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다시, 봄’ 이청아 “싱글맘의 다채로운 감정 연기가 큰 공부 됐죠”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다시, 봄’에서 싱글맘 은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청아. /사진제공=킹스엔터테인먼트

“제 딸 웃는 모습 너무 예쁘지 않나요? 너무 귀엽죠?” 영화 ‘다시, 봄’에서 싱글맘 은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청아는 극 중 딸 예은으로 등장한 아역배우 박소이를 얘기할 때면 꼭 ‘우리 예은이’ ‘내 딸’이라고 불렀다. 지난 17일 개봉한 ‘다시, 봄’은 날마다 하루씩 전날로 시간여행을 가는 싱글맘이 사고로 죽은 딸과 다시 만난 후 시간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이청아는 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싱글맘을 연기했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모성애”라며 “엄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이청아를 만났다.

10.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이청아: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많은 상상이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내가 어떤 포인트를 잡느냐에 따라 영화의 색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은조는 자고 일어나면 ‘어제’에서 눈을 뜬다. 전과 다르게 살면서 그 하루를 바꿀 순 있지만 자고 일어나면 또 그 전날로 간다. 은조로 이야기를 쭉 이끌어가면서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내겐 큰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딸이 태어나기 직전 만삭의 몸으로 돌아갔을 때는 너무 막막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무력해지기도 하고 좌절도 느끼지만 희망도 발견한다. 죽을 뻔 한 딸을 구했을 때처럼 말이다.

10. 미혼이라 엄마 역할을 맡는데 망설임은 없었나?
이청아: 아기 엄마 역할이라고 해서 마음에 걸리는 건 전혀 없었다. 엄마 역할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또 다르다. 대본으로도 엄마 캐릭터들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딸로만 살아봐서 워킹맘이자 싱글맘인 은조가 온전히 혼자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그 마음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10. 캐릭터에 공감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이청아: 주변에 아기 엄마가 된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들을수록 내가 절대 모르는 이야기라는 절망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우리 엄마는 어땠는지 생각하게 됐다. 학창시절에 엄마와 다퉜을 때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잘 모른다. 배우는 중이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 때 엄마와 영화 속 은조의 심정이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10.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나?
이청아: 엄마가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선배 배우들도 엄마가 되고나면 보는 세상이 바뀐다고 하더라. 내가 엄마가 되기 위해선 계획과 각오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됐을 때 겪을, 예상하지 못한 일들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할 것 같다.

10.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
이청아: 전혀 상상이 안 된다. 내 친구들을 보니 자기는 ‘방임주의’라고 하는데 애를 엄청 잡더라.(웃음)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모르니 아이를 만나봐야 알 것 같다.

영화 ‘다시, 봄’ 스틸. /사진제공=26컴퍼니

10. 딸 예은으로 나오는 아역배우 박소이와 친해지려고 노력하기도 했을 것 같은데.
이청아: 시크릿쥬쥬를 사줬다.(웃음) 소이가 자기도 긴 머리인데 나도 긴 머리라면서 내 머리카락 만지는 걸 좋아했다. 소이는 사교성이 좋아서 촬영장에서 인기만점이었다. 감독님들과 스태프들이 다들 소이를 예뻐해서 내 옆에 데려오기 바빴다. 쫑파티 날 소이와 소이 어머니가 갈 때 택시 잡는 데까지 배웅을 나갔다.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택시를 탈 때까지 소이가 계속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

10. 전보다 얼굴이 더 홀쭉해진 것 같다. 영화에서는 야윈 느낌도 든다.
이청아: (얼굴이) 동그랗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꽃미남 라면가게’를 할 때 7kg 정도 뺐다. 그 때 다이어트를 힘들게 한 탓에 다신 안하고 싶어서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웃음) 영화에서 아이를 잃고 난 후의 은조가 다른 어떤 욕구도 없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목까지 마르게 보이려고 더 뺐다. 지금은 영화를 찍을 때보다는 3~4kg 정도 붙었다. ‘모두의 주방’을 촬영해서 그런 것도 있다. ‘단짠오피스’도 그렇고 식탐이 인정되는 걸 하다 보니까…(웃음)

10. 최근 ‘모두의 주방’ ‘시골경찰’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예능에도 얼굴을 자주 내비쳤다. 이유가 있나?
이청아: 데뷔 후 3년 간은 영화만 했다. 그 땐 드라마 출연도 무서웠다. 그런데 드라마를 해보니 점차 적응하게 됐고, 예능도 한번 해보니 그 다음엔 더 용기 낼 수 있었다. ‘시골경찰’을 하게 된 건 경찰 역이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두의 주방’은 요리를 좋아해서 선택했다. 웃겨야 하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10.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세심하게 챙겨주는 매니저가 화제가 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매니저가 연예인을 모시는 수준’이라고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청아: 방송에서는 짧게 편집되니 여러 반응이 나온 것 같다. 단편적인 모습이 부각돼서 그렇게 느낄 시청자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반응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배우려고 한다. 혹시나 누군가 상처 받을까봐 염려될 뿐이다. 하지만 예능을 하면서 소소한 것도 대중들이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특히 ‘시골경찰’을 하면서 그랬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나아가겠다는 배우 이청아. /사진제공=킹스엔터테인먼트

10. 연극배우인 아버지(이승철)로부터 배우는 점도 많을 것 같은데.
이청아: 내가 어렸을 때, 배우를 꿈꾸지 않았을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배우의 발성이나 마음가짐에 대해서 늘 얘기해 주셨다. 지금은 연기하는 데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나중에 학교에 가니 아빠가 가르쳐준 게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는 걸 알게 됐다. 교정하느라 웅얼웅얼 말하는 버릇이 생긴 걸 고치라고 20대 내내 입에 트럼프 카드를 물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단점을 고쳐나가야 좋은 배우가 된다고 말씀하신다.

10. 이기우와는 6년째 공개 열애 중인데, 잘 지내고 있나?
이청아: 서로 응원하면서 잘 만나고 있다.(웃음)

10.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데뷔 직후 주목 받았는데, 이후 그 만큼 성과를 거둔 작품이 없어 아쉽진 않나?
이청아: 연기가 누적되지 않는 것 같아 괴로울 때가 많다. 새 캐릭터를 만나면 다시 새로운 것을 쌓아야 하니까. 전성기는 안 와도 좋지만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전성기라는 게 가장 ‘붐 업’되는 시기라고 한다면 ‘늑대의 유혹’을 했을 때인 것 같다. 전성기라는 건 다른 분들이 평가해주는 거라, 자기 자신은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10. 데뷔 18년 차다.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려 하나?
이청아: 돌아보면 나는 잔잔히 활동한 것 같다. 왜 만년 ‘라이징(스타)’이냐, 빨리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라이징이라고 해주는 것만도 좋다. 나만의 속도가 있는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 속도로 가려고 한다. 조금 느려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대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