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에이프릴의 딸’, 끈끈한 모성을 뛰어넘는 끈적한 욕망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에이프릴의 딸’ 포스터.

*이 글에는 에이프릴의 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 에이프릴(에마 수아레스) 소유의 별장에서 열일곱 살 발레리아(아나 발레리아 베세릴)는 만삭의 몸으로 출산을 앞두고 있다. 발레리아는 이부(異父)자매인 언니 클라라(호안나 라레키)가 근처에 있어도 동갑내기 남자친구 마테오(엔리케 아리존)와 거리낌 없이 사랑을 나눈다. 발레리아는 엄마에게 임신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전화까지 피하지만, 어느 날 에이프릴이 별장으로 찾아든다. 발레리아는 자신처럼 어린 나이에 언니 클라라를 낳았던 엄마에게 두 달째 학교를 나가지 않았고, 출산이 무섭노라고 털어놓는다. 에이프릴은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요가를 가르칠 계획을 세우고, 호리호리한 발레리아와 달리 투실한 클라라의 식단을 관리한다.

발레리아가 딸 카렌을 낳는다. 마테오의 부모는 아빠놀이를 하려면 혼자서 하라며 아들도 손녀도 포기한다. 딸뻘 되는 여자와 재혼한 발레리아의 아빠는 도움을 청하러 간 에이프릴에게 도움을 받고 싶으면 딸 발레리아가 직접 연락하라며 말도 섞지 않으려 든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발레리아는 육아에 점점 지쳐간다. 에이프릴이 발레리아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카렌을 입양시킨다. 치솟는 슬픔을 감당할 수 없는 발레리아는 에이프릴과 등을 진다. 사실인즉 에이프릴은 아는 이에게 카렌을 맡기고 자신이 키우고 있다. 그리고 마테오를 향해 유혹의 손길을 내뻗는다.

영화 ‘에이프릴의 딸’ 스틸컷.

지난 9일 개봉한 미셸 프랑코의 ‘에이프릴의 딸’은 제70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미셸 프랑코는 알폰소 쿠아론,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뒤를 잇는 차세대 멕시코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감독이다. 각본과 연출을 겸하는 그는 ‘애프터 루시아’(2012)로 제6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크로닉’(2015)으로 제68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함으로서 저력을 증명했다.

에이프릴 역의 스페인 배우 에마 수아레스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줄리에타’(2016)와 ‘에이프릴의 딸’(2017)로 인해 한국 관객에게도 그녀의 이름과 얼굴이 완벽하게 각인될 듯싶다. 엄마와 여자를 넘나드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농익은 연기로 담아낸다. 딸 발레리아 역의 아나 발레리아 베세릴 역시 미묘한 감정선을 찬찬한 연기로 담아낸다.

‘에이프릴의 딸’은 소재 자체로는 더할 나위 없는 막장이지만, 영화는 성급히 판단하려 들지 않고 극한의 감정을 펼쳐낸다. 미셸 프랑코는 이 영화를 배태한 출발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들과 경쟁을 하는 것에 매료된다. 그들은 더 이상 스무 살이 아니며 시간이 흘러갔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기 부정이 가족 관계를 혼돈으로 빠트린다.” 파국으로 치닫는 드라마를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이지 싶다. 현실에서도 상상이 더해진 허구에서도 가장 처참한 비극은 늘 가족 안에서 일어난다.

에이프릴은 딸 발레리아를 지우고, 자신이 그 자리에 들어선다. 끈끈한 모성을 뛰어넘는 끈적한 욕망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가슴의 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으로 이 영화를 지켜보게 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