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13년 공백 깬 김현철 “음악 재미 찾고 다시 시작합니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오는 23일 새 미니음반 ‘프리뷰’를 발표하는 가수 김현철. / 사진제공=FE엔터테인먼트

“9집에서 10집까지 10년 넘게 걸린 이유요? 음악이 재미 없어지더군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재미가 없어졌어요. 다행히 기획사 운영도 하고, 방송도 하면서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었고요. 악기를 다 처분하고, 컴퓨터도 팔았죠.”

오는 23일 오후 6시 새 미니음반 ‘프리뷰(preview)’를 각 음원사이트에 발표하는 가수 김현철의 말이다. 그의 새 음반 발매는 13년 만이다. 김현철은 1989년 ‘춘천 가는 기차’가 담긴 첫 번째 정규 음반 ‘김현철 볼륨 원(Vol. 1)’을 내고 큰 인기를 얻었고, 정규음반만 9장이나 냈다.

지난 16일 서울 이태원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거의 9년 동안은 음악을 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항상 10집을 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새 음반 제목을 ‘미리보기’라는 뜻의 ‘프리뷰’라고 정한 건 올 가을 내놓을 열 번째 정규 음반 중 5곡을 골라 먼저 공개하는 형태여서다. ‘드라이브(Drive)’ ‘한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투나잇 이즈 더 나이트(Tonight Is The Night)’ ‘열심’ ‘웨딩 왈츠’ 등이 담긴다. 눈에 띄는 건 가수 죠지와 쏠(SOLE), 그룹 마마무 화사·휘인, 듀오 옥상달빛 등 후배 가수들과 협업했다는 점이다.

“한참 음악을 하지 않고 있다가 2년 전 지인을 통해 ‘시티팝’이란 장르를 처음 들었어요. 용어도 몰랐는데, 제가 하는 음악이 ‘시티팝’ 같다고 하더군요.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장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룹 빛과 소금·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제가 대표적이라고 하면서요. ‘그런가?’라며 의아해 했죠.(웃음) 일본에 사는 또 다른 지인이 일본 DJ가 제 노래를 튼다는 거예요. 요즘 들어 제 음악이 조명되는 것 같아서 마냥 신기했죠. 그러던 중 국내에서도 20세기 한국 시티팝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알았고, 제가 30년 전에 낸 ‘오랜만에'(1집 수록곡)를 죠지라는 친구가 부르는 걸 들었는데 괜찮더군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죠지를 만난 뒤 음반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악기를 다시 사고, 컴퓨터도 구입해 작업을 시작했죠.”

김현철은 마침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여서 가을쯤 발매를 계획했다고 한다. 후배 가수를 통해 음악의 재미를 다시 찾은 셈이다.

“준비를 쭉 하다가 몇 곡 정도는 먼저 공개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번에 발표하는 5곡이 여름에 어울리는 곡이기도 하고요. 모으다 보니까 다른 가수들과 협업한 곡들이 있는데, 음반의 전체 콘셉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중 ‘열심’이란 곡은 제가 불렀어요. 저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현철. / 제공=FE엔터테인먼트

다른 가수와의 협업이나 프로듀서로서 진두지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다.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노래 잘 부르고 음악 잘하는 친구들도 워낙 많은데, 꼭 제가 노래를 불러야 저의 노래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든 음악을 다른 사람이 충분히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프로듀서라는 위치에 있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계속 음악을 할 것 같고요.”

그러면서 데뷔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는 음반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데뷔하고 기다리면 30주년이 옵니다.(웃음) 30년이라는 것에 큰 생각이 없고요. 다만 10집은 좀 남다른 기분이에요. 열 번째 음반까지 채워서 한 서랍장에 넣고 싶었거든요. 이번 음반으로 완성이 되겠죠.”

오랜 공백기를 깨고 내는 음반이어서 마치 데뷔 음반을 내는 기분이라고 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완성한 첫 번째 정규 음반으로 김현철은 ‘천재 프로듀서’라는 애칭을 얻었다.

“1집과 2집의 차이는 ‘노림수’가 생긴다는 거예요. 첫 번째 음반은 처음으로 노래를 발표한다는 설렘도 있고, 그동안 만든 음악을 편곡해서 순수하게 내놓죠. 두 번째 음반부터는 여러 생각이 들어가고 노림수가 생기죠. 음악 자체가 변질되기 마련입니다. 이번엔 그런 노림수가 떠오르면 생각을 안 하려고 애썼어요.”

후배 가수와의 협업이 그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가수들과 작업해서 무척 좋았고, 이번에 후배들의 말을 많이 들은 덕분에 음반 결과물이 더 좋다”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한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는 화사, 휘인을 만난 뒤 노랫말을 완성했다.

“마마무가 노래를 잘하는 건 누구다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마치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야’라는 것처럼요.(웃음) 김도훈 작곡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 곡을 들려줬는데, ‘마마무에게 발라드 곡이 없다’고 하더군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는 화사, 휘인이 부른다는 걸 알고 가사도 단짝인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는 내용으로 썼어요. 너무 잘 불러줘서 좋았습니다.”

김현철. / 제공=FE엔터테인먼트

자신이 첫 음반을 만들 때 자유롭게 한 것처럼 후배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지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화사와 휘인에게도 가사를 소리 내어 몇 번 읽어보라고 권한 게 전부다.

“노래라는 건 이야기를 멜로디에 실어서 들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사를 소리 내서 읽어보면 감정이 잡힙니다. 그리고 나서 노래를 부르면 70%는 알고 시작하는 거죠.”

공백기 동안 음악만 만들지 않았을 뿐, 라디오 DJ와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늘 음악 곁에 있었다. “꽤 멀리 도망간 것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찾은 거 보면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달 9~10일에는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콘서트도 열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짓던 김현철은 “앞으로 콘서트 준비도 할 것”이라며 “학전 콘서트를 하면서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좋았다. 공연장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이고, 그들이 다 나를 쳐다본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무대에 오르면 참 기분 좋다”고 설명했다.

“오랜 숙제같았던 10집을 내고 나면, 앞으로는 여러 형태로 음악 활동을 활발하게 하려고요. 다음 음악부터는 훨씬 자유로울 거예요. 일단 10집만 내면 날아갈 것 같습니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