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vs <UFC 100대회>

<무한도전> MBC 토 오후 6시 30분
‘올림픽대로가요제’ 1편은 <무한도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였다. 개성이 닳고 시너지가 약해질 즈음의 멤버들은 또다시 특유의 개성을 폭발시켰고, 게스트로 참여한 가수들은 재능과 친밀함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게스트는 이렇게 모셔서 웃기는 것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2년 전과 같은 포맷의 가요제이지만 동어반복이라든가 소포모어증후군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감질 나는 중간평가 후 원곡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나게 커져갔다. 드디어 한 주간의 기다림 끝에 뚜껑이 열리고, ‘듀엣’을 이룬 출연진과 (일류)가수들은 관중도 없는 땡볕 무대에서 완성도 높은 대중적인 곡과 퍼포먼스로 화답했다. 대기실 명단만 보면 올림픽대로가요제가 아니라 올림픽체조경기장의 <드림콘서트> 스케줄 표에 가까운 인기스타들을 오후 한 시의 자외선에 내놓으며 <무한도전> 고유의 모자란 분위기에 녹여냈다. 더 나아가 윤도현은 자아도취에 빠진 락 보컬이 돼 말도 안 되는 주문을 외웠고, 우승을 차지한 ‘퓨처라이거’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도시의 밤거리를 수놓는 크롬 휠의 로우라이더가 대낮 어느 농로의 경운기로, 뉴에라 모자 대신 새마을 모자를 쓰며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바로 모험심의 부족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말도 안 되는 코믹함보다는 게스트들의 명성에 걸맞은 음악성과 대중적 코드에 초점이 맞췄진 듯했다. 그 결과 벌써부터 ‘냉면’, ‘영계백숙’ 등의 곡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갱스터 랩퍼 MC 빡돈이 말랑한 ‘바베큐’로 우리 앞에 다가 선 것은 환경문제를 WTO와 연결시킨 ‘전자깡패’의 충격적인 메시지만큼이나 큰 박탈감을 안겨줬다.
글 김교석

<UFC 100대회> 수퍼액션 일 오전 9시
선수에게 감정 이입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격투기는 상당히 정치적인 스포츠다. 분명히 경기로서의 룰이 존재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펀치와 킥, 그리고 상처는 실제 경기의 내용보다 강렬하게 보는 이의 뇌리에 남는다. 그래서 어제 방송된 추성훈의 UFC 데뷔 무대는 격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3라운드에 이르러 결국 눈두덩이 무섭게 부어오른 채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추성훈의 모습은 승패를 떠나 해설자조차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먼저 전하게 만들었다. 도복이 아닌 파이트용 트렁크를 입었지만, 여전히 그의 의상에는 일장기와 태극기가 붙어 있었고, 무대에서는 공식적으로 그의 이름인 ‘아키히로’를 부르고 있었지만, 해설자는 계속해서 추성훈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무대를 옮겨도 국적과 출신에 관한 그의 정체성은 여전히 경기보다 먼저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어렵사리 판정을 통해 승리를 획득하는 것은 비록 그에게 패한 앨런 밸처의 우위를 주장하는 사람을 양산해 낼지라도 불굴의 파이터로서 추성훈의 이미지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또 한 번의 힘들고 무거운 걸음을 내딛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 선수 김동현은 만장일치의 판정으로 3연승을 거두어고,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브록 레스너와 프랭크 미어의 경기는 브록 레스너의 괴물 같은 TKO승으로 마무리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화끈했던’ 무대는 마이클 비스핑과 댄 핸더슨의 경기. 내내 유지되던 긴장감을 댄 핸더슨이 괴력의 파운딩으로 끝장내는 순간, 잘 압축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 카타르시스와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스포츠인 동시에 ‘쇼’가 되어야 하는 UFC에 가장 적합한 마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글 윤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