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여기] ‘비포 선셋’의 노트르담 대성당…파리의 자랑이 불탔다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관광청 제공

프랑스 파리의 관광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에 15일(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1163년에 착공해 1345년 축성식을 연  성당이 하루 아침에 골조만 남기고 불타버렸다. 그동안 600만 유로(약 78억원)를 들여 첨탑 개보수를 진행했지만 첨탑 주변에 설치했던 비계에 연결된 목재와 성당 내부 목재 장식에 불이 붙으면서 대화재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이자 영화 배경지로도 나온 곳이다. 2004년 개봉된 로맨스 영화의 대명사 ‘비포 선셋(Before Sunset)’에도 등장한 바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 영화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 ‘비포 선라이즈’에서 제시(에단 호크 분)와 셀린느(줄리 델피 분)는 비엔나에서 꿈 같은 하루를 보내고 6개월 후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약속이 어긋나 버린다. 그리고 9년이 지난 뒤, 파리에서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 오래동안 간직해 온 기억을 더듬으며 파리를 산책한다. 제시에게는 아내와 아이가 있지만 둘 사이에는 애틋한 기류가 흐른다. 프랑스의 낭만적인 풍경은 둘의 재회를 축복하듯 아름답기만 하다.

영화 ‘비포 선셋’의 노트르담 대성당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충동적으로 세느강 유람선을 탄다. 이 때 제시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발견하고 일화를 말한다. 그는 “세계 대전 때 독일군이 파리에서 퇴각할 때 노트르담 대성당에 폭발물을 설치했대. 폭파 스위치를 누를 병사가 남았는데 결국 폭발을 못 시켰대. 노트르담의 아름다움에 압도돼서 말야”라고 말했다. 이에 셀린느가 “실화야?”라고 묻자 제시는 “몰라, 어쨌든 멋진 얘기지?”라고 답한다.

노트르담은 파리의 구도심 시테섬 동쪽에 있는 성당으로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물의 걸작이자 매년 12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소다. 1163년 건설을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연 노트르담은 1804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황제 대관식을 거행한 곳이기도 하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 파리 시민들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파괴하려고 했다. 왕권에 대한 반발과 종교의 횡포에 대한 저항 때문이었다.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장식과 조각상이 부서지고, 노트르담은 헛간으로 사용됐을 정도다.

하지만 1831년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발표한 장편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한 이 작품은 꼽추이자 추한 외모를 가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다룬다. 작품을 통해 성당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노트르담 대성당은 보수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디즈니의 노트르담의 꼽추 포스터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6년 개봉한 톰 헐스, 데미 무어 주연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트르담의 꼽추’로도 제작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올해 초 차기 실사 영화로 제작이 확정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갈무리

한편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2008년 설날의 마지막 연휴에 발생한 숭례문 화재를 연상시키는 가슴 아픈 사고다. 한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은 소셜미디어에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며 빠른 복구를 기원하고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