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서스페리아’, 심장까지 우르르 들어차는 소름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서스페리아’ 포스터.

1977년 베를린. ‘헬레나 마르코스 아카데미’의 무용수인 패트리샤(클로이 머레츠)는 정신과 의사 클렘페러(틸다 스윈튼)를 찾아가서 “그 여자들 마녀에요. 제 안으로 마녀 마크로스가 들어오려 해요”라고 두서없는 말들을 풀어놓는다. 클렘페러는 패트리샤의 말을 망상으로, 공황으로, 괴담으로 치부한다. 그날 이후 패트리샤는 홀연히 사라진다.

멀리 미국에서부터 마담 블랑(틸다 스윈튼)을 흠모했던 수지 배니언(다코타 존슨)이 오디션을 보러 베를린으로 온다. 아카데미에서 수지의 춤은 마담 블랑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내고, 수지는 공연을 앞두고 있는 작품 ‘폴크’(Volk)의 주역까지 따낸다. 마담 블랑은 수지에게 “춤에서 빼야할 두 가지는 아름다움과 기쁨”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클렘페러는 패트리샤의 일기에서 의문점을 발견하고는 아카데미에서 패트리샤의 절친이었던 사라(미아 고스)를 찾아온다.

영화 ‘서스페리아’ 스틸컷.

오늘 개봉한 ‘서스페리아’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1977)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어린 시절 제어되지 않은 자유와 감성의 충격을 준 원작을 새로이 직조하고 자신의 색깔로 물들였다. 그리고 냉전 시대의 베를린, 그중에도 극좌파 세력 바더 마인호프 집단의 테러가 극에 달했던, 암흑과도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선택했다. 폭력에 대한 징조와 공포로, 무용단 안의 세력 다툼이나 불길한 느낌을 반영하고자 했던 그의 선택이었다. ‘아이 엠 러브’(2009)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증명되는 그의 마법과도 같은 연출력은 마녀들의 소굴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루카 구아다니노와 많은 작품을 함께한 틸다 스윈튼은 그와의 작업을 일이 아닌 인생의 일부로 여길 만큼 각별하게 생각한다. ‘서스페리아’에서 틸다 스윈튼은 마담 블랑, 의사 클렘페러, 마녀 마르코스까지 무려 1인 3역으로 등장한다. 특출한 연기력을 가진 그녀이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특히 뛰어난 안무가이자 천재 무용수인 마담 블랑의 서늘한 기품이 온몸에서 배어난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비거 스플래쉬’(2015)에서 당돌한 10대였던 다코타 존슨은 이번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다코타 존슨은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에게 내려지는, 자신만의 고유색을 이 작품으로 부여받았다.

영화 초반부 오디션을 보는 수지와 거울의 방에 갇힌 올가(엘레나 포키나)가 교차로 등장하는, 수지가 춤을 출 때마다 올가의 갈비뼈들이 뒤틀리다가 끝내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버리는 장면과 후반부의 피로 물든 30분은 극도로 처참하다. 첫 영화음악에 도전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가 극한 감정들이 넘실거리는 영화를 음악과 사운드로 몰아세운다. ‘서스페리아’는 심장까지 소름이 우르르 들어차는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