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마약투약 인정’ 박유천…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난 모노드라마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박유천,마약

지난 26일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영장실질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박유천. /이승현 기자 lsh87@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마침내 자백했다. 자신의 실명이 언급도 되기 전에 자청해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해 했던 그였다. 구속된 후에도,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후에도 그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랬던 그가 구속 수사 사흘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모든 잘못을 인정했다.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박유천은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마약 투약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그는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면서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황하나와 다시 만나게 되면서 마약을 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천은 지난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올해 2~3월 전 연인인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와 함께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5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3일 박유천의 체모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유천은 미국에 살던 2003년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게 캐스팅 돼 동방신기 멤버로 가장 늦게 합류했다. 2004년 2월 동방신기는 데뷔곡 ‘HUG’를 시작으로 그해 연말까지 싱글 2장과 정규 앨범 1집을 발표하며 팬덤을 끌어모았다. 동방신기는 데뷔한 해에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본상을 동시에 수상하고, 2006년에는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며 최고의 인기그룹으로 떠올랐다. 박유천은 부드러운 얼굴과 감미로운 목소리, 뛰어난 감성과 더불어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팀 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아이돌 가수로 정점을 찍은 그는 2009년 7월 31일 동방신기의 같은 멤버였던 시아준수, 영웅재중과 함께 당시 소속사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세 사람은 SM을 나와 그룹 JYJ를 결성했다. 이후 박유천은 연기돌로도 주목 받았다.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고고하면서도 엉성한 면모가 매력적인 성균관 유생 역으로 연기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그는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보고싶다’ ‘냄새를 보는 소녀’ ‘미스 리플리’, 영화 ‘해무’ 등 다양한 장르, 그리고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각종 시상식에서 연기상까지 수상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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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을 인정한 박유천. /이승현 기자 lsh87@

그러나 반짝이던 하늘의 별도 점점 빛을 잃어갔다. 2013년 8월 박유천이 천식으로 인해 4급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를 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박유천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천식 환자가 노래와 춤도 모자라 음주에 줄담배까지 피운다고 알려진 것. 2015년 8월 27일 사회복무요원으로 입소한 박유천은 복무 기간 중 근무태만 등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유흥업소에 출입하며 성폭행과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데뷔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2016년 6월 10일 한 유흥업소 종사자가 업소에 있는 룸 화장실에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잇달아 등장한 네 명의 피해 여성도 모두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기나긴 법정 다툼 끝에 박유천의 성폭행 혐의는 4건 모두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로 확정됐다. 성매매 의혹도 2017년 3월 무혐의로 종결됐다. ‘무혐의’를 받았지만 술집 여자와 화장실에서 성행위를 하는 등 문란한 그의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박유천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7년 4월, 박유천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이자 SNS 인플루언서인 황하나와 약혼을 발표했고 같은 해 9월 결혼식을 올린다고 알렸다. 하지만 결혼 연기와 결별설이 반복되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다.

박유천은 팬들과 조심스레 소통을 시작하며 재기를 꿈꿨다. 지난해 6월에는 팬미팅을 열었고 올해 2월에는 첫 솔로 정규 앨범 ‘Slow dance’를 발매했다. 그러나 마약 혐의로 체포된 전 연인 황하나가 “마약을 끊으려 했지만 연예인 A씨에 권유를 받았고, 자고 있을 때 억지로 투약했다”는 등의 진술을 했고, 박유천은 A씨로 의심 받았다. 그는 지난 10일 자청해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남아있는 박유천의 팬들은 그를 끝까지 믿으려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박유천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나가려하자 현장에 있던 한 팬은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라고 외치며 응원했다.

경찰은 박유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통화기록과 CCTV 영상 등을 통해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 그런데도 박유천은 여유로웠다. 경찰에 출석하면서도 미소를 보였다.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그는 머리 염색과 탈색을 반복하고 체모를 거의 밀어버린 채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2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반응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다. 국과수는 박유천의 다리털을 채취해 이 같은 판정을 했다. 경찰은 이날 박유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도 박유천은 “왜 체내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전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과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돼 전속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유천은 사실상 퇴출이나 다름없는 은퇴를 하게 됐다.

기자회견으로 희대의 사기극을 펼친 박유천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네티즌들은 “도대체 기자회견은 왜 한 거냐” “어차피 들통날 걸 박박 우겼냐” “우기면 될 줄 알았냐” “팬들로부터 버림 받는 게 두려웠나보다” 등의 말로 박유천을 질타했다.

며칠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필로폰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의심되는 박유천의 과거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서 박유천의 손과 다리 곳곳이 상처 투성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필로폰 부작용으로 인한 메스 버그 현상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메스 버그 현상은 필로폰의 중독 증상 중 하나로, 피부 위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때문에 심하게 피부를 긁어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높이 올라갔던 별이었기에 박유천이 떨어진 나락은 더욱 깊다. 그는 대중을 기만했고 자신을 믿고 끝까지 응원했던 팬들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마약투약 혐의를 전면 부인한 지 19일 만에 박유천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미 등을 돌린 대중들은 그의 자백에 어이없는 코웃음만 칠 뿐이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난 박유천의 모노드라마였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