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나의 특별한 형제’, 정직하게 웃기고 정확하게 울리는 뜨거운 연대기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포스터. / 제공=NEW

풍족하진 않아도 서로 함께하며 유쾌하게 살고 있던 세하(신하균)와 동구(이광수). 두 사람을 묶어주던 복지원 ‘책임의 집’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각각 지체장애인, 지적장애인인 이들이 다른 시설로 흩어질 위기에 처한다. 똑 부러지는 세하는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동구를 수영 대회에 내보낼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해 동구가 자주 가는 구청 수영장의 알바생이자 취업 준비생인 미현(이솜)을 끌어들인다. 취준생 미현에게 봉사시간과 추천서, 대회 상금의 ‘n분의 1’을 조건으로 내세워서다. 이렇게 세 사람의 뜨거운 연대가 시작된다.

지난 1일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의 자립과 일상 속 연대를 다루는 휴먼 코미디 영화다. 제목의 ‘형제’라는 단어, 포스터에서 활짝 웃는 두 남자를 보고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안 봐도 뻔한 두 남자의 브로맨스 영화 아닐까, 장애를 희화화하거나 신파적인 이야기로 억지 눈물을 강요하진 않을까···. 이런 사람들일수록 극장을 나설 때 안게 되는 감동이 묵직하다.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사연을 모티브로,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 일산사랑 장애인 자립센터 등에서 여러 차례 자문을 받으며 3년 동안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장애를 희화화하는 코미디를 최대한 배제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곳곳에 배치한 흔적이 엿보인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사진제공=NEW

영화는 극 중∙후반 동구의 ‘가족 찾기’가 주제가 되면서 신파와 감동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가족을 정의하며 ‘나의 특별한 형제’만의 선택을 보여준다. 개연성이 부족하더라도, 그 마저도 동구의 시선에서 묘사되는 점이 돋보인다. 

극 후반 세하의 빈 자리를 느끼던 동구는 형의 휠체어를 대신해 바퀴 달린 마트용 카트를 주워다 신나게 내달리고, 무너진 ‘책임의 집’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세운다. 잔뜩 날이 서 있던 세하는 동구 없이 낯선 전동용 휠체어를 밀고 최선을 다해 달려나간다. 이 모습은 장애인을 대상이 아니라 주체의 자리에 세우며 결국 관계와 홀로서기에 대해 얘기하고, 쾌감과 뭉클함을 선사한다.

영화는 장애인의 삶과 일상을 피상적이거나 비극적으로 그리지않는다. 그보다는 장애인 당사자가 일상 곳곳에서 마주칠 법한 작고 큰 위험들로 비장애인이 알기 어려운 면면을 건드린다. 경사진 곳에 사람이 탄 휠체어가 세워져 있을 때의 긴장감, 지체장애인이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엎어졌을 때 생기는 공포감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 편견없이 힘 있게 살아가는 세 사람의 연대가 기분 좋은 웃음을 준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사진제공=NEW

영화가 대놓고 코미디를 선사하는 부분은 오히려 주연들 보다 조연들의 등장이다. 김경남, 권해효, 박철민 등은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누구를 악인으로 그리기보다는 고단한 일상을 비추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설에서 만난 무심한 복지사 김경남이 그렇고, 동구를 다시 찾으러 오는 엄마 길해연이 그렇다. 주연 배우들과 극 초반의 감정을 이끄는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미현과 있는 동안 나는 자주 내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극 중 세하가 적는 문장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무심한 시선에서 장애를 다룬 영화를 보고 그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공유해 온 비장애인들이라면, 114분의 러닝타임을 통과했을 때 세상은 좀 더 다르게 보일 것이다.

12세 관람가.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