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묵직한 질문에 유머 더한 ‘미성년’, 불편한 결말은 의도일까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미성년’ 포스터. /제공=쇼박스

고등학생 주리(김혜준)는 아빠 대원(김윤석)의 회식장소를 몰래 뒤따라간다. 그곳에서 목격한 건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불륜현장. 더욱 충격적인 건 아빠의 외도 상대가 같은 학교 동급생 윤아(박세진)네 엄마 미희(김소진)라는 사실이다.

다음날 학교 옥상에서 만난 주리와 윤아. 주리는 엄마 영주(염정아) 모르게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만 윤아에게서 미희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다. 그 뿐인가. 윤아는 주리 핸드폰으로 걸려온 영주의 전화를 대신 받아 “아줌마 남편이 우리엄마랑 바람났어요. 근데 우리 엄마 지금 임신했거든요”라고 폭로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불륜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독특하다. 어른과 아이의 위치를 바꿔 어른들이 벌인 일을 아이들이 수습하려 노력한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마주한 인물들의 감정이 극을 이끌어나간다.

영화 ‘미성년’ 스틸컷. /제공=쇼박스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며 미희를 다그치는 윤아와 “너는 날 이해해야지”라며 아이처럼 우는 미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모르겠다. 주리의 아빠 대원은 더하다. ‘당신이 바람피운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라는 윤아의 문자를 받고 풀 죽은 애처럼 눈치를 보며 도망가기 바쁜 대원의 모습은 미성숙한 어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고를 쳐놓고 현실을 도피하는 어른들과, 이기적인 어른들을 야단치고 해결하려는 아이들 중 누가 더 ‘미성년’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이다.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도 직설적이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과, 어른이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어른, 결국 우리 모두 ‘미성년’이라는 것이다. 김윤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말한다. 만 19세가 넘었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책임감 등을 가져야 한다고. 그러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미성년, 성숙하지 못한 인간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첫 연출작은 놀랍도록 섬세하고 치밀하다. 진지하고 건조한 영화라 생각할 수 있지만 김윤석 특유의 느물느물한 유머와 능청이 더해져 웃음을 자아낸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식상한 설정이나 대사들을 피해 흥미롭게 전개한다. 염정아, 김소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과 신인배우들의 활약, 신인 감독 김윤석의 패기가 더해져 상영시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충격적인 결말이 호불호는 갈라놓을 듯하다. 현실적으로 진행된 이야기와 달리 관념적 결말은 불편함과 고통을 야기한다. 이것이 의도라면 어느 정도는 성공이다.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11일 개봉.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