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식구들’, “시청률 40%는 꿈이 아니다”

KBS2 '왕가네 식구들' 기자간담회 현장 조성하, 오현경, 오만석, 이태란, 이윤지, 한주완(왼쪽부터)

KBS2 ‘왕가네 식구들’ 기자간담회 현장 조성하, 오현경, 오만석, 이태란, 이윤지, 한주완(왼쪽부터)

“이왕 이렇게 된 거 시청률 40%를 넘겼으면 좋겠네요(웃음).”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KBS2 ‘왕가네 식구들’ 기자간담회 현장. 배우 오만석은 “‘왕가네 식구들’의 시청률 상승세가 매섭다”는 말에 이런 답변을 내놓는다. 최근 “시청률 20%만 넘겨도 대박이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형국에서 ‘왕가네 식구들’은 방송 10회 만에 전국시청률 30.3%를 기록하며 주말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폼나게 살거야’ 등을 집필한 문영남 작가와 시청률 황제 진형욱 PD(‘수상한 삼형제’ 등 연출)가 만난 ‘왕가네 식구들’을 기획 단계부터 “왕가의 귀환”이라는 칭호를 들으며 기대를 모았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 판치는 주말드라마보다는 현실 사회의 가족 문제와 밀접한 연어족, 캥거루족, 처월드 등의 키워드를 극에 적절히 녹여낸 것도 공감대 형성에 한몫했다. 게다가 나문희, 장용, 김해숙, 노주현, 이병준, 조성하 등의 중견 배우들과 오현경, 이태란, 오만석, 이윤지, 한주완 등 연기력이 탄탄한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극에 대한 몰입도도 높였다.

“드라마 10회까지는 이야기에 불을 지피는 단계입니다.” 문보현 CP의 말처럼, 10회 방송을 마친 ‘왕가네 식구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왕가네 식구들’의 이야기가 처월드를 실상을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고민중(조성하)-왕수박(오현경) 부부가 처가살이를 시작한 이후부터의 이야기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왕가네 식구들’은 2013년 대한민국 가족의 현실을 보여주며 진한 감동과 웃음을 전할 수 있을까.

Q. ‘왕가네 식구들’의 시청률 상승세가 매섭다. 방송 10회 만에 이런 성과를 얻었다는 게 한편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도 같다.
문보현 CP: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는 ‘왕가네 식구들’이 원래 의도했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하고 싶다. 10회까지는 드라마 작법을 위해 불을 지피는 단계다. 민중-수박 부부가 처가살이를 시작하면서부터가 본격적인 ‘왕가네 식구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 그 속에 해학과 풍자를 담으려 한다.

Q.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덩달아 오현경도 욕을 많이 먹게 됐다. 욕먹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쉽지 않겠다(웃음).
오현경: 이렇게 강한 역할은 처음 맡아봐서 연기를 하면서도 힘든 부분이 있다.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이기적인 행동을 취하는 게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앞으로 수박이는 더 철없는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인데 그만큼 욕도 많이 먹게 될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수박이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면서 극에 반전을 줄 수 있지 않겠나. 지금 욕할 수 있을 때 실컷 욕하시라(웃음).

고민중 역의 조성하(왼쪽), 왕수박 역의 오현경

고민중 역의 조성하(왼쪽), 왕수박 역의 오현경

Q. 왕씨 집안에서는 ‘편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왕호박 역을 맡은 이태란은 매회 한 번씩은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엄마 이앙금(김해숙)이 왜 그렇게 두 딸을 차별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태란: 사실 호박이가 왜 편애를 당하는지 모르겠다. 뭔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작가가 말을 안 해줘서 답답하다. 참 쉽지 않은 역할이다. 게다가 남편 허세달(오만석)까지 사고를 치려고 준비 중이라서 걱정이다.
오현경: 수박이 입장에서도 왜 엄마가 자신을 그토록 편애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남편 고민중은 모르는 수박이의 과거가 있는 듯한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문보현 CP: 수박과 호박에게 비밀이 있긴 한데, 출생의 비밀과 같은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게 더 나은 상황이라 작가가 말을 안 해주는 것 같긴 한데, 호박이가 좀 더 울면 알게 되지 않을까(웃음). 11부터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거다.

Q. 허세달은 조만간 왕수박을 능가하는 밉상 캐릭터가 될 것 같다. 철없는 아이 같은 사고뭉치 역할을 맡으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오만석: 허세달은 기본적으로 화려하고 과시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남자가 하루에 3,000원씩 받다가 1억 원이 생긴다면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나. 누구도 쉽게 그러지 못할 거다. 앞으로 허세달이 돈맛을 보고 나서 부질없고 철없는 행동을 많이 할 것 같은데,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나.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보다는 뜻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다루기에 재미가 있는 거다.

