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이성경X라미란 ‘걸캅스’, 새롭진 않지만 보는 내내 유쾌하다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걸캅스’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여자 형사 기동대에서 범인들을 일망타진했던 전설의 형사 박미영(라미란 분). 그는 현재 민원실 퇴출 0순위 주무관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현실에 타협한 그가 현장에서 물러나 민원실로 보직을 옮겼기 때문이다.

머리보다 주먹이 앞서는 성격 탓에 강력반에서 ‘꼴통’으로 불리는 형사 오지혜(이성경 분)는 여성을 상대로 한 잉크 테러범을 잡으려다 실수로 미영의 남편 지철(윤상현 분)을 잡아들인다. “여보!”를 외치며 강력반 조사실로 들어온 미영.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지철을 본 미영은 지혜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미란다 원칙은 고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가씨? 자기 친오빠를 어떻게 저리 만들 수 있냐고요!”

알고보니 미영과 지혜는 한 지붕에 사는 시누이와 올케 사이. 두 사람은 10년 동안 고시 공부에 매달리다 실패한 지철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 거리기 시작한다. 결국 지혜는 징계를 받아 민원실로 방출되고, 미영은 ‘24시간 시월드’라는 암담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던 중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한 여대생이 민원실을 찾아온다. 신고를 하러 왔다며 휴대전화를 건네던 그는 민원실에 낯선 남자들이 들이닥치자 도망치듯 나가 버린다. 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을 감지한 미영이 다급히 여대생을 따라 나가지만, 여대생은 넋을 놓은 채 걸어가다 트럭에 치이고 만다. 여대생이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미영과 지혜는 핸드폰을 열어보고, 그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 내 모든 부서들이 복잡한 절차를 이유로 수사에 나서지 않자 직접 범인을 잡기로 한 미영과 지혜. 두 사람은 여대생의 마지막 행적을 조사하던 중 남자들이 클럽에서 말을 걸어왔고, 향수를 수입하는 오빠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향수는 사람을 일시적인 환각 상태에 빠트리며 정신을 차려도 한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게 하는 신종 마약이다. 성범죄를 넘어 한 인격체를 죽이는 잠정적 살인이라고 판단한 미영과 지혜는 가해자의 위치를 찾기 위해 마약과 몰래카메라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업자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미영의 잠들어 있던 수사 본능이 깨어난다.

영화 ‘걸캅스’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걸캅스’는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마약, 클럽, 몰래카메라, 이를 통한 불법 동영상 유포 등 신종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다룬다.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는 기존 형사물과 다를 바 없지만 최근 불거진 이슈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보는 내내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소재는 다소 무겁지만 이 영화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유쾌하다. 몰래 카메라 업자를 쫓기 위해 전동 킥보드를 타거나, 클럽에 들어가려는 미영에게 88년생 이상은 출입할 수 없다며 막아서는 보디가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알 수 없는 영어 단어와 몸짓으로 대화하는 미영의 모습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라미란 특유의 생활 밀착형 코미디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민원실 주무관 동료인 장미 역을 연기한 최수영의 활약도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최수영은 해커 뺨치는 실력으로 CCTV를 분석해 용의자를 추적하며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면서 찰진 욕설들과 현란한 손놀림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야기 전개는 새롭지 않다. 도와주지 않는 경찰 본부와 엉뚱하고 무모한 작전을 실행하는 콤비, 사건 후반부에 협력하는 경찰과 악당의 모습들은 전형적이다. 새로운 점이라면 남성 중심의 기존 형사물과 달리 여성 콤비이고, 그 콤비가 올케와 시누이 사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 타협하며 살던 워킹맘 미영과 말보다 주먹이 앞선 탓에 실수만 일삼던 지혜가 경찰로서의 자부심을 되찾고 악당을 무찌르는 모습은 사건 자체를 떠나 인물들의 성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시대도 다르고 세대로 다른 시누이와 올케의 합동작전이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이유다.

15세 관람가.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