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나우(36)] 조원우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올해 스무 살이 된 래퍼 조원우. / 사진제공=하이라이트레코즈

조원우는 Mnet ‘고등래퍼’가 배출한 랩 스타 중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다. 그는 사실 ‘고등래퍼’에 출연하기 전부터 기대주였다. ‘2016 Rookies of KAC 청소년 힙합경연대회’와 국내 최고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대회인 ‘SRS 2017’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거리에서 다진 탄탄한 기본기는 ‘고등래퍼’ 시즌 1과 2에서 조원우에게 각각 3위와 5위를 안겼다.

‘랩 알파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안정적인 실력에 국내 유수의 힙합 레이블들과 크루들이 손을 내민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조원우가 최종적으로 전속계약을 맺은 레이블은 하이라이트레코즈. 이후 그는 사람들이 바라던 변화를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단체곡 ‘한라산’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 ‘고등래퍼’라는 타이틀을 떼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있는 스무 살 래퍼 조원우를 만났다.

10. 최근 ‘한라산’도 발매하고, 리얼리티 ‘족.같.하(가족같은 하이라이트레코즈)’에서도 볼 수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냈나?
조원우: 음악 작업을 하고 금주(禁酒)도 한달 반 정도 지키고 있다. (음주에 대한) 봉인이 해제되자마자 술을 질리도록 마셨는데 다음날 멍청해지는 기분이 싫어서 금주를 결심했다.

10. 또 다른 예능형 콘텐츠 ‘SAY NO MONEY’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예능 출연에 대한 거리낌이나 거부감은 없는 것 같다.
조원우: 거리낌은 없지만 가서 발언권을 많이 얻지는 못한다.(웃음) 워낙 잘하는 분들이 있어서 말을 하기 전에 조심스럽다. 예능 자체가 재밌다. 음악이 본업이지만 요즘에는 음악도, 예능도 만능으로 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거나 콘셉트가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엔터테이너로서 예능에 즐겁게 출연하고 싶다.

10. ‘한라산’은 멜론 차트 1위를 한 ‘띵’에 이어 딩고가 힙합 레이블과 협업한 곡이다. ‘한라산’도 차트 1위를 목표로 만든 곡이었나?
조원우: 멜론 1위를 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웃음) 처음에 ‘한라산’이 작업된 것을 들었을 때도 대중성이 크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잠시나마 차트에 진입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인 것 같다. 곡 자체가 너무 좋아서 주변에서도 좋은 평을 많이 들었다.

10. 음악 녹음이나 작업을 하면 발매 전에 주로 누구에게 피드백을 부탁하나?
조원우: 팔로알토 대표님과 소통을 많이 하고 친한 친구들한테도 들려준다. 얼마 전 대표님한테 작업물을 두 개 보냈는데 의외의 피드백을 들었다. 한 곡은 가사 주제가 스무 살의 일상에 관한 것어서 가볍게 쓰고 큰 메시지를 넣지도 않았다. 또 다른 곡은 힙합계에 대한 조금은 무거운 얘기를 주제로 했다. 팔로알토 대표님은 가볍게 작업한 곡이 비트를 더 잘 해석한 것 같다며 좋은 반응을 줬다. 마음을 조금 비우고 가사를 쓰니 이런 식으로 와 닿을 수 있겠구나란 걸 느꼈다.

10. 원래는 가사를 쓸 때 어땠나?
조원우: 단어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각 잡고’ 썼던 방식이 이제는 별로인 것 같다.(웃음) 내 나이랑 안 맞을 수도 있는 것 같아서 프리스타일 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내뱉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

10. ‘진지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조원우: 탈피하고 싶다. 진중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이 전혀 아니다.(웃음)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웃기는 사람이었다. 장난치는 것도 좋아했다. 진지한 이미지를 의도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요즘에는 ‘내가 정말 성격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10. ‘랩 알파고’라는 애칭이 어쩌면 양날의 검일수도 있겠다.
조원우: 알파고라는 수식어가 랩 스킬이 뛰어나다는 좋은 뜻도 내포하고 있지만, ‘랩 하는 기계’가 사람들의 감정에 와 닿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나의 감정적인 면을 보여줘서 사람들의 마음에 좀 더 와닿는 음악을 하고 싶다.

