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열혈사제’ 고준 “1000% 늘어난 팬카페 회원수…이게 실화냐 싶었죠”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열혈사제’에서 지역 카르텔과 결탁해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황철범 역으로 열연한 배우 고준. /사진제공=비에스컴퍼니

“먹고 살기도 힘들고 청년 실업자도 늘고 자영업자들도 어려움이 크잖아요. ‘열혈사제’는 그런 분들에게 쉴 수 있고 일상의 환기가 되는 시간을 쉬운 방식으로 선사했어요.”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조폭 두목 황철범을 연기한 고준의 말이다. ‘열혈사제’는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방법으로 권선징악을 실현하며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았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쉽게 나눌 수 없다.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처럼 선의 편에 있는 인물도 과거엔 죄를 저질렀고, 출세만 쫓던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는 ‘양심 검사’로 다시 태어났다.

선량한 청년사업가를 가장한 조폭 황철범은 절대악처럼 보였지만 정의실현에 힘을 보탰고 마지막에는 죄를 뉘우쳤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철범 역의 고준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정의의 편에 서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 뜨거워졌고, 나 또한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열혈사제’에서의 고준 스틸컷. /사진=SBS 방송 캡처

고준은 처음에 ‘열혈사제’ 출연 제의를 받고 거절했다.

“악역을 연달아 5~6년 하다 보니 연기가 고갈됐다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다른 색깔의 악역을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대본을 외우고 연기하고 때론 잠잘 때도 떠오르는데, 하루 종일 악역에 몰입하니 본의 아니게 부정적인 성향이 커지는 것 같았어요.”

다른 결의 악역을 선보일 수 있다는 감독의 설득에 고준은 이번 드라마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정말 잘한 일”이라며 “시청자들께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면서도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부끄럽다”고 말했다.

“영화를 주로 해서 드라마는 시청률이 얼마나 나와야 잘 된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밖에 돌아다닐 새가 없어서 드라마의 인기를 아직도 실감 못하고 있어요. 막상 사람 많은 곳에서는 저를 별로 안 좋아해주시는 아닐까요? 그래도 팬카페 회원 수는 ‘미스티’ 할 때 200명이 좀 넘었는데, 지금은 2000명 가까이 됐어요. ‘이게 실화냐’ 싶죠. 너무 신기해요.”

고준은 드라마 ‘미스티’에서 거칠지만 섹시하고 사랑에 있어서는 뜨겁고 순수한 케빈 리 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는 그 때부터 ‘어른 섹시’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고 이번 드라마에서도 김남길과 팽팽한 액션을 선보이며 강한 남성미를 뽐냈다.

“‘어른 섹시’ ‘더티 섹시’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많이들 묻던데, 전 부끄럽고 낯간지럽고 감개무량하죠. 어른 섹시에서 섹시를 빼면 ‘어른’이고, 더티 섹시에서 섹시를 빼면 ‘더티’잖아요. 그게 저예요. 하하. 아직도 제 어떤 모습이 섹시하다고 느끼는지 잘 모르겠어요. 잘생겼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 믿어지면서도 기분이 좋아요.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데 제 매력 포인트는 뭔가요?”

고준은 “모호하게 생긴 외모는 다른 인물로 변하는 데 유리한 장점”이라고 했다. /사진제공=비에스컴퍼니

고준은 이번 드라마의 또 다른 신스틸러 ‘롱드’ 장룡 역의 음문석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음문석의 연기 선생님인 것. 그는 “10년 간 줄곧 음문석을 가르쳤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에서 스승으로서 제자의 연기를 본 소감은 어땠냐고 묻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제 연기에 대한 검열도 스스로 심한데 제게 연기를 배웠던 친구가 나오는 걸 보니 축구 경기를 볼 때처럼 긴장돼서 손을 꼭 움켜쥐게 됐어요.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본능적으로 말이죠. 그건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과 응원의 마음 때문이었어요. 현장에서 괜히 도와주려다가 방해가 될까봐 최대한 말도 아끼려고 했죠. 저보다는 ‘롱드’라는 핫한 인물을 탄생시켜준 감독님께 평생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고준은 “이 정도로 정서를 공유하고 서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배우들을 만난 건 처음”이라고 자랑했다. 또한 “남길은 정의로움, 성균은 너그러움, 하늬는 따사로움”이라고 표현하며 “‘움’으로 라임을 맞춰봤다”고 넉살을 피웠다. 다른 동료배우들에 대해서도 애정 넘치는 마음을 드러냈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출연하겠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남길이 말한 것처럼 이 조합이라면 또 할 겁니다. 이들과 함께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좋았거든요.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마블 영화나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토리가 끝나지 않는 것처럼 ‘열혈사제’도 계속될 수 있지 않을까요?”

시즌2에서는 완전히 선의 편에 선 황철범 역이 어떠냐고 하자 고준은 “하고 싶다”고 반겼다. 그러면서도 “악역을 완전히 그만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