 내가 한 해석이 감독님, 작가님의 의도와 잘 맞는 궁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와 감독, 작가의 의도가 잘 맞으면 시청자들이 ‘연기 괜찮은데?’라고 느끼는 것 같고, 아니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똑같은 열정을 갖고 같은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 속 캐릭터에 비해 나이제가 더 어렵진 않았다. 다만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나이제를 조금 더 무겁게 표현했으면 어떨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은 남는 것 같다.

10. 복수를 위해 범죄자와 협력하고 때론 악인보다 더 악인 같았지만 ‘나이제식 복수’에 통쾌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많았다.
남궁민 : 사실 일상을 살다 보면 굴복해야 할 때가 있지 않나. 나는 연예인으로 살다 보니 누가 나한테 이유 없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고 해도 일반 사람보다 참아야 할 때가 있다. 연예인이 아니어도 직업이나 생계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는 부분들이 많지 않나. 나이제는 참지 않고 푸니까 더 통쾌해 하지 않으셨을까.

KBS2 ‘닥터 프리즈너’ 방송화면 캡처.

10.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통쾌하고 느낀 장면이 있다면?
남궁민 : 1회 엔딩에서 이재환(박은석 분)의 어깨에 주사기를 찔러 넣으면서 ‘나 기억해?’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TV로 보면서 깜짝 놀랐다. 사실 그 장면은 대본을 읽으면서도 놀란 장면이고, 어느 정도 파격적인 느낌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도 놀랐다. 또 다른 장면은 한소금(권나라 분)이 공격을 당하고, 내가 그 피를 묻힌 채 선민식(김병철 분)에게 갔을 때다. 사실 선민식과의 싸움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도 지루하고 피로감이 있었을 텐데 피 묻히고 ‘내가 너를 어떻게 잡는지 보여줄게’라고 경고하는 장면은 정말 느낌이 다르더라.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사실 피 분장을 기가 막히게 예쁘게 해 준 덕이 게 크다. 분장팀 친구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10. 이전 작품 ‘김과장’ ‘훈남정음’과 또 다른 느낌의 연기를 보여줬다. ‘닥터 프리즈너’에서 좀 더 신경을 쓴 부분이 있나?
남궁민 : 이번에는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살려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발성을 들릴 듯 말 듯하게 대사를 쳤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속삭이듯 말을 했다. 그래서 커피라든가 목을 건조하게 하는 건 자제했다.

10. 많은 시청자들이 나이제에 대해 ‘남궁민의 인생 캐릭터’라고 호평을 했는데, 동의하는지?.
남궁민 :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웃음) 아직 너무 부족하다. 아니라고 단정 짓는 게 아니라 앞으로 그럴 일들(인생 연기를 펼칠)이 남아있을 것 같아서 인생 캐릭터라고 하기에는 아쉬울 것 같다. 물론 ‘닥터 프리즈너’를 할 때는 담금질도 했고 끝난 후 ‘잘했어. 수고했어’라고 스스로에게 칭찬도 해줬다. 인생작, 인생 캐릭터라는 건 호흡도 잘 맞고 완성도 있는 작품이 완성됐을 때, 누가 정해주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면 그게 인생작이 아닐까 한다.

지난 15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나이제를 연기한 배우 남궁민. /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10. 오정희 역의 김정난, 이재준 역의 최원영, 선민식 역의 김병철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남궁민 : (최)원영 형은 엑스트라 시절에 만난 적이 있어서 연기가 어렵지 않았다. (김)정난 누나는 드라마를 같이 해서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였다. (김)병철 형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선민식과 나이제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닥터 프리즈너’의 색을 잡아갈 때 둘이 제일 많이 나와서 서로 톤을 맞추며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본 리딩, 리허설을 하면서 공유할 건 공유하고 상의할 건 상의했다. 병철 형과 엎치락뒤치락하는 호흡이 잘 맞았다. 의도했던 부분이 방송에도 잘 드러나서 연기자로 되게 좋았다. 만족스럽다.

10. ‘닥터 프리즈너’가 너무 잘됐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남궁민 : 물론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고민도 되지만 나는 연기하는 그 자체가 너무 좋다. 연기가 돈을 벌기 위한 생활 수단이 아니라 사랑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고 책임질 수 있는 작품이라면 성공 여부를 떠나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또 내가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치유 되고 깨닫는 것도 있어서 그냥 꾸준히 하고 싶다.

10. 프로필을 보니 벌써 마흔이 넘었다. 올해 42살인데 나이가 든 걸 체감하고 있나? 
남궁민 : 당연하다. 일단 현장에서 많이 느낀다. 어렸을 땐 무서운 감독님이 많았다. 거의 하늘 같은 존재였다. 신인 시절에는 늘 긴장하고 쉬지도 못하고 달려갈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그땐 뭐라고 해도 삐지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좋아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무시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름이 잘 불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대우를 받다가 경력이 쌓이다 보니 이젠 감독님이 나를 선배님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후배 배우들도 선배님 혹은 형이라고 하니까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낀다.

10. 올해 상반기가 다 가고 있다. 하반기에 세워둔 목표가 있다면?
남궁민 : 제가 챙길 수 있는 대본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 사람(캐릭터)이 어떤 사람인지 연구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