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스탈린이 죽었다!’…뒤틀린 웃음이 살아있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 포스터.

1953년 모스크바. 스탈린은 대숙청 이후로도 내무인민위원회(NKVD)를 통해 숱한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교향악 콘서트를 중계하는 방송국의 안드레예브(페디 콘시다인)에게 스탈린이 친히 전화를 해서 녹음본을 청한다. 이미 끝난 콘서트는 녹음본 때문에 부랴부랴 재개된다. 쓰러진 지휘자를 대신할 사람을 외부에서 찾아오고, 피아니스트 마리아(올가 쿠릴렌코)는 연주를 거부해서 돈으로 설득하고, 행인들을 데려다가 빈 객석에 앉혀서 현장감을 끌어올린다. 마리아는 안드레예브의 만류에도 완성된 녹음본에 메모를 하나 끼워 넣는다.

다차(시골 별장)에서 콘서트 녹음본을 들으려던 스탈린이 갑자기 쓰러지고 죽음에 이른다. 스탈린 정권의 무력한 2인자 말렌코프(제프리 탬버), 비밀경찰의 수장 베리야(사이몬 러셀 빌), 장관 흐루쇼프(스티브 부세미), 몰로토프(마이클 팰린)는 공백이 생긴 최고 권력을 차지하려고 으르렁거린다.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안드레아 라이즈보로)와 철없는 아들 바실리(루퍼트 프렌드)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찾아온다. 그리고 비밀경찰에게 군인으로서의 역할까지 뺏겨서 부아가 난 육군 원수 주코프(제이슨 아이작)도.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 스틸컷.

지난 18일 개봉한 ‘스탈린이 죽었다!’는 파비앵 뉘리와 티에리 로뱅의 그래픽 노블 ‘스탈린의 죽음’과 후속작 ‘2부-장례식’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 더 루프’(2009), HBO 드라마 ‘비프(Veep)’ 시리즈로 정치 풍자극에 강한 면모를 보인 아르만도 이아누치가 책임자로 낙점되었고, 이 작품으로 제53회 전미 비평가협회 각본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최고 괴물 중 한 사람인 스탈린은 소련을 33년간 통치한 독재자다.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하던 시절 소련에선 피 울음이 그치질 않았다. 영화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스탈린의 어이없는 죽음 이후 권력투쟁에 무게 추를 둔다. 미욱하고, 졸렬하고, 참혹한 권력층의 모습을 유쾌한 필치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쟁쟁한 배우들의 호연이 말맛까지 끌어올려서 몰입도를 상승시킨다. 러시아에서는 상영이 금지됐을 만큼 날 선 메시지를 품고 있기도 하다.

아르만도 이아누치 감독은 희극과 비극 사이의 줄타기에 능하다. 그래서 관객은 내내 졸깃한 심장으로 지켜보게 된다. 블랙 코미디의 뒤틀린 웃음이 제대로 살아있는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