10. ‘고등래퍼’의 두 시즌에 참가한 만큼 ‘고등래퍼3’에서는 누구를 지켜봤는지 궁금하다. 시즌3의 객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현장을 지켜봤는데.
조원우: 이영지다. 현장에서 이영지만큼 뚫고 나오는 라이브를 한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현장에서 보고 반했다. 이영지의 랩이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인 것도 있다. 이영지는 톤부터 먹고 들어가고, 느껴지는 랩을 한다. 나보다도 어린데 그렇게 랩을 하는 것이 멋있다. 언젠가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

10. 또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조원우: 더콰이엇이다. 너무나도 팬이다. 하지만 래퍼들이라면 누구나 존경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늘 협업을 꿈에 그리고 있다.

10. 최근에는 어떤 앨범을 들었나?
조원우: 국내 앨범 중에서는 테이크원X릴보이의 합작 앨범 ‘Good Time For The Team’을 제일 많이 들었다. 발매 당일엔 스무 곡 가까이 되는 앨범을 네 번 반복 재생해서 들었던 것 같다. 두 분 모두 랩으로 쾌감을 주는 래퍼라 좋아한다. 테이크원의 첫 믹스테이프 수록곡들의 가사는 다 읊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10. 이제는 배틀을 위한 랩만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조원우: 왠지 나는 올드스쿨, 붐뱁만 할 것 같고 1990년대 힙합을 표방하는 래퍼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틀로 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더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할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콘셉트를 정해놓지 않고 그때그때 느끼는 것을 할 생각이다. 지금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하고 싶다.

10. 어렸을 때부터 길거리에서, ‘고등래퍼’의 무대 위에서 실전 랩 배틀에 부딪혔던 것이 자신만의 큰 무기가 되진 않았나? 현장에서 쌓은 기본기는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조원우: 정말 큰 무기가 됐다. 웬만한 압박은 압박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고등래퍼’를 촬영할 때도 가사를 틀린 적이 거의 없고 일상에서도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다.(웃음) 반면에 청소년 힙합경연대회, 프리스타일 랩 배틀, ‘고등래퍼’까지 항상 경연만 했기에 이제 나만의 음악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나만의 색을 만들기 위해 고민 중이다.

10. 하이라이트레코즈와 적격인 신예라는 평도 있다. 실제로 들어가 보니 어땠나?
조원우: 예전부터 들어오고 싶었던 곳이기 때문에 너무 좋고 흠잡을 데가 없다. 또 팔로알토 대표님과 허클베리피 형님 두 분 다 배울 점이 있다. 팔로알토 대표님에게서는 랩을 오래했는데도 항상 트렌디하다는 평을 듣는다는 것, 허클베리피 형님에게서는 ‘프리스타일 래퍼들의 음악은 별로다’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을 배우고 싶다. 소속 래퍼가 되다 보니 이런 점들이 피부에 더 와닿게 느낀다.

10. 스무 살이 된 지금, 자신의 10대를 대표하는 벌스를 꼽아본다면?
조원우: ‘고등래퍼2’ 팀 대표 결정전에서 선보였던 벌스이다. ‘고등래퍼1’에 출연 후 겪은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내용의 완성도도 높고 랩 설계를 잘한 것 같아 애착이 가는 곡이다. 녹음물로는 나와 있지 않다.

10. 아직 스무 살이긴 하지만 혹시 자신의 ‘인생벌스’가 나왔다고 생각하나?
조원우: 아직 아닌 것 같다.(웃음) 내가 생각해도 ‘이 벌스는 완벽하다’란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10. 솔로 앨범은 올해 안에 기대해볼 수 있나?
조원우: 요즘에는 믹스테이프도 앨범으로 많이 내는 추세라, 믹스테이프를 먼저 음원으로 정식 발매할 생각도 있다. 내 음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얼마 전에 가닥이 잡혀서 그간 작업해둔 벌스를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10. 허클베리피가 한 콘텐츠에서 본인에게 재밌게 살아보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스무 살을 재밌게 보내고 있나?
조원우: 음악을 듣고, 또 창작하는 것에서 삶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며 살고 있다. 헉피 형님이 어릴 적부터 취미 삼아 위닝을 즐기셨듯, 나 역시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의 마니아다. 모두 각자만의 관심사가 있듯 나 또한 그런 것들에서 ‘소확행’을 느끼며 재밌게 살고 있다.

10. 10대를 ‘랩 알파고’로 마무리지었다면, 20대는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
조원우: 10대 때는 스무 살이 되면 뭔가 거창한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막상 별다를 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어엿한 성인이 된 만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하고 싶다. 그게 음악이 됐든 다른 어떤 일이 됐든 말이다. 물론 그 모든 일이 즐겁지 않다면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재밌게 즐기자는 마인드로 스무 살을 잘 보내고 싶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