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실화 담은 ‘어린 의뢰인’…유선X이동휘, 어른들의 죄책감과 책임감 (종합)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어린 의뢰인’ 티저 포스터./사진제공=이스트드림시노펙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아동학대의 가해자 역할을 맡아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생각 하나만 잡고서 촬영해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보호받길 원하는 마음’ 말입니다.”

2013년 계모가 의붓자식을 폭행해 숨지게한 경북 칠곡 아동학대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에서 아이의 새 엄마 지숙 역을 맡은 배우 유선은 이렇게 말했다. 29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어린 의뢰인’ 기자간담회에서다.

‘어린 의뢰인’은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한 변호사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이야기다. 안락한 삶을 꿈꾸던 변호사 정엽(이동휘 분)이 일곱 살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열 살 아이와 재회한 뒤, 세상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는다. 영화 ‘선생 김봉두’ ‘여선생 여제자’ 등을 쓰고 연출한 장성규 감독의 신작이다. 그동안 유쾌한 작품을 주로 작업해 온 장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서도 “소재가 조심스러웠을 뿐이지 그동안 해왔던 장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컷./사진제공=이스트드림시노펙스

‘어린 의뢰인’은 무거운 실화 소재를 다루면서도 극 초반은 정엽과 아이들의 우정이 그려지면서 밝은 색감을 가져간다. 하지만 아이들이 세상과 단절되는 ‘집’으로 들어온 순간 영화는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인다. 그 중심에는 새 엄마 역을 맡은 유선이 있다.

유선은 이날 간담회에서 가해자 역할을 맡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보호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런 영화가 나와서 어른들의 책임감을 더 상기시켰으면 해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내 역할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입장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니라서 정말 힘들었다. 아이를 가해하는 장면이 있는 날은, 촬영 전날부터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악역인 내가 상대하는 인물이 어른이 아니라 아이인 점이 특히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동휘는 자신의 안락한 삶과 아이들과의 ‘약속’ 사이에서 고민하는 정엽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도 (극 중 캐릭터처럼) 사는 게 바빴다. 그런 와중에 시나리오를 읽게 돼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히어로’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여러 종류의 히어로가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어른 또한 히어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 모습만 자연스럽게 그린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2015년부터 ‘어린 의뢰인’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실화를 소재로 하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이전부터 사회 전반의 아동학대 사건을 볼 때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컷. 사진제공=이스트드림시노펙스

특히 장 감독은 “가해자 역할을 만들 때 그 어떤 개연성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이 조심스러웠다. 아이들이 연기를 하면서 실제와 연기 사이를 혼동하게 되면 그것도 가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부터 심리치료사를 모시고 수시로 아이들의 상태를 관리하면서 찍었다. 끝날 때까지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 배우들을 비롯해 스태프들 또한 아역배우들에게 수시로 ‘이건 가짜야’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어두운 소재를 다루기도 하지만 영화가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이동휘 씨가 풀어주고, 아이들이 풀어주는 유쾌한 면도 있다. 선입견 없이, 되도록 많은 분들이 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선은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영화’라는 매체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영화이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휘는 함께 극을 이끈 아역 배우 최명빈(다빈 역), 이주원(민준 역)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아이들이 정말 잘해줬다. 아이들의 연기를 관객들이 잘 봐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관객들도 영화를 많이 보시고 그런 생각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어린 의뢰인’은 내달 중 개봉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