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3, 개막작 ‘바라:축복’ 화제성이 약하다고? BIFF의 선택을 지지한다!

바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라: 축복’은 이전 개막작들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부탄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건너온 영화, 유명배우 한 명 등장하지 않는 영화, 게다가 ‘고승’이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낳았다. 하지만 3일 오후 1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 기자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바라: 축복’은 BIFF의 선택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 기대감이 낮았던 탓도 있겠지만, 기대를 하고 봤어도 ‘바라: 축복’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작품이다. 시청각적인 자극이 촉감과 질감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그 만족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감독이기 이전에 부탄의 ‘고승’인 키엔체 노르부의 상상력은 의외로, 상당히, 에로틱하다. 영화제의 목적중 하나가 숨은 보석 같은 영화를 발견하고 소개하는 것이라면 올해 BIFF의 출발은 느낌이 좋다.

‘바라:축복’은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세 번째 장편극영화다. 인도 남부지방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을 매개로 남녀의 사랑과 자기희생, 역경을 헤쳐 나가는 한 여인의 강인한 의지를 이야기한다. BIFF에서 부탄의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 부탄의 영화가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언론시사회 및 기자회견에는 제작자 나넷 남스와 출연배우 사하나 고스와미, 디베시 란잔 등이 참석했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해발 4~5,000 미터 고지에서 수행중인 관계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인사의 말을 전해왔다. “내 영화가 아직도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로 입을 연 감독은 “평소 한국 영화를 존경한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에도 많은 기회를 주는 곳이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곳이기에 더욱 각별하다”고 전했다. ‘바라: 축복’에 대해서는 “헌신과 신앙, 여성의 강인함에 대한 이야기다. 평소 인도의 전통무용을 보며 항상 감사해왔고 이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인도의 광대한 문화를 알리고 싶었고 내가 꼭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가장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래는 기자간담회에서 오고 간 말,말,말들이다.

JUN_8330 copy 복사Q. 키엔체 노르부는 감독이기 이전에 고승이다. 수도자인 감독과 호흡을 맞춘 기분이 어떤가?
사하나 고스와미: 수도자이기 때문에 다른 감독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감독님은 멋진 생각을 가진 특별한 분이다. 삶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뿐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내시는 분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참 편하게 촬영했다. 이런 분과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Q. 소녀에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샤하나 고스와미: 극중 릴라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데, 릴라를 연기하며 어린 시절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춤추고 부모가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것이 나의 어린 시절과 상당히 유사다고 생각했다. 아마 릴라의 모습을 가장 많이 가진 분은 감독님일 거다. 감독님은 젊고 희망적인 것을 많이 지니고 계신 분이다. 감독님의 많은 부분이 릴라를 통해 보여진 것 같다.

Q. 영화에 등장하는 바라타나티암 춤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이 영화를 위해서 특별히 배웠는지도 궁금하다.
사하나 고스와미:
바라타나티암은 인도의 전통춤 중 하나다. 신에게 바치는 춤으로 인도 남부 지역의 어린 소녀들은 주로 이 춤을 배운다. 나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춤을 10년간 배웠다. 그때 익힌 기본기 덕분에 바라타나티암을 배우는 데 크게 어렵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예전에 배웠던 춤이 튀어나와 애를 먹은 부분이 있다. 봄베이에서 3개월간 영화를 위한 안무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Q.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영어로 제작된 이유는 뭔가?
나넷 남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다. 인도에는 많은 언어와 문화가 있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님은 인도의 사랑과 영감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을 특정한 지역에만 규정하고 싶어 하시지 않으셨다. 힌두어로 할지, 영어로 할지 고민을 하고 많은 논의를 했는데 사하나가 이게 영어이면 더 명확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언어의 그물에 빠지지 않고 명확하게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바라Q. 사하나는 영화 속에서 굉장한 관능미를 내뿜는데, 이런 관능적인 연기는 감독님이 특별히 요구한 것인가.
사하나 고스와미:
감독님은 이 소녀가 크리슈나 신과 사랑과 빠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릴라는 크리슈나 신과 사랑에 빠진 인물로, 그녀의 엄마 역시 신과 결혼한다는 개념으로 신에게 헌신한다. 크리슈나 신만이 릴라의 외로운 순간을 함께 나누는 존재로 결국 크리슈나의 이미지를 남자 주인공 샴에 투영하는데, 그 부분에서 관능적인 요소가 부각된 것 같다. 소녀를 모델로 소년이 신의 이미지를 조각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관능적인 부분이 들어간 면도 있다.

Q. 인도의 카스트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삶과 애환이 그려진 작품 같다.
사하나 고스와미:
어느 사회에나 불합리한 점이 있고, 계급이 있다. 이러한 구분 짓기는 특정 이익을 위한 것으로, 삶에 한계를 긋는다는 점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Q. 이 영화는 부탄의 영화이면서 인도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촬영은 스리랑카에서 이뤄졌고. 그 지점에서 질문을 하는데 ‘바라’는 인도영화로 보는 것이 맞나, 아니면 부탄영화로 보는 것이 맞나. 메인타깃이 인도관객인지 부탄관객인지도 궁금하다.
나넷 남스:
부탄의 첫 장편영화는 키엔체 노르부 감독님의 ‘컵’(1999년)이다. 그런 의미에서 키엔체 노르부 감독님은 부탄영화계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부탄 영화는 이제야 막 걸음마를 뗀 아기다. 인도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감독님은 부탄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것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을 하시곤 하는데, 부탄 영화계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려고 그만큼 더 노력하신다. ‘비라: 축복’의 타깃은 우리 영화와 우리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관객이다. 특정 관객이나 영토를 지향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부산=글. 정시우 siwooraini@tenasia.co.kr
부산=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