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오, 장자연 욕하는 문자 보내”…장자연 통신기록 원본, 누가 없앴나 (종합)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MBC ‘PD수첩’은 지난 14일 ‘고(故) 장자연 – 누가 통화기록을 감추는가?’ 편을 방송했다. 방송에서는 사라진 장자연의 통신기록과 고의적인 은폐 정황을 집중 조명했다.

장자연 사건 당시 경찰은 특수수사본부를 꾸리고 수십명의 인력을 동원해 참고인 118명을 조사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부실하기만 했다. 진실을 밝히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통신기록 원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원본 대신 수사기관이 편집한 자료만 있을 뿐이다.

PD수첩과 인터뷰한 전 조선일보 최고위 관계자는 “방정오가 (장자연에게) 매일 전화를 한 통화기록이 나와서 빼려고 하고 있다”는 말을 후배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방정오가) 장자연 욕하는 문자까지 보냈다는 거 아니야. ‘야, 너 얼마나 비싸냐. 얼마면 되냐’까지 했다”고 말했다.

2009년 4월 24일 분당경찰서는 수사상황을 발표하며 장자연 전화 3대, 소속사 대표 전화 3대의 1년간 사용한 발신과 역발신 총 5만1161회 내역을 대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모든 자료는 USB나 CD 등에 저장한 뒤 검찰에 보내는 기록에 별첨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작성된 통신관련 기록에는 CD 등의 자료가 첨부돼 있지 않다. 원본이 사라진 것이다.

PD수첩 취재 결과, 장자연 씨가 사용한 휴대폰 3대 중 1대는 아예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개 휴대폰의 포렌식 분석기록도 사라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의성을 의심했다. 전직 경찰 A씨는 “통화 내역을 분석한 걸 남기긴 남겨야 되겠는데 빼줘야 할 폰은 (뭔지) 딱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A씨도 “이건 수사 목록을 만들어서 보낼 때부터 (원본 첨부를) 안 만들어 버린 것이다. 범죄 입증을 위해 남기는 게 수사기록인데 (원본이) 거기 안 들어간 거면 입증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의원은 “진짜 본인의 통화 내역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통신기록 원본은) 사용될 수 있는 자료다”라며 “(원본을 첨부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인 수사관행하고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검찰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2018년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장자연 씨의 남아 있는 통신기록이 실제 원본과 동일하다고 증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아마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통신기록 자체의 원본도 없고 그 휴대폰을 포렌식한 원본도 없다. 가장 중요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 모든 기록에 원본이 없는 것”이라며 “실수라고 한다면 이 실수의 연속성은 정말 기적적인 연속성”이라고 말했다.

PD수첩은 검찰의 조직적인 은폐 가능성도 제기했다. 장자연 사건을 검찰 고위층에서 직접 관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 A씨는 “영장 신청하러 검찰에 갔는데 지청장이 내려왔다. 원래 그 시간이면 퇴근한 상태다. 그런 거는 부장검사나 그런 사람들이 검토를 해도 지청장이 (직접) 검토한다는 건 좀 그랬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박진현 검사는 PD수첩과의 통화에서 ‘직접 수사하라’며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박 검사는 방정오와 장자연이 알고 지냈던 사이였다는 것을 알았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전혀 몰랐다. 충분히 취재를 했으면 알 수 있을 것 아니냐. 객관적으로 이러이러한 필요성이 있음에도 (검사가) 기각했다고 해라. 수사가 무슨 장난이냐. 나중에 기자들이 수사해라. 되게 잘하시겠다”라고 말했다.

방송 말미에 PD수첩 취재진은 “취재를 하며 우리는 좌절을 넘어 참담함을 느꼈다. 수사와 재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증거자료가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한 국가의 수사와 사법기관이 이렇게까지 무너지게 된 것일까”라고 토로했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