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JK│“<무한도전> 출연으로 조카들의 영웅이 되었다” -1

타이거 JK는 요즘 ‘재발견’되고 있는 뮤지션이다. 물론 그는 오랫동안 한국 힙합 신의 중심에 있었고, 윤미래와의 결혼으로 ‘힙합 왕조’의 건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힙합 신 바깥에서 재발견되고 있다. MBC <무한도전>에서 그가 유재석과 함께 ‘Let`s dance’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준 자상한 태도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타이거 JK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토록 했고, 더블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Feel good music>은 새삼 그의 음악적인 저력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험상궂은 ‘힙합 호랑이’만 같았던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타이거 JK에게 그의 인생과 힙합에 대해 들었다.

10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게 큰 화제가 됐다.

타이거 JK
: 그러게,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건데, 일이 커졌다. 1등하면 MBC <음악중심>에 출연한다는 게 농담인 줄 알았더니 정말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좀 걱정이다. 내 앨범 타이틀곡은 따로 있는데. (웃음)

“아이를 위해 내가 건강해져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10 평소 좀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당신을 생각하면 <무한도전> 출연은 의외였다.

타이거 JK
: 내가 김장훈처럼 크게 좋은 일은 못하지만, 취지가 좋은 일에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는데 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조카들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굉장히 무거운 배우들이 갑자기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찍으면서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그래서 좋았다. 취지도 좋고,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주고, 조카들의 영웅도 되고. (웃음)

10 당신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혼자 작업하지 않고 유재석을 곡 작업 과정에 참여시키면서 힙합에 대해 알려주던데.

타이거 JK
: 일단 누군가와 작업할 때는 같이 해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미래가 <무한도전> 광팬이라, <무한도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 했다. 내가 웃기러 나간 것도 아니지만, <인간극장>처럼 무거운 분위기를 내서도 안 되니까 같이 하는 걸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음악 만드는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었다.

10 유재석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계속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당신의 예전 모습이라면 음악을 만드는 것에 굉장히 엄격한 모습을 보일 것 같았는데.

타이거 JK
: 예전의 나는 어두운 시간을 보냈었다. 예전 소속사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100% 다 못했다. 내 청춘을 다 보내면서도 내가 어떤 위치인지, 뭘 하는지 잘 몰랐다. 음반사에서는 100만장 시대에도 20만장을 판다고 망한 가수라고 했고. 그 뒤에는 이유도 모를 병과 싸워야 했고. 그래서 늘 어두웠는데, 이제는 약간 여유가 생기니까 그게 다른 분들에게 보이는 것 같다.

10 아내와 아이가 생긴 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타이거 JK
: 책임감이 생긴다.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책임감 보다는, 아이를 위해 내가 건강해져야겠다 같은 그런 책임감이다. 아이하고 오래 살아야 하니까. 아이를 가지면서 그동안 내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다. 축구도 못하고, 야구도 못하고, 산수도 못한다. 아이를 위해 내가 건강해야 되고, 내가 공부를 해야 된다. 지금까지 내가 할 줄 아는 건 그냥 가사 쓰고, 안티들이 쓴 글에 속상해하는 것뿐이었다. 아이가 나중에 나한테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돼야겠단 생각이 든다.

10 그런 생활이 적응이 되나.

타이거 JK
: 솔직히 아직도 갈등은 된다. 아이가 생기면 모든 방송을 휘젓고 다니면서 진짜 열심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는 안 되더라. 내가 이기적인 놈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힘을 내고 예능 프로그램도 몇 개 해봤는데, 갈등은 계속되더라.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죽음과 생을 모두 경험했다”

10 <Feel good music>을 ‘Good’과 ‘Hood’로 나눈 건 그 때문인가. 두 사이드에 당신의 두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는 당신과 그걸 삐죽 뚫고 몬스터로 살고 싶은 당신.

타이거 JK
: 나는 무대 올라가면 아직도 철이 없다. 매니저들이 조마조마할 만큼 돌발 상황을 일으킨다. 그게 내 음악적인 성격에 맞는 거라는 생각도 하고. 계속 내 안에 있는 모습을 비집고 나올 탈출구를 찾는 건 사실이다. 일종의 이중 생활일수도 있다.

10 그 점에서 지난 앨범과 <Feel good music>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지난 앨범은 그렇게 변한 당신의 인생을 모두 정리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타이거 JK
: 진짜 시작의 의미다. 지난 앨범을 만들 때 내가 거의 마지막 앨범일 거라고 인터뷰도 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도, 세상도 너무 무섭고 믿기지 않은 일을 많이 겪었고. 그런데 그 후에 아이를 가지게 됐다. 나는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죽음과 생을 모두 경험하게 된 거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뭔가 전달하고 싶었다. 좀 더 희망적인 것들. ‘죽기 전에 죽지 않아’라는 곡을 넣은 것도 말 그대로 죽기 전에는 죽지 않으니까 그걸 택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10 ‘죽기 전에 죽지 않아’는 갈수록 사는 것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하게 나오더라.

타이거 JK
: 한동안 음악을 할 마음이 없어졌던 때가 있었다. 뉴스에서 나오는 일들이 너무 충격적이다 보니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차피 세상은 돌아간다. 결국 자기가 할 일 하고,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런 곡들이 나온 것 같다.

10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일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당신은 헤쳐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퀘스쳔’은 어쨌든 헤쳐 나가겠다는 느낌이 강하다.

타이거 JK
: 전에는 왜, 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까 고마운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 많았다. 내 가족, 내 친구들. 그리고 팬레터에 자살하려고 했는데, 형 음악 마지막으로 한 번 듣고 “형도 가는데 나도 간다”고 했던 팬. 그런 걸 보면서 내가 너무 나쁜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싶었다. 이젠 고마웠던 걸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