Q. 고민중은 철없는 아내 왕수박을 만나 고군분투 중이다. 방송을 보다 보면 마치 이 시대의 아버지를 대변하는 것 같아 울컥할 때가 있다.
조성하: 고민중이란 인물을 통해서 ‘이 시대의 가장은 무엇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모종의 사명감도 느끼고 있다(웃음). 보통의 사람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와 가정 속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고민중을 통해 분출해보려 한다. 작가가 나에게 말한 것처럼 ‘발 디딜 곳 없는 40대 남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다만 시작 단계부터 감정의 폭이 너무 커서 50부작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최상남 역의 한주완(왼쪽), 왕광박 역의 이윤지

최상남 역의 한주완(왼쪽), 왕광박 역의 이윤지

Q. 앞선 배우들이 극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이라면, 왕광박(이윤지)-최상남(한주완) 커플은 극에 아기자기한 느낌을 더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이윤지는 데뷔 이래 최고의 몸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이윤지: 집안이 난리 통인데 사랑을 하겠다고 해서 면목이 없다(웃음). 첫 대사가 개소리였고, 현장에서도 입보다도 몸을 많이 풀고 들어가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 확실히 몸을 움직이는 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 같다. 그런 기운을 지금은 상남에게 쏟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광박의 캐릭터가 ‘성장’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표현해보고 싶다.
한주완: 상박커플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대본 자체가 재밌고, 윤지가 슬랩스틱을 잘 해줘서 느낌이 잘 사는 것 같다.

Q. 전작들에서 맡았던 역할도 그렇고, 이윤지에게는 ‘연애 쑥맥’의 느낌이 있는 것 같다. 반면에 한주완은 최상남을 연기하며 ‘선수’라는 수식도 얻었다.
이윤지: 나는 사실 나쁜 여자라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웃음). 광박이는 정말 모태 솔로고 연애 방법도 모르는 아이다. 요즘 광박이 상남이 앞에 서 있을 때는 가슴 두근거림이 있다. 어제(1일) 상남과 스킨십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다. 한주완이 대기실 들어올 때도 “주완씨 말고 상남이 들어오라”고 그런다(웃음).
오만석: 이태란이 특히 상박커플을 좋아한다. 대본 리딩할 때도 상박 커플이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고 자기가 흥분하더라(웃음).
한주완: 허영달(강예빈)과의 러브라인이 시작되면서, 트위터에 욕이 늘고 있다(웃음). 많은 인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삶에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많지 않나. 행동 자체보다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인내심을 갖고 봐주시면 좋겠다.

허세달 역의 오만석(왼쪽), 왕호박 역의 이태란

허세달 역의 오만석(왼쪽), 왕호박 역의 이태란

Q. 각자 가장 힘들었던 장면들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이태란: 감정 신이다. 엄마와 부딪히는 장면은 아직도 불편하다.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느낀다.
오만석: 8회 엔딩에서 장모님(김해숙)에게 버럭버럭 하는 장면이다. 대본을 받은 날부터 매일 연습을 했다. 대본 리딩할 때는 하도 눈물이 나서 대본이 다 젖었을 정도다.
오현경: ‘백’이 한 달뿐이 안 된 신상이라고 얘기하면서 난리를 치는 장면이다. 또 이런 상황에도 수박 입장에서는 진지하게 말을 해야 하니까 연기할 때 정말 울컥하더라. 방송을 보면 남편이 너무 불쌍해서 수박에게 몰입하기가 힘들다.
조성하: 생활극은 처음이라 힘든 점이 많다. 차안에서 아버지(노주현)이 싸준 주먹밥을 먹으며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에는 ‘도대체 먹으면서 어떻게 울라는 거지?’ 했다(웃음). 10회 마지막에 운동장에서 아이처럼 대성통곡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평소에도 잘 울지 않는 편이라 피멍이 들 정도로 가슴을 마구 치며 연기했다. 첫 테이크 만에 끝내고 나니, 역시 감정 신을 하려면 몸을 괴롭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한주완: 아직 방송이 안 된 분량인데, 상남이 엄마를 만나고 나서 낙심한 채로 비 오는 날 굴착기를 고치는 장면이 있다. 날이 추워서 살수차에 담긴 물이 거의 냉각수였다. 그 와중에 상남의 감정과 트라우마를 모두 보여줘야 해서 힘들었다(웃음).
이윤지: 정말 죄송하게도 나는 어려운 점이 없다(웃음). 요즘 생활신에 가까운 연기를 하기 위해 머리도 안 감고 메이크업만 받는다. 세트에도 광박이 실제로 입는 옷들을 갖다 놓고 최대한 나의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다.

Q.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왕가네 식구들’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준다면.
오만석: 세상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런 캐릭터를 보면 짜증이 나실지도 모른다. 사실 보고 싶지 않다 뿐이지, 그런 캐릭터가 세상에 없는 건 아니다. ‘왕가네 식구들’은 캐릭터가 돋보이는 드라마이기에 캐릭터가 조금 과장되게 표현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통해 타산지석으로 삼으시거나, 그런 사람들보다 여러분이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으시면 좋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