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크게 될 놈’ 극단적 설정+예상 가능 전개…김해숙X손호준이 뛰어넘다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크게 될 놈’ 포스터./사진제공=밀짚모자영화사

한적한 섬마을, 남의 밭 마늘을 싹쓸이하면서도 천하태평인 고등학생 기강(손호준 분). 배포와 배짱만 보면 누구보다 ‘크게 될 놈’이다. 덕분에 매일 가슴 졸이는 건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순옥(김해숙 분)의 몫이다. 어릴 적엔 철없는 행동이라고 믿었건만 기강은 결국 엄마가 숨겨놓은 전 재산을 훔쳐 서울로 가출한다.

“엄니, 두고 보셔. 기강이가 어떤 사람이 돼서 돌아오는지”라고 외치며 호기롭게 올라온 서울. 기강의 현실은 뒷골목을 전전하는 건달 신세다. 전당포에서 일하며 배운 눈썰미로 어느덧 소매치기가 돼버린 기강. 섬에서 나올 때 새겼던 각오는 새까맣게 잊은 지 오래다. 더 이상 범죄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기강은 인생 한 방을 꿈꾸며 대범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의 잘못된 선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사형수 신세가 되고 만다.

소식을 들은 순옥은 아들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에 있는 교도소로 향한다. 하지만 순옥의 발길을 붙잡는 건 그가 까막눈이라는 사실. 접견 신청서를 작성하지 못해 쩔쩔매던 순옥은 옆에 있던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접견 불가’라는 사실에 또 한 번 좌절하고 만다.

탄원서만이 아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듣게 된 순옥은 동네 사람들에게 아들의 탄원서를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기 일쑤다. 모두가 자신의 아들을 욕해도, 순옥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직접 한글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영화 ‘크게 될 놈’ 스틸./사진제공=밀짚모자영화사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크게 될 놈’의 배경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제6공화국 시절로, 실제 사형이 집행되던 때의 이야기다. 사형수 아들과 까막눈 어머니라는 설정을 통해 이 영화가 전하고픈 진심은 결국 ‘모성애’다.

극단적인 설정과 예상 가능한 전개 속에서 감동을 이끌어낸 건 김해숙과 손호준의 연기력이다. 특히 이번 영화는 ‘손호준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응답하라 1994’ ‘고백부부’ ‘눈이 부시게’ 등을 통해 코믹하고 헐렁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철없는 고등학생이 사형수에 이르러 회환의 눈물을 흘리기까지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해숙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초반에는 담담하게 감정을 억누르다 아들이 사형수가 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애끊는 모정을 표출하며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수많은 어머니 캐릭터를 만들어온 김해숙의 연기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영화는 자식이 저지른 범죄의 경중은 따지지 않는다. 어머니에게 있어 자식은 존재만으로도 한없이 소중한 사람이니까.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그걸 뒤늦게서야 깨닫고 눈물 흘리는 기강의 모습은 막연한 미래보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깊은 여운도 선사한다.

15세 관람가.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