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아 버텨라”…’개그콘서트’, 1000회 기회로 재도약 노린다 (종합)

[텐아시아=우빈 기자]

코미디언 유민상(왼쪽부터), 신봉선, 김미화, 강유미, 전유성, 김대희, 송준근, 박영진, 정명훈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KBS

매주 일요일 저녁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KBS2 ‘개그콘서트’가 1000회 방송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원종재 PD, 박형근 PD와 코미디언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정명훈, 박영진이 참석했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 7월 18일 파일럿 프로그램 ‘토요일 밤의 열기’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같은 해 9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개그콘서트’는 전유성, 김미화, 백재현, 김대희, 김경희, 심현섭, 김영철, 김준호, 김지혜 등 9명의 고정 멤버로 방송했다. ‘개그콘서트’는 오는 19일 1000회 방송을 맞는다.

원종재 PD는 “‘개그콘서트’의 1000회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게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개그콘서트’는 과거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저도 답답하고 같이 하는 개그맨들도 힘들지만 ‘개그콘서트’는 1000회 이후에도 새로운 모습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전유성은 “200회를 했을 때 사람들이 500회, 1000회까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헛소리가 아닌가 했는데 정말 1000회가 됐다. 언론에서는 ‘개그콘서트’를 내가 만든 것처럼 됐지만 후배들과 함께 만들어간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김미화는 “‘나에게 개그콘서트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저한테는 아이가 네 명이 있는데, 개그콘서트는 저의 다섯 번째 아이라고 말을 했다”며 “코미디 프로그램을 사랑하지만 이렇게 20년 동안이나 줄곧 인기를 얻으면서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던가 싶다.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은 것은 선후배 코미디언과 PD, 작가들 덕분이며 그래서 이런 일이 온 것 같아 기쁘게 엄마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희는 “‘개그콘서트’는 저의 데뷔와 함께 쭉 함께 해오고 있는 프로그램이라 동기와도 같은 존재다. 막내였는데 이제는 전유성, 김미화 선배님과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강유미도 “신인 시절 300회 특집 출연했던 것도 감격스러웠는데 1000회 자리에 있는 게 감동”이라며 “공중파 3사 중 코미디 프로가 ‘개그콘서트’만 남았다. ‘개그콘서트’가 코미디의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것이 영광이고, 시작해준 선배들과 프로그램 이끌어간 후배들, 제작진에게 감사하다”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개그맨 전유성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KBS

현재 ‘개그콘서트’는 과거의 인기에 비해 침체기를 겪고 있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공개 코미디, 신선하지 않은 코너들과 재미 없는 개그, 가학 개그, 비하 개그가 불편하다는 등의 여러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유성은 “예전에는 TV에서 인기 있는 코너를 대학로에 가서 했고, 대학로에서 했던 걸 공중파로 들고 와 성공하기도 했다. 내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대학로에서 검증을 받지 않고 방송에 맞춰 재밌다고 결정을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나태해지고 식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선 반응이 좋았는데, 방송국 PD들은 재미가 없다고 하니까 좋은 아이디어를 들고 왔다가 실망하고 개그를 관둔 친구들도 있다. 그런 부분들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래서 ‘개그콘서트’가 초심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간단하다.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 거고, 재밌다고 생각하면 오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후배들아 버텨라”라며 다독이기도 했다.

개그우먼 신봉선(왼쪽부터). 김미화, 강유미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KBS

신봉선은 “예전에 내가 선배들과 했던 재밌고 인기 있는 코너들 지금 무대에 못 올린다. 그만큼 (수위나 다른 부분들에) 제약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내가 ‘개그콘서트’를 나갔다가 복귀하면서 느낀 것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코미디언들이 녹화를 마치고 회의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좁은 사무실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회의를 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사실 조심스럽고 축제인 자리에서 내가 입방정을 떨까봐 가만히 있었는데 입을 여는 이유는 저희가 나름대로 새로운 문화와 요소들을 ‘개그콘서트’에 접목시키기 위해 선후배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다. ‘재밌게 만들었으니 재밌게 보십시오’라는 코너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유미는 “과거에는 외모를 비하하거나 풍자하는 개그들을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런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여러 여성 코미디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여성은 이래야 한다, 예뻐야 한다는 구조가 없어진 세상이기 때문에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개그를 펼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마음껏 펼치라고 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개그맨 김대희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KBS

파일럿부터 1000회까지 ‘개그콘서트’와 함께 해온 김대희는 콤비로 쭉 함께했던 김준호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대희는 “‘개그콘서트’ 1000회 역사를 놓고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랑 1회부터 시작을 함께 하면서 10회 정도 됐을 때 둘이 소주를 마시며 1000회까지 하자고 했다”며 “말도 안 된다고 웃었는데 그게 현실로 다가왔다. 최다 출연인 그 사람이 정작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무대를 나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잘잘못을 떠나 개인적으로 아쉽다. 그 사람을 두둔하는 건 아니다. 어제 만났는데 출연이 안 되니 방청석에서라도 구경하면 안 되냐고 하기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개그콘서트’ 제작진와 코미디언은 1000회를 앞두고 발전을 약속했다. 원 PD는 “최근 ‘개그콘서트’에는 가학성, 외모 비하 등의 개그가 없다. 사회적으로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의 코미디 소재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다. 우리는 그냥 재밌어하고 보는 건데, 누군가에게 상처라면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유튜브나 다른 것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런 것들을 개그 소재로 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형근 PD도 “고민하고 움직이고 있으니 조만간 변화한 ‘개그콘서트’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