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어린 의뢰인’ 닫힌 문의 폭력과 싸우는 최명빈의 눈동자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어린 의뢰인’ 티저 포스터/사진제공=이스트드림시노펙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변호사 자격증은 있지만, 대형 로펌 취직을 꿈꾸며 여느 취업준비생과 다름 없이 살던 정엽(이동휘).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뒷바라지를 해주던 누나의 권유로 한 아동복지기관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새 엄마 지숙(유선)에게 학대받는 것이 의심되는 다빈(최명빈 분), 민준(이주원 분) 남매를 만나 얼떨결에 우정을 이어간다.

‘같이 햄버거를 먹자.’ 아이들과의 약속을 남긴 채정엽은 꿈에 그리던 대형 로펌에 취직해 서울로 떠난다. 그러던 중 다빈이 동생 민준을 죽였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22일 개봉한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 계모가 친부의 방치 아래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칠곡 아동학대사건’을 재구성했다. 가상의 인물인 평범한 변호사 정엽의 시선을 따라간다. 학대받는 연기를 하는 어린 배우들을 위해 현장에는 심리상담사가 배치됐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아역들을 챙겼을 정도로 ‘아이들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작품의 주제와 걸맞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컷.

영화는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극 초반엔 정엽과 아이들의 우정이 펼쳐지면서 집 밖에선 밝은 분위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세상과 단절되는 집으로 들어온 순간 영화는 단숨에 어둠에 휩싸인다. 아버지에게 사실상 방치되고, 새 엄마에게 폭력을 당하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남매의 모습이 감정을 자극한다. 여기에 아이들을 스쳐가는 이웃들의 무관심은 단 한 번의 구타 없이도 섬뜩함과 서늘함을 안긴다.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컷.

‘여선생vs여제자’ ‘선생 김봉두’ 등을 연출한 장규성 감독답게 극 초반에는 코믹한 부분으로 환기를 유도한다. 하지만 밝음과 어두움, 유쾌함과 끔찍한 폭력이 오가는 연출은 어딘가 균일하지 않은 어색함을 주기도 한다. 흔들리는 연출의 톤을 잡아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변호사이지만 ‘고학력’ 취준생인 정엽 역의 이동휘는 장기인 코믹 연기로 시작해 각성해 나가는 ‘범인’(凡人)의 모습으로 감정이입을 이끈다.

실제 한 아이의 엄마인 유선은 아이를 학대하는 악역을 맡아 제 몫을 다한다. 극 말미, 법정에서 힘껏 지르는 그의 연기는 악에 대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학대 받는 ‘어린 배우’ 최명빈의 연기가 압권이다. 최명빈은 눈동자로 자신의 존재와 무고함을 주장한다. 서정연, 김보연, 고수희 등 조연들의 연기도 반갑다. 영화에 담긴 어른들과 아역들의 호흡은 아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회 환경을 돌아보게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만큼,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기보다 새로운 접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공분을 자극하려는 것이긴 하지만, 학대를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정공법으로 묘사한 점도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관객들에게는 진입장벽이다. 그럼에도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작품이다.

12세 관람가.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