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악인전’ 김무열 “마동석과 맞붙기 위해 15kg 늘렸죠”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악인전’에서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조폭 두목과 손잡은 형사 정태석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무열./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스크린에 제 얼굴이 나왔을 때 낯설 게 느껴지는 게 좋아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배우로서 책임이자 의무인 것 같아요. ‘악인전’을 보면서도 ‘내가 저랬나’ 싶었죠.”

영화 ‘악인전’(15일 개봉)에서 ‘강력반 미친개’라고 불리는 형사 정태석 역의 김무열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배역을 위해 한 달 만에 몸무게를 15kg이나 늘렸다. 조폭 두목 장동수 역의 마동석, 연쇄살인마 K 역의 김성규와 맞붙었을 때 시각적으로도 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운동을 하면서 몸을 불렸어요. 파워가 느는 게 느껴졌죠. 목이 두꺼워지니까 뒤에서 뭔가 받쳐주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형사 역할, 저돌적인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주변에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냐고 물을 때마다 없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화를 찍고 보니 무의식적으로 이런 캐릭터에 욕심이 났던 것 같아요. ‘몸무게를 늘리면서까지 왜 그랬을까’ 생각했는데 ‘해보고 싶었던 거구나’ 싶더라고요.”

영화 ‘악인전’의 한 장면.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김무열이 연기한 정태석은 타깃을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거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범죄자를 잡겠다는 집념이 지독스럽다. 그러다가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조폭 두목과 손잡게 된다. 연쇄살인마를 잡아야겠다는 목표에 사로잡혀 단순납치범을 잡으라는 명령은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김무열은 “이 이야기에 휩쓸리게 되면서 변화의 폭이 가장 많은 인물”이라며 “관객들에게 당장 주는 통쾌함이나 짜릿함 외에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캐릭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의에 대한 신념이 강한 인물이에요. 경찰서 내에 방해 세력도 등장하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죠. 그렇게 정의를 외치던 인물이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조폭인 장동수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도가 아닌 방식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쓰게 돼요. 이렇게 캐릭터가 변화하는 과정을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제목은 ‘악인전’이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사실 정태석은 악인이 아닌 것 같아요. 정태석의 ‘악한’ 면만 기대한 관객들은 배신감을 느낄 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김무열은 캐릭터 연구를 위해 실제 형사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그는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형사로 바뀌는 찰나를 포착해 캐릭터에 담았다고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형사님들이 범죄를 대하는 태도였어요. 어떤 사건을 설명해줄 때 표정, 목소리, 떨림이 인상적이었어요. 웃으면서 이야기하다가도 범죄자에 대해 말할 때는 표정부터 달라지더라고요. 한 순간 심각해져서 놀랐죠.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걸 보고 범죄를 해결하겠다는 이들의 사명감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김무열은 이번 캐릭터를 만들면서 할리우드 배우 톰 하디와 브래드 피트의 연기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김무열은 이번 영화를 통해 마동석과 함께 작업하게 된 데 대해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10여 년 전 마동석과 같은 영화에서 마동석은 좀비 역으로, 자신은 전경 역을 맡아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이 같은 큰 영화에서 주연으로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동석 형의 에너지는 대단해요. 배우가 어울리는 역할을 잡았을 때 싱크로율이 높아지는데, 동석 형은 보통의 몇 십 배는 되는 것 같아요. 동석 형은 부지런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시도)하려고 해요. 액션도 세심히 들여다보면 작품마다, 장면마다 다 달라요. 물론 어마무시한 괴력은 죽지 않지만요. 하하. 이번 영화에서도 복서 경력을 살려 액션 장면에 녹여냈죠. 형 앞에서는 제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에요. 많이 배웠습니다.”

‘악인전’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무열은 이번 주 예정된 ‘악인전’ 무대인사를 마치고 다음 주 칸으로 떠난다. 그는 “집안의 경사”라면서도 “일단은 한국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셔야 칸에 가서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영화인 ‘도터’ 촬영도 막바지 작업 중이다. 이 영화를 위해서는 볼이 홀쭉해질 만큼 살을 뺐다.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김무열은 이렇게 답했다.

“매번 칼 위를 걷는 심정과 부담감을 갖고 작품에 임해요. 그렇게 필사적으로 해도 안 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노력이나 마음가짐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작게나마 효과가 나타난다는 거예요. 어차피 이게 제 길입니다. 배우로서 남들 앞에 설 때 만큼은 그런 마음 없이 연기를